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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늘어나는 원두막?...생활밀착형 더위극복 아이디어

중앙일보 2017.06.27 16:05
27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의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서리풀 원두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햇볕을 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7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의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서리풀 원두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햇볕을 피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7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의 횡단보도 앞. 땡볕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원두막’ 안으로 모여 들었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2분 여 동안 그늘에서 땀을 식혔다. 원두막을 닮은 그늘막에는 서초구의 옛 지명을 따 ‘서리풀 원두막’이란 이름도 붙였다. 직장인 김미주(39)씨는 “가로수가 없는 교대역 사거리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들 횡단보도에 그늘막 조성 잇따라
폭염 덮쳤던 2013년 구청 공무원의 아이디어
동작구의 운동회 천막이 원조
더위에 취약한 빈곤층 지원도 잇따라

 
그늘막은 서초구의 횡단보도 앞과 버스정류장 등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름과 높이가 각각 3~5m 정도인 그늘막에는 성인 약 20명이 서 있을 수 있다. 서초구에만 120개가 설치돼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만 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여름 처음 두 곳에 설치한 그늘막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폭발적이었다. SNS를 통해 1000여 명의 주민들이 칭찬을 했다고 한다. 정경택 서초구 안전도시과장은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서 설치 장소도 주민 약 8만 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1차로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서초·방배경찰서로부터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자문도 받았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자치구들의 '생활밀착형' 무더위 대책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다보니 서민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늘막은 한 개당 30만~100만원선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편이다.
 
◇운동회 천막 재활용으로 시작된 그늘막
그늘막은 2013년 여름 서울 동작구가 처음 선보여 몇몇 자치구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아이디어다.
서울 동작구에 설치된 몽골텐트 안에 햇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사진 동작구청] 

서울 동작구에 설치된 몽골텐트 안에 햇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사진 동작구청]

 
동작구는 당시 운동회 행사 등에 쓰이는 천막을 재활용했다. 정정숙 동작구청 자치행정과장은 “우리 구청의 한 공무원이 ‘동주민센터가 보유한 천막으로 횡단보도 앞 햇볕을 가리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그 공무원은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2013년 여름의 폭염(여름 평균기온 32.3도) 중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땡볕 아래서 힘겨워하는 주민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동작구는 지난해 몽골텐트(가로·세로 3m, 높이 4m) 20개를 추가해 현재 천막·몽골텐트 34개를 갖췄다.
 
서울 금천구는 구청청사의 ‘썬큰광장’에 미술 조형물 같은 ‘우산 그늘막’을 설치했다. 색색의 우산 400여 개를 공중에 매달았다.
  
서울 금천구 청사 지하 1층 광장엔 400여 개의 우산이 공중에 매달려 그늘막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청] 

서울 금천구 청사 지하 1층 광장엔 400여 개의 우산이 공중에 매달려 그늘막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 금천구청]

 
◇어르신 무더위 쉼터 재정비
25개 자치구가 주민센터·경로당·복지관 등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무더위쉼터'도 새단장을 하고 있다. 무더위쉼터는 현재 서울 시내 3200곳이다. 2012년 시민들이 냉방시설을 갖춘 곳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서울 동대문구의 무더위쉼터.

서울 동대문구의 무더위쉼터.

 동대문구의 청사 1층 로비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았다. 청사 로비를 포함해 무더위쉼터 152곳을 운영 중인데 폭염주의보·경보 발령시엔 일부 쉼터는 휴일에도 운영한다. 
 무더위쉼터 101곳을 운영하는 용산구는 입구에 간판도 붙여 접근성을 높였다. 각 자치구의 무더위쉼터 위치는 서울안전누리(http://safecity.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파구는 섭씨 33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살수차 5대를 동원해 도로 바닥에 물을 뿌려 도시 열섬화를 예방한다.
서울 송파구는 섭씨 33도 이상 기온이 오르면 살수차를 동원해 바닥의 열을 식힌다. [사진 송파구청] 

서울 송파구는 섭씨 33도 이상 기온이 오르면 살수차를 동원해 바닥의 열을 식힌다.[사진 송파구청]

 
◇폭염에 취약한 빈곤층 지원
서울시의 폭염 대책은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 등의 기부(2억5000여 만원)를 받아 에너지빈곤층(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 1만 가구에 6월말~7월초 선풍기·쿨매트·방충망 등을 보급한다. 송준서 서울시 재난관리총괄 팀장은 “더위에 취약한 쪽방촌이나 65세 이상 홀몸어르신을 직접 방문해 건강을 살피는 ‘폭염 재난도우미’ 2만2000명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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