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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민 기자의 ‘위헌(違憲)한 경제’(3) 유해시설 영업 제한은 어디까지] 노래방은 청소년에게 나쁜 곳인가?

중앙일보 2017.07.01 00:02
PC방·당구장·노래방·모텔, 학교 옆 영업 금지 … 유해시설과 제한 범위 논의 필요
 
‘경제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원초적 기준은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아니, 단순히 합법적인 경제는 정의로운 경제일까. 또는 법에 어긋난 경제활동은 모두 불공정한 행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법률의 근간이자 잣대가 되는 헌법으로 경제를 짚어봤다. 실제 헌법소원 판례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경제와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위헌(違憲)’한 한국경제의 민낯을 살펴본다. 


‘18세 미만 당구장 출입금지 위헌, 헌재의 납득 못할 결정 파문’. 1993년 5월 13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당구장 출입문에 ‘18세 미만 청소년 출입금지’라는 표지문을 내걸도록 규정하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계가 반발했지만 이 결정으로 미성년자들은 자유롭게 당구장을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이 소식을 듣고,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윤상복(가명)씨는 위 결정이 내려진 그해 말 노래방을 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노래연습장에 18세 미만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언론·출판·집회·종교의 자유만큼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헌법 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직업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경제적 활동에 대한 자유를 말한다. 영업의 자유도 그 안에 포함된다. 어떤 사업 또는 장사를, 어디서, 어떻게 할지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자유도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헌법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에 의거한 경우다. 경제 관련 규제 대부분이 이런 개념 안에서 유지된다. 가령 우리 주위에는 미성년자의 취급이나 출입을 금지하는 항목이 많다. 술·담배가 대표적이고, 일부 영상물이나 유흥업소 출입 등도 법으로 금한다. 돈을 내고 거래하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라도, 선량한 풍속을 해하거나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의 대상이 아니라 영업의 장소가 제한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옛 학교보건법(교육환경보호법)이다. 이 법은 학교 주변에서는 학생에게 유해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품이나 시설의 판매·영업을 금지한다. 이 조항에 따라 학교 반경 200m 안에서는 제한상영관(성인 전용 극장)과 비디오방, 유사성행위 업소, PC방, 당구장, 노래방, 숙박시설 등은 영업을 할 수 없다. 청소년의 이용 자체를 막진 않지만, 학교 근처에서는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위헌 판결로 운명 바뀐 극장
 
이에 전국의 유사성행위 업소, PC방, 당구장, 노래방, 숙박시설 사장님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소송을 걸어 왔다. 위헌소송 판례도 많다. 당구장의 청소년 출입 금지가 해제된 이듬해인 1994년 당구장 업주들은 학교 근처의 당구장 설치 금지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에는 모텔 주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08년에는 PC방 업주들이 모였다. 이들은 학교정화구역 안에서 PC방을 운영하다가 학교보건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100만원의 벌금을 고지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위 소송에서 대부분 규제의 정당성 쪽에 힘을 실어줬다. 법이 목적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에 부합한다는 설명이었다. 목적성은 규제를 하는 게 옳은지의 문제다. 방법의 적정성은 규제 방식이 목적에 부합하는지, 피해의 최소성은 목적에는 맞는데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원칙이다. 예컨대 흡연금지구역을 보자. 먼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옳은가. 이는 목적의 정당성이다. 만약 인정한다면, 흡연금지구역이 국민의 흡연율 저하 또는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가가 방법의 적정성 문제가 된다. 또 과학적으로 이것이 입증됐다고 치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흡연자에게 사형 같은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적정 수준을 넘어선 규제다.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되, 개인의 기본권 침해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피해의 최소성 원칙이다. 헌재는 학교 주변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일정 구역 안에서 해당 영업을 금지한 것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며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했다. 이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 등 보완 방안도 마련해 놨고,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유예기간도 줬으니 피해의 최소성 원칙도 부합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기준이란 게 항상 모호하게 마련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유해시설인 것이 유해시설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유해시설이 아닌 것이 유해시설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해 운명이 바뀐 것이 있다. 바로 ‘극장’이다. 2003년과 2004년 각각 광주 동구와 서울 종로구에서 극장을 영업하던 이들이 위헌심판을 신청했다. 내용은 앞의 PC방, 노래방과 같았다. 당시 학교보건법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 시설에 극장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은 “학교 근처라고 극장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른 시설과는 달리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일부 영화관의 경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유해한 환경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의 문화적 성장을 위하여 유익한 시설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극장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라고 밝혔다. 노래방, PC방, 당구장과 달리 ‘유해시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법을 처음 제정한 때와 극장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진 결과이기도 했다.
 
1993년 당구장의 18세 미만 출입금지 위헌소송에서 당구장 주인 이해봉씨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당구장을 청소년에게 ‘해로운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재판부는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문화체육부가 체육시설 중 유독 당구장에 대해서만 출입자를 제한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중요
 
이런 판례들은 여러 질문을 남겼다. 먼저, 어떤 시설과 사업을 유해하다고 볼 것인가. 극장처럼 탈선의 온상이라 여겨지던 곳이 어떤 일을 계기로 건전한 장소로 정화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식이 바뀌면 그때마다 위헌소송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규정이 해당 장소를 잠재적 탈선장소로 낙인 찍는 것은 아닐까. 그 가능성을 이유로 경제활동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 것일까. 또 법의 목적이 정당하다면, 학교가 아니라 학원 밀집지역에도 PC방, 노래방, 당구장 영업을 같은 기준으로 금지할 수 있는 것일까.
 
윤상복씨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헌재는 당구장 출입문에 18세 미만인 자에 대한 출입금지 표시에 대한 사건에 있어서는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노래방의 18세 미만자에 대한 출입금지에 대한 윤상복씨의 위헌심판에 대해서는 합헌(기각)결정을 내렸다. 노래방은 아직 유해시설로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노래방이 정말 청소년에게 유해한 시설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일었다. 이윽고 1999년 3월 관계법령이 개정돼 밤 10시까지는 청소년의 출입이 가능하게 됐다. 앞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 그리고 입법을 통해 그 사회에 옷을 맞춰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이 과정이 수월치 않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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