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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가족의 탄생] 가슴으로 낳은 내 딸들

중앙일보 2017.07.02 03:00
 중앙일보의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가 디지털 다큐멘터리『新가족의 탄생: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를 연재합니다. 이 땅에서 '가족'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다양한 이들을 그들의 목소리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엔 레아(3)의 엄마 아빠가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제가 뭐라고, 이 작고 아름다운 아이가 저를 보고 웃어줄까요?" 엄마 박정은씨는 딸 레아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힙니다. "내가 너의 세상에서 어떤 존재이길래 나를 가치있는 인간처럼,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를 몇배 뛰어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니? 엄마라는 이름에 방점을 찍어준 소중한 내 딸 레아야 사랑해." 레아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김현예·이유정 기자, 조민아 멀티미디어 담당, 정유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peoplemic@peoplemic.com
 

 
'가슴으로 아이를 낳은' 입양가족 부부 박정은씨와 남편 이상호씨를 지난달 서울 소공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조민아

'가슴으로 아이를 낳은' 입양가족 부부 박정은씨와 남편 이상호씨를 지난달 서울 소공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조민아

 
1막 '레아 아빠' 이상호씨의 이야기
20여년 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던 저는 당시 유행하던 채팅사이트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첫눈에 반해 2년을 따라다니다 사귀게 됐고, 2006년에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참 촌스럽고 못났던 것 같은데, 아내는 저의 자신감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결혼 초에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가 않았습니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집이 카페 같다고 생각하고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생활에 회의감을 느낀 저희 부부는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저는 대학원에 입학했고 아내는 정성스럽게 저를 뒷바라지해주었습니다. 회사도 그만 두고 온 유학이었기 때문에 벼랑 끝에 서있듯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마다 교회에서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저희는 한인 교회를 가지 않고 일반 교회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평범한 미국 가정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회의 거의 절반 가까이 되는 가족이 자녀를 입양한 입양가정이었습니다. 본인과 다른 인종의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까지도 입양해 사는 가족들이 저희에게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정들 속에서 순종과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교회를 통해 베이비시팅 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평소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결혼 당시에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던 아내로서는 큰 결심이었습니다. 매주 신생아를 돌보던 아내는 어느덧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안겨 안정감을 찾는 모습을 보며 본인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아이를 향한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저희 부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내는 입양을 원한다고 했고, 저 역시 동의했지만 그 전에 우리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난임 판정을 받았고 두 번의 시험관 시술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아내가 입양을 생각하고 있는데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자 저 역시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홀트 아동복지회에 입양을 신청했습니다.
 
'가슴으로 아이를 낳은' 입양가족 부부 박정은씨와 남편 이상호씨를 지난달 서울 소공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조민아

'가슴으로 아이를 낳은' 입양가족 부부 박정은씨와 남편 이상호씨를 지난달 서울 소공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조민아

 
2막 레아를 품던 날
 
순조롭게 입양할 수 있을 것이라던 저희의 생각과는 달리 여자 신생아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보육원과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들이 넘쳐단다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각종 서류준비도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저희 부부의 신용정보는 물론 학력, 건강정보, 범죄이력 등을 제출해야 했고 심리검사, IQ검사 등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습니다. 이 시간동안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정말 입양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입양을 한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떡할까, 사춘기 시절에 방황하면 어떻게 대처하나 등. 하루는 기대감으로 보내다가도 하루는 걱정으로 지새우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기다린 와중에 2014년 가을, 드디어 저희 부부에게 아이가 왔습니다. 그런데 복지회 측의 반응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아이가 헬맷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헬맷을 쓴다는 것은 머리 모양이 앞뒤로 짧거나 비대칭이 심해 뇌에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아이를 입양할 때 건강한 아이를 원한 것이 저희 부부의 단 한 가지 조건이었는데,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며칠을 고민으로 보낸 저희 부부는 거절할 용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이를 보러 가던 날, 2014년 가을 하늘을 잊지 못합니다. 누군가 맑은 하늘을 반으로 쪼개 절반은 구름으로 채우고 남은 절반은 파란색으로 칠해놓은 하늘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암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보는 순간 저희 부부는 이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가슴으로 낳은 딸 '레아'를 입양한 이상호 박정은씨 부부를 지난달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조민아

가슴으로 낳은 딸 '레아'를 입양한 이상호 박정은씨 부부를 지난달 서울 서소문로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조민아

 
3막 엄마,아빠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집에 데려온 첫 날, 잠자리가 바뀐 아이를 재우기 위해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이가 일어나서 또 울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아내를 보며 웃었습니다. 고작 태어난 지 10개월 된 아이가 저희를 부모로 받아들여주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이에 대해 고민했던 것, 입양에 대해 망설였던 것들이 한순간에 없어진 기분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세상에서 우리 부부의 존재가 한없이 크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 가정에 이 아이가 들어왔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스러움만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 딸 레아는 예쁘고 건강한 4세 여자 아이로 컸습니다. 현재 저희는 둘째 딸 입양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신생아를 입양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입양 특례법으로 인해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보내기 위해서는 직접 출생신고를 시키고 자신의 호적에 등록시켜야하기 때문입니다. 또 일주일간의 입양 숙려기간을 가져야 하며 만일 입양간 아이가 파양이 된다면 다시 미혼모의 호적에 올라가게 됩니다. 대다수의 미혼모들이 어린 10대 여학생들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힘든 선택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육원이나 베이비박스에 맡기게 되고, 그렇게 맡겨진 아이들은 입양을 가기 힘든 상황에 처해집니다. 맡겨지는 아이들이 많은데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은 한없이 기다려야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도 둘째 딸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지난주에는 둘째 아이가 맡겨져 있는 보육원을 방문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법원에서 입양 허가가 내려질 때까지 아이를 보육원에 맡겨야만 합니다. 보육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의 차별이 생길 수 있다며 면회도 허락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에 수개월이 소요될 텐데, 저희 딸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입양의 과정을 두 번 거치면서 제 아내는 입양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있는 입양가정과 입양을 고려하는 부모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저희 부부는 원합니다. 입양을 위한 검증은 철저히 하되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빨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입양 특례법이 개선되어 더 많은 아이들이 좋은 가정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작=조민아

제작=조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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