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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던 김기춘도 깨운 조윤선의 반격…"블랙리스트 알지 못했다"

중앙일보 2017.06.30 19:37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자신의 재판에서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특검팀의 질문에 막힘 없이 차분히 대답하고 질문이 모호할 땐 구체적인 시점과 상황을 되묻기도 했다. 
 

법정에서 메모해가며 변론 준비
변호인과 밝게 웃는 모습 보이기도
"정무수석이 다이빙벨 막을 수단 없다"

30일 법원에서 진행된 조 전 장관의 피고인 신문을 앞두고 특검팀에서는 조 전 장관이 '동정론'에 호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박영수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피고인 신문에서 눈물로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고인 신문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김상률(57)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과 조 전 장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수석에 대한 신문이 오전 10시10분부터 먼저 진행됐고 조 전 수석에 대해선 오후 3시 40분부터 심리가 이뤄졌다.
 
조 전 장관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출석해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신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준비했다. 책상 위에 몇 장의 자료를 올려두고 꼼꼼히 읽고 볼펜을 들어 수시로 메모했다. 옆에 앉은 변호인에게 메모를 보여주며 상의도 수차례 했다. 오후 3시를 넘겨서는 조 전 장관은 팔짱을 끼고 앉아 미소를 보였다. 변호인과 대화하면서 활짝 웃기도 했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연합뉴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연합뉴스]

 
조 전 장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의 쟁점은 정무수석과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관리했는지 여부였다. 특검팀은 조 전 장관에게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난해 9월 박영국 문예정책실장으로부터 '문체부 보조금 지원사업의 지원배제자를 선별하는 매커니즘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연달아 했다. 박 실장이 "연극 '개구리', 영화 '다이빙벨' 등이 문제돼 청와대에서 질책을 많이 받았다"고 진술한 조서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수석은 "그날 모든 실장의 보고를 연달아 받았다. 박 실장의 보고는 밤 10시를 넘겨 시작해 30분쯤 구두로 진행했다. 실장들의 업무 파악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보고라 내용이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이빙벨의 상영을 막도록 지시했는지"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며 다이빙벨 관련 일일 현황 보고서를 받아봤는지" 등을 질문했다. 
 
조 전 장관은 "다이빙벨이 허위 사실에 근거해 '혹세무민'하는 영화라 실수비에서 우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무수석이 이를 막을 수단도 없고 일일 현황 보고라는 게 있었다는 것은 문체부 장관이 되고 박 실장에게 보고 받아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이날 재판 내내 의자에 기대 앉아 자고 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조 전 장관의 피고인 신문 때는 깨어 나 재판을 지켜봤다. 김 전 실장은 많은 나이와 건강 문제로 블랙리스트 재판 때 주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 7명이 재판을 받는 '블랙리스트' 공판은 다음 달 3일 결심공판으로 모두 끝난다. 선고기일은 결심공판에서 정해진다. 법원 관계자는 "통상 결심공판 후 선고기일까지 2주쯤 걸리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일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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