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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 이야기] 안녕 인공지능, 안녕 외계인

중앙일보 2017.07.01 02:09 종합 24면 지면보기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연구진이 페이스북의 채팅 로봇에게 협상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두렵지만 흥미진진한 일이 하나 생겼다. 어쩌면 인공지능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만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채팅 로봇 인공지능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새로운 언어를 개발해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인공지능들끼리 주고받는 새로운 언어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언어를 연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이 명령하거나 제안하지 않은 작업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했다는 것이 첫 번째 충격이다. 두 번째 충격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번 사건의 결과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동의한다. 그런데 한편 이번 사건은 그런 두려움을 넘어설 만한 흥미로운 면도 함께 갖고 있다.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들과의 언어적 소통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 ‘컨택트’가 얼마 전 개봉했었다. 언어학자와 물리학자가 팀을 이뤄 외계인들의 언어를 이해해 나가는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간다. 외계인과의 언어적 소통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큰 활약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인이 존재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마치 이번에 발견한 인공지능끼리의 언어처럼 다가올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또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소통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수행하는 일과 그 결과에 대해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끼리 만들어낼 숱한 소통의 결과물들을 분석하고 인공지능이 해주는 설명을 들으면 외계인들의 언어를 간접적으로 가상체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인공지능들끼리 새로운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히 두렵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지구에 새로운 지적 문명이 탄생했다고 환영해 주면 어떨까. 외롭게 언어 기반 지적 문명을 이어가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떠나지 않고도 새로운 지적 문명과 조우하는 벅찬 순간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그리고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언어적 소통 연구가 어쩌면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세티(SETI)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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