본문 바로가기

“종교적 문제가 아닌, 아동 학대의 문제다” ...대구 피해 초등생 엄마의 호소

중앙일보 2017.07.04 00:01
대구 달서구의 초등학생들이 봉사활동을 갔다가 본 성소수자 관련 영상 속 사진 [사진 유튜브]

대구 달서구의 초등학생들이 봉사활동을 갔다가 본 성소수자 관련 영상 속 사진 [사진 유튜브]

“우리는 어떤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다. 성소수자를 옹호하자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보기 싫다는데, 왜 방문 앞에서 못 나가게 지키고 서서 1시간 넘게 혐오 영상을 보여주고 일일이 설명까지 하나.”

 
대구 달서구의 한 장애인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간 초등학생 18명이 ‘성소수자는 동물과 성교를 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오모(38)씨는 “종교적 문제가 아닌, 아동 학대의 문제”라며 본지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구 초등생 6명 봉사활동 간 어린이집서 성소수자 영상 시청
"우리가 왜 이걸 봐야해요?" 질문 묵살 당해
피해 초등생 어머니 오씨 “종교적 문제가 아닌, 아동 학대의 문제”

 
사건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달 7일 6명, 14일 6명, 21일 6명까지 총 18명의 초등학생 5~6학년 학생들이 학교 근처 장애인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갔다.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은 인솔교사가 자리를 비우자 어린이집 원장·부원장 등 관계자가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선생님 1명이 영상을 틀고 설명을 하면, 또 다른 선생님은 방 밖에 서 있었다고 한다.  
 
영상을 튼 어린이집 선생님은 경찰에 “에이즈 교육 목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어린이집 측에서 어린이집 소개 영상을 보여준다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다”며 “만약 그런 혐오스러운 영상을 보여준다고 했다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막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집 교사가 초등학생에게 보여준 성소수자 관련 영상에 나온 사진 [사진 유튜브]

어린이집 교사가 초등학생에게 보여준 성소수자 관련 영상에 나온 사진 [사진 유튜브]

오씨는 “우리 아이가 ‘개랑 매춘을 하고 개 장기가 쏟아져 나오면 깨끗하게 손을 씻어서 넣어주고, 그렇게 하면 된데요’, ‘남자끼리 성관계 하기 전에는요, 항문에서 변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샤워기 호수 머리를 빼내고…, 등 상상하기도 힘든 진술을 했다고 들었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단순히 영상을 보여준 것만이 아니다. 개와 키스하거나 시체와 성교하는 시체성애자에 대한 사진이 나올 때는 영상을 멈추고 설명을 덧붙였다고 한다. 5학년 여학생 3명이 보기가 싫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우리에게 왜 이런걸 보여주나요?”, "계속 봐야 하나요" 등의 항의성 질문을 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했다.  
대구 달서경찰서 [뉴시스]

대구 달서경찰서 [뉴시스]

 
학생들은 현재 큰 충격을 입고 경북대 해바라기 심리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말 자체를 하기 싫어한다고 한다. 오씨는 “아이가 ‘엄마, 나 거기 안 가면 안 돼? 엄마 나 못 가겠어. 나 그거 생각나서 미치겠어요. 나 다 나은 것 같아. 안 가도 될 것 같아’라고 말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삼켰다. 
 
한편 학부모들은 지난달 22일 달서경찰서에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어린이집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중인 단계라서 추가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인 달서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행정 처분을 할 방침이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