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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금세탁 돕지 말라 … 만찬 직전 중국 때린 미국

중앙일보 2017.06.30 17:11 종합 2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을 찾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을 찾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한ㆍ미 정상이 상견례를 한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은행을 국제 금융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중국 때리기에 돌입했다.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중국 단둥은행을 자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이를 통해 단둥은행과 미국과의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시켰다. 미국 은행과 외환 송금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쫓겨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무부는 단둥은행에 대한 자금세탁우려기관 지정과 함께 북한과 거래한 리훙르(53), 쑨웨이(35) 등 중국인 2명과 다롄국제해운을 대북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단둥은행과 금융거래 전면 중단
BDA 이후 12년 만에 초강력 카드
중국 “미국의 잘못된 행위” 반발
CNN “트럼프·시진핑 허니문 끝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6일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을 수 시간 앞두고 시리아 폭격을 명령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시리아를 보라’는 무언의 메시지까지 전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간에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 행동이 어디까지 갈지를 시사했다는 뜻이다.
 
29일도 당시와 닮은꼴이다. 전격적인 중국은행 제재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을 앞두고 나왔다. 만찬 당일 미국 정부가 중국 인사와 은행ㆍ기업 제재를 발표한 것은 ‘우리는 중국까지 때린다’며 대북 압박 전선에서 한국은 이탈하지 말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지점.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지점. [연합뉴스]

 
단둥은행 제재는 재무부가 지난해 5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한 데 따른 조치다. 그때 북한의 자금 세탁을 돕는 제3국 금융기관이 발견되면 이들 금융기관까지 미국과 금융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단둥은행이 첫 케이스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자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한 적이 있다. 그래서 북한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은행을 때리는 조치는 이번이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미국이 BDA를 정조준하자 미국을 의식한 다른 은행들이 BDA와의 거래를 끊었다. BDA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며 위기를 맞았고 결국 예금 동결 조치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 정권이 굴리던 통치자금이 묶였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BDA 제재의 효과를 놓고 “당시 미국과 접촉했던 북한 인사들마다 하나같이 BDA의 예금을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본지에 귀띔했다. 이때문에 재무부가 ‘제2의 BDA’를 노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미국 정부는 이처럼 북한 돈줄을 죄는데 막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었지만 BDA 이후 다시 꺼내들지 않았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북한을 이유로 중국 은행ㆍ기업을 제재할 경우 내정 간섭이라는 중국 측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불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의 (북한 압박) 노력은 통하지 않았다”며 중국 때리기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국무부가 연례 인신매매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으로 주저 앉혔다. 재무부는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나 다름없는 단둥은행 퇴출 조치에 돌입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선임보좌관은 “트럼프 정부가 중대한 문턱을 넘었으며 베이징을 향해 미국이 북한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신호를 보이는 큰 단계를 밟았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29일 대북 자금 유입 차단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29일 대북 자금 유입 차단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

 
트럼프 정부는 단둥은행을 손본다고 발표하며 북한 압박에 전력투구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으로 가는 모든 자금을 차단하는데 전념하겠다”며 “중국에 있건 다른 곳에 있건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의 자금 통로가 되면) 우리는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성역은 없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 역시 지금은 대북 압박에 전념할 때라는 논리로도 읽힌다. 
 
워싱턴ㆍ뉴욕=채병건ㆍ심재우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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