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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가족의 탄생] "둘이 키워도 힘든 아이 혼자 키우는 싱글맘, 응원해주세요"

중앙일보 2017.06.26 03:00
  중앙일보의 디지털 광장 시민마이크는 디지털 다큐멘터리 『新가족의 탄생: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를 연재합니다. 이 땅에 가족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전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14개월 아이 보리(가명·여)를 키우는 싱글맘 김현아(가명·35)씨 이야기입니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김현예·이유정 기자, 조민아 멀티미디어 제작, 정유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3년) peoplemic@peoplemic.com

"결혼해도 아이는 없다"던 나, 지금은 정반대 삶
임신 직후 부터 낙태·입양 고민했지만 책임지기로
싱글맘, 둘이 해도 힘든 육아 혼자 해내는 사람들
"아빠는 어딨어요" 묻기보단 배려와 응원해주길



  1막, 가족의 탄생

  너를 만나기 까지
  저는 한살 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주변 엄마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를 부모님과 셋이서 키우고 있다는 점이지요. 사람들은 저를 싱글맘 또는 미혼모라고 부릅니다.  
 
  사실 저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던 제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던 저는 3년 전 훌쩍 떠난 여행지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보리가 생겼어요.  삼십대 초반 저는 병원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란 진단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제 몸에 생명이 깃들었다는 걸 알게 되자 도저히 포기할 수 없더군요. 아이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무수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숱한 갈등 끝에 결국 아이를 홀로 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보리를 낳기 전날까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미혼모들 앞엔 극단적인 선택지가 항상 놓여 있어요. 낙태를 하거나 낳자마자 입양 보내는 것이지요. 저 자신이란 산을 겨우 넘고 나니 더 큰 산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요. 저희 부모님은 옛날 어르신들 흔히 그러시듯 “딸이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하셨어요. 함께 살고 있던 집을 나와 미혼모 기관에 입소할까 고민을 할 정도 였어요.
 
  운명이라면 운명일까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머니가 암 3기 판정을 받으셨어요. 죽음의 기로에 선 어머니는 새 생명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보리가 태어나기 한달 전 수술을 받으신 어머니는 아이가 태어난 후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마치 온 우주가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저희 가족에게 찾아 온 선물, 보리를 받아들이라고요. 
 
  평소 말 없으시던 아버지는 아이 첫 돌 때 성경책 한 권을 내밀으셨습니다. 제일 앞장을 펼치자 꼭꼭 눌러 쓴 아버지의 필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랑하는 보리야,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 건강하게 자라다오….' 저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2막, 오늘
  
  아픈 한 마디… "아이 아빠는?"
  막 14개월에 접어든 보리는 나날이 예쁜 짓이 늘고 있어요. 손톱 같은 이가 벌써 8개나 났답니다. 이유식도 잘 먹고 “엄마”, “까까” 말도 제법 해요. 부모님과 저는 보리 때문에 웃는 시간이 하루 하루 늘고 있어요.
 
 지난 2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아씨는 작은 성경책을 들고 나왔다. 그의 아버지가 손녀 보리(14개월·여)에게 사준 첫번째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싱글맘이란 사실을 주변에 다 이야기 했는데 부모님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셨다"며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최정동 기자

지난 2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아씨는 작은 성경책을 들고 나왔다. 그의 아버지가 손녀 보리(14개월·여)에게 사준 첫번째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저는 싱글맘이란 사실을 주변에 다 이야기 했는데 부모님은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셨다"며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최정동 기자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우리 가족의 현실이 불쑥 불쑥 다가옵니다. 얼마 전 아이 예방접종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어린 시절 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언제 결혼했니?” “그럼 아이 아빠는?” 당연한 것처럼, 쇳덩이 같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졌습니다. 담담하게 답을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딜가든 사람들은 엄마가 있으니 당연히 아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집이 있는데도요. 흔히 미혼모 하면 청소년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30대 싱글맘이 많아요. 원치 않게 아이를 낳았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데 저처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요.
 
  정부에서 복지 지원을 받을 때도 죄인 같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저는 현재 육아와 건강 문제로 일을 잠시 쉬고 있습니다. 한 달에 받는 정부 지원이 보리와 저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에요. 임신 때 '한부모 가정' 지원을 물어보려고 주민센터에 갔을 때 일이에요. 담당 직원이 배부른 저를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큰 소리로 “미혼모냐” 묻더군요. 저는 다른 민원인들이 오가는 공간에서 “맞다. 그런데 지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지원을 받으려 한다”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저는 싱글맘인 것이 창피하지 않아요.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텐데 어떻게 주민센터에 조용한 상담소 하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글맘에 대한 인식 전환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과도 맞닿아 있어요. 두 사람이 키우기도 힘든 아이를 싱글맘들은 홀로 기르고 있어요. 이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서요. 그런 엄마들에게 비난 보다는 응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학업, 취업, 결혼과 출산 등 '해야만 하는' 삶의 순서가 정해져 있지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순서 또한 달라질 수 있는 가라고 생각해요.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낳는 순간 학업을 중단하고 그 이후의 모든 과정을 포기한 사람으로 간주되곤 해요. 단지 출산이 앞당겨졌다고 해서 죄의식을 주고 불행한 것으로 규정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3막, 내일
 
  아이 크면 함께 여행 다니고파…나에게 가족이란 '희망'
  아이가 커가며 주변에서 친구들이 묻는 날이 오겠죠. “너는 왜 아빠가 없니”라고. 요즘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해줄지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저는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려고요. “우리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아빠와 같이 살지 않을 뿐이다”라고요. 인생이 제 마음대로 되진 않았지만 지금 저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며 살거든요. 그런 것처럼 아이에게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보리가 빨리 커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제 꿈은 아이와 함께 세계 여러 곳을 최대한 많이 여행 다니는 것이랍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가치관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한국은 아직 선입견이 많은 나라 같아서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분류하고 판단하는 것이 일상처럼 돼 있지 않나요.
 
  저에게 가족이란 ‘희망’ 그 자체예요. 극단적인 생각을 한 순간마다 저를 붙잡아 주고 일으켜 세워주는 존재였기 때문이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상 속에서 보여주고 서로에게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의 가족은 누구인가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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