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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진보 vs 보수 … 진영의 대리전쟁터 된 성주 소성리

중앙일보 2017.06.30 03:03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정석 내셔널부 기자

김정석 내셔널부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성주사드기지 인근에선 요즘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진보단체와 사드 배치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전쟁이다. 전투의 최전선은 기지로부터 2㎞ 정도 떨어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만들어졌다.
 
두 세력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공방전을 벌인다. 보수단체가 최근 이곳에서 집회를 벌이기 시작하면서다. 가장 규모가 컸던 22일에는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사드 철회와 평화를 기원하는 파란 리본이 가득하던 곳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됐다.
 
지금 소성리 마을회관은 누군가에겐 반드시 수호해야 할 ‘성지’이고, 또 누군가에겐 반드시 탈환해야 할 ‘고지’다. 하지만 두 세력이 매일 충돌하는 이곳은 경찰에겐 빠져나올 수 없는 ‘늪’ 같은 곳이다. 경찰은 이 충돌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권력을 시골마을에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7일 보수단체가 마을회관 앞 도로를 행진하려다 진보단체에 가로막혔을 때 경찰은 중간에 끼어 오도가도 못했다. 양측 모두 경찰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보수단체는 “정당한 집회 신고를 했는데 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진보단체는 “충돌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를 방조한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보수단체가 집회신고를 낸 기한이 다음달 13일까지지만, 또 다시 집회신고를 하면 이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충돌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을 수도 없다.
 
끝 없는 전쟁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 세력이 연일 공방전을 벌이고, 경찰이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입되는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이 상황은 결국 ‘불확실성’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결정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언제 착수할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사드는 부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유류와 장비를 반입하기 위한 군의 시도도 진행형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공권력이 쓸데없이 새는 것도, 미국과 중국의 의구심이 누적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최전선을 방치하면 마을회관을 넘어 더 밖으로 확대될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오면 이런 불확실성을 끝내줄 대책이 나올까. 
 
김정석 내셔널부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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