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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우상 아닌 ‘옆집 오빠’ 방탄소년단

중앙일보 2017.07.01 01:00 종합 17면 지면보기
지난달 27일 흥미로운 뉴스를 접했다.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에 ‘방탄소년단’이 선정됐다는 뉴스였다.
 
이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것이었다.
 
그 명단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도 있었다.
 
지난해 가을 방탄소년단을 만났었다.
 
단지 몇 개월 사이에 그들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성장해 버린 게다.
 
뉴스를 본 후 외장 하드에서 그들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저장된 폴더의 이름은 [20161027 방시혁/ 방탄소년단] 이었다.
 
그들의 연습실로 찾아갔다.
 
한쪽 벽은 거울, 나머지 벽·천장·바닥은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공간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일곱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그들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하나같이 테이블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였다.
 
무안할 정도로 깍듯한 인사를 받은 터라 답례로 한마디 했다.
 
“세계적인 대 스타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시 그들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앨범차트)’에서 26위에 오른 상태였다.
 
세계적인 스타로 막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들이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사실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걔들이 될 거 같냐? 안돼’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많이 위축되어 있었죠. 한 번은 잠실 체조경기장을 보며
 
저기서 노래 한번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망이 현실이 되었으니 기적이죠.”
 
세계적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결을 물었다.
 
“팬들과 옆집 동생, 오빠, 친구처럼 소통한 게 잘 맞아떨어진 거 같습니다.
 
먹고 활동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유튜브, SNS 등에 공유합니다.
 
팬들의 우상이 아닌 옆집 동생, 오빠, 친구가 되는 거죠.”
 
무엇보다 ‘우상이 아닌 옆집 오빠’란 말이 와닿았다.
 
사진의 콘셉트를 ‘옆집 오빠’로 정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들은 이미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마저 완료된 상태였다.
 
인터뷰 후 바로 달려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미리 준비해 둔 터였다.
 
쫙 빼입은 정장 차림으로 ‘옆집 오빠’ 콘셉트는 언감생심인 상황이었다.
 
그때 방시혁 대표가 들어왔다.
 
그는 최고의 작곡가이면서 방탄소년단의 오늘을 있게 한 기획사 대표였다.
 
미리부터 예정된 등장이었다.
 
방시혁

방시혁

스케줄이 방탄소년단 인터뷰, 방시혁과 함께 사진 촬영,
 
방시혁 인터뷰 순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 바로 사진부터 찍어야 했다.
 
평상복 차림의 방 대표가 사진을 찍기 전에 한마디 했다.
 
“너무 비교되는 거 아닙니까?”
 
한껏 차려 입은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니 그도 걱정이 앞선 게다.
 
“차라리 더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딱 동네 형 같네요.”
 
‘동네 형’이란 말에 그가 웃었다. 그 웃음에서 순박함이 묻어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박함이었다.
 
사실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를 하던 그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TV 화면으로만 봐도 섬뜩하고 무서운 눈빛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독설과 독한 눈빛으로 유명하잖아요?”
 
“정말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그들의 꿈, 그 꿈 앞에서 진정함이 보이지 않을 때 너무도 안타까워서 그랬습니다.”
 
그의 답에 적잖이 놀랐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것을 알면서도 표정을 감추지 않은 이유,
 
그들의 꿈 때문이었다는 얘기였다.
 
그제야 그의 독설과 눈빛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저 원래 잘 웃어요.”
 
영락없는 동네 형의 미소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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