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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질환의 근원 염증 다스리는 ‘천 연 항염제’ 블랙커민시드

중앙일보 2017.06.27 00:02 7면
떠오르는 수퍼푸드 
 

블랙커민시드의 티모퀴논 성분
류머티즘·췌장염 등에 효과
단백질·불포화지방산 등 함유

‘이집트의 특효약’으로 불리며 2000년 넘게 약초로 쓰여 온 특별한 씨앗이 있다. 히포크라테스와 클레오파트라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즐겨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이 씨앗은 색깔이 검어 ‘지중해의 검은 보석’이라고도 불린다. 성경에선 이 씨앗에 대해 “밀보다 더 가치 있으므로 귀하게 취급하라”고 언급했다. 바로 블랙커민시드(Black cumin seed)다. 새로운 수퍼푸드로 떠오르는 블랙커민시드에 대해 알아본다.
 
블랙커민은 중동이나 서아시아에서 자라는 장미과 식물이다. 이 식물의 씨앗인 블랙커민시드는 기원전 1300년 이집트를 통치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 지방에선 민간요법으로 이 씨앗을 감염·감기·치통·편두통 등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블랙커민시드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활발하다. 블랙커민시드의 건강 기능 효과를 입증한 연구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940여 건에 이른다. 다른 씨앗류인 치아시드(140여 건), 햄프시드(250여 건)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198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블랙커민시드가 상부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블랙커민시드를 ‘미국 내 식품 어느 곳에 첨가해도 되는 원료’(EAFUS), ‘안전하다고 알려진 물질’(CFR)로 등재했다.
 
WHO, 호흡기질환 치료효과 인정
 
블랙커민시드가 산화·염증을 막고 고지혈증·당뇨병·암 같은 질환을 막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됐다. 그중 블랙커민시드의 항염 효과에 주목할 만하다. 염증은 다양한 질환의 근원이다. 염증 가운데 혈관에서 천천히 생기는 만성염증은 눈에 보이지 않고 염증을 만드는 동안 통증을 느끼지 못해 스스로 염증 생성 사실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성된 염증은 혈관·호르몬·신경계·신진대사 기능을 떨어뜨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뇌혈관질환 같은 대사증후군을 유발한다.
 
몸 상태가 좋거나 침입 물질이 적은 경우에는 염증 반응이 나타나도 대개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면 몸 곳곳에 염증성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쌓인다. 이는 질환으로 이어진다. 아토피피부염·크론병·치주염·피부염·관절염·췌장염·위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은 물론이고 당뇨병·고혈압·심혈관계질환·암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 우울증 환자의 혈액 속 염증물질 수치가 정상인보다 세 배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염증의 원인을 다스리는 게 중요한 이유다.
 
블랙커민시드의 핵심 성분은 ‘티모퀴논(thymoquinone)’이다. 티모퀴논은 ‘천연 항염제’ 역할을 한다. 티모퀴논은 다양한 염증성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을 제거한다. 염증 매개체(IL1·IL6)와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효소(COX-2)를 억제해 염증을 예방한다. 또 암·당뇨병·관절염을 억제한다.
 
티모퀴논의 건강 기능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대표적 염증 질환인 류머티즘의 증상을 티모퀴논이 개선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1년 국제학술지 ‘식물요법연구(Phytotherapy Research)’에 실린 논문 ‘류머티즘 환자에서의 블랙커민시드의 효과’에 따르면 30~54세 류머티즘 환자 40명에게 매일 티모퀴논 1g씩을 한 달간 투여했더니 류머티즘 지표(ACR20, EULAR)가 30~42.5% 줄었다.
 
티모퀴논은 항암 효과도 발휘한다. 2008년 미국 암연구학회에선 ‘티모퀴논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미국 키멀암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의 췌장암 세포주에 티모퀴논을 주입했더니 암세포의 약 80%가 사멸했다. 또 동물실험 결과 췌장암의 종양 크기가 티모퀴논 주입 후 67%나 작아졌다. 연구진은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티모퀴논은 췌장염을 완화시켜 췌장암 발병률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오일 담은 캡슐로 먹으면 더 안정적
 
블랙커민시드엔 티모퀴논 외에도 단백질·비타민B1·칼슘·철분 같은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오메가3·올레산·리놀렌산 같은 불포화지방산도 함유돼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지방을 줄이고 체내 인슐린 수치를 조절한다.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늦춰 제2형 당뇨병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인도·유럽·터키 등지에선 블랙커민시드를 향신료로 사용하고 있다. 인도 약전(藥典)에선 하루에 블랙커민시드 1g 섭취를 권장할 정도다. 블랙커민시드에서 짜낸 오일에도 티모퀴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블랙커민시드 특유의 맛·향이나 식감 때문에 씨앗을 섭취하기 불편한 사람이라면 오일 형태가 적당하다. 블랙커민시드를 오일로 섭취하면 씨앗보다 티모퀴논의 소화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블랙커민시드오일의 경우 하루 3~4방울 섭취가 권장된다. 단 티모퀴논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블랙커민시드오일이 공기에 오래 노출돼 산화하면 티모퀴논이 공기 중으로 날아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최근엔 오일보다 티모퀴논을 더 안정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가공한 캡슐 형태 제품도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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