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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나는 깨끗하다"...'해충' 바퀴벌레가 억울한 까닭은?

중앙일보 2017.06.26 14:20
(왼쪽부터) 박민혁·박준혁·이웅찬 학생기자

(왼쪽부터) 박민혁·박준혁·이웅찬 학생기자

“윙~” 여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모기. 물리면 가렵고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는 성가시기만 합니다. 게다가 어떤 모기는 질병을 옮기기도 하죠. 모기는 우리가 해충(害蟲)이라고 부르는 벌레 중 대표급이죠. 또 어떤 해충이 있을까요. 냄새 나는 쓰레기를 좋아하는 파리, 어두운 곳에서 슬금슬금 기어 다니는 징그러운 바퀴벌레도 ‘해충’하면 떠오르는 것들이죠. 해로운 벌레라는 뜻의 해충. 정말 나쁜 녀석들인 걸까요? 혹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서울대학교 곤충계통분류학연구실의 ‘곤충 박사’ 이승환 교수님을 만나 해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습니다.
 

[커버스토리]낱낱이 파헤쳐주마, 해충의 실체

 
 
 
글=최은혜·이다진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 스튜디오)
동행취재=이웅찬(경기 무원초 4)·박민혁(경기 구봉초 4)·박준혁(경기 구봉초 6)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곤충 전문가 이승환 교수(왼쪽에서 셋째)를 만나 해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박준혁·박민혁·이웅찬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곤충 전문가 이승환 교수(왼쪽에서 셋째)를 만나 해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박준혁·박민혁·이웅찬 학생기자.

여러분 안녕? 나는 여러 가지 곤충을 연구하고 있는 곤충학자랍니다. 편하게 곤충 박사님이라고 불러도 좋아요. 오늘 해충에 대해 알고 싶어서 나를 찾아왔다고요? 좋아요. 그럼 먼저, 어떤 곤충을 해충이라고 하는지 생각해볼까요.  
 
흔히 알고 있는 모기, 파리, 바퀴벌레는 왜 해충이라고 불릴까요. 사람을 물고, 밥상에 자꾸 날아들어 귀찮게 하고, 징그럽게 생겨서 소름 돋게 하고, 무엇보다도 병균을 옮기죠. 매년 수십만 명을 죽게 하는 말라리아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는 모두 병균을 가진 모기를 통해 감염됩니다. 여러분이 아기였을 때 따끔한 일본뇌염 예방주사를 맞은 것도 일본뇌염 모기에 물릴 경우를 대비하는 거랍니다.  
 
어떤 해충은 애써 기른 농작물을 먹어치워서 ‘나쁜 벌레’로 손가락질받아요. 벼메뚜기와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 배추흰나비 애벌레 같은 것들이죠. 이 벌레들이 마음껏 식사하도록 그냥 놔둔다면 사람이 먹는 식량의 3분의 1은 사라져버리고 말 겁니다. 꽃을 시들게 만드는 곤충도 있어요. 진딧물은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어서 식물이 영양분을 뺏기고 말라죽게 만듭니다. 우리가 먹어야 할 쌀과 밀가루, 배추 등 식량을 빼앗아가고 정원에 가꾼 예쁜 장미와 숲의 멋진 나무들을 죽게 하는 이 녀석들, 당연히 해로운 곤충이라고요?  
 
그렇다면 이로운 곤충, 다시 말해 익충(益蟲)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땅속·물속의 오염물질을 청소해주고,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음식이 되어주고, 또 꽃이 필 수 있도록 꽃가루를 이쪽저쪽으로 옮겨준다면 익충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겠죠? 그런데 잠깐. 모기, 파리, 바퀴벌레, 벼메뚜기, 거저리, 배추흰나비 등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걸요! 
 
채집망으로 풀과 나무 근처를 훑으면 쉽게 곤충을 잡을 수 있다. 채집된 곤충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채집망으로 풀과 나무 근처를 훑으면 쉽게 곤충을 잡을 수 있다. 채집된 곤충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물속에 살면서 물과 함께 더러운 물질을 먹고 몸속에서 분해시킵니다. 파리의 애벌레인 구더기도 마찬가지죠. 땅속 쓰레기를 청소해줍니다. 우리가 더럽힌 하천과 흙을 대신 정화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에요. 배추흰나비 역시 애벌레 시절에는 배춧잎을 갉아먹는 골칫덩어리지만, 다 자라서 나비가 되면 꽃가루를 옮겨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아한 하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죠.  
바퀴벌레는 단백질이 풍부해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으악! 바퀴벌레는 먹는다니!” 하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친구들도 있네요. 하지만 생김새가 징그럽다는 것도 우리의 선입견에 불과할 수 있어요. 부모님이 어린이였던 시절, 농촌에서는 메뚜기를 잡아서 먹는 일이 흔했는걸요. 밀웜이라고도 불리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동물의 먹이로 쓰일 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도 이미 개발됐습니다. 새우랑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해요. 사육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적고 영양소도 풍부한 식용곤충이 앞으로는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해충’은 없어요. 우리가 해충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구가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놓기 때문이죠.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는 곤충일지라도 자연에는 이로운 일을 하기도 하니까 해충인지 익충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자연 속에서는 모든 벌레가 반드시 있어야 할 소중한 생명체들이죠. 우리가 집에서 보는 바퀴벌레는 야생에 사는 바퀴벌레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산 속에 사는 바퀴벌레들은 썩은 나뭇잎과 곰팡이 등을 먹고 살아요. 해충인 줄만 알았던 녀석들에게 누명을 씌운 것만 같아 왠지 미안해지네요. 
 
곤충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알고 보면 인간이 초래한 결과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하루살이와 깔따구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산책하기 불편하고 징그럽다고 싫어하는데요. 더러운 물을 좋아하는 하루살이와 깔따구가 많아진 건 우리가 하천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동안 남쪽 지방에만 살던 말매미가 눈에 띄게 많아지기도 했는데요. 말매미는 매미 중에서도 울음소리가 큰 편에 속해 소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채집된 곤충을 살펴보는 학생기자단. 

채집된 곤충을 살펴보는 학생기자단.

특히 곤충들이 원치 않게 자기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게 될 때 ‘해충’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곤충들은 사는 환경이 바뀌면 본능적으로 출산을 많이 하는데다가, 새로운 곳에는 천적이 없어 빠르게 개체수가 늘어나거든요. 지나치게 많아진 곤충들은 토종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미국에서 건너와 우리나라 소나무들을 죽이고 있는 재선충이 대표적인 사례에요. 선녀벌레도 원래 우리나라에 살던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고향을 떠나온 미국선녀벌레는 온 동네를 장악하고는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어 말썽쟁이가 됐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알락하늘소, 썩덩나무노린재, 콩진딧물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건너간 벌레가 골칫거리죠.
 
‘검역’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친구라면,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밖으로 나가기 전에 검역하는 모습을 봤을 텐데요. 가공되지 않은 채소나 과일, 화초 같은 식물과 육류 등은 해외에서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됩니다. 과일 안에 숨어 있던 벌레 등이 우리나라 생태계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외국에 갔다가 돌아올 때에는 가방이나 옷 등에 자신도 모르게 벌레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또, 곤충과 함께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징그럽고 불편하다고 해서 농약이나 살충제로 벌레를 모두 죽인다면 그 벌레들이 주는 이로움도 받을 수 없게 돼요. 농약은 천적들도 같이 죽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천적이 없어진 벌레들이 살아남아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고요. 상추쌈을 먹다가 혹은 과일을 먹다가 조그만 벌레가 붙어있는 걸 본다면 ‘아, 농약을 많이 쓰지 않고 기른 거구나’ 생각하고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우리가 지구에서 사는 동안은 벌레와 함께 사이좋게 살아나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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