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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본·대] 벤처창업가 많은 대학 서울·한양·인하대, 비수도권 1위는?

중앙일보 2017.06.24 05:00
한양대 경영대 건물 3층 비즈니스랩에서 이재홍(25ㆍ왼쪽)ㆍ김은진(24)ㆍ강희윤(26)씨가 조별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 강의식 수업은 전혀 안 받고도 창업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학점을 인정 받는다. .한양대는 창업 준비 학생들을 위해 이 곳을 벤처 사무실 처럼 꾸몄다. [중앙포토]

한양대 경영대 건물 3층 비즈니스랩에서 이재홍(25ㆍ왼쪽)ㆍ김은진(24)ㆍ강희윤(26)씨가 조별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 강의식 수업은 전혀 안 받고도 창업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학점을 인정 받는다. .한양대는 창업 준비 학생들을 위해 이 곳을 벤처 사무실 처럼 꾸몄다. [중앙포토]

불황과 취업난의 시대, 청년 창업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청년 창업은 본인에겐 ‘취업 절벽’을 뚫을 수 있는 돌파구인 동시에 우리 경제 전반에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활력소로 주목 받고 있지요. 새 정부도 '일자리 추경'에 청년창업펀드 5000억 원, 창업기업융자 6000억 원을 반영하는 등 관심이 크죠.
  

창업 강좌 이수자 1위 호서대, 창업 실습 한양대
창업 동아리 수는 동의대, 참여 학생은 조선대

현역 기술벤처 대표는 서울대>한양대>인하대 순
영남대는 비수도권 대학 중 창업자 가장 많아
졸업생 수 감안하면 경일대가 전국 2위

대학도 변모하고 있습니다. 교양·전공 교육, 취업 지원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창업을 꿈꾸는 학생에게 도움될 만 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어요. 랭킹과 통계를 통해 국내 대학의 창업 교육, 그리고 각 대학의 성과 등을 짚어봅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창업 강좌 1위 호서대, 실습 강좌 한양대, 동아리는 조선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매년 각 대학의 산학협력·창업 활동과 관련 교육 실태를 조사합니다. 조사 결과는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대학 알리미)에 공개됩니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15년 한해 전국 4년제 대학들이 개설한 창업 강좌를 이수한 학생은 총 17만1566명에 이릅니다. 
 
전국 대학 중 창업 강좌를 이수한 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은 호서대입니다. 2015년 1·2학기 동안 총 49개 강좌가 개설돼 1만2424명의 학생이 이수했습니다. 호서대는 국내 최초로 벤처학과를 설립한 학교로, 벤처정신을 강조하는 대학이죠.
 
2위는 한양대 서울 캠퍼스(7379명)입니다. 한양대의 특징은 이론 위주의 수업(6120명) 뿐 아니라 ‘실전’에 대비하는 실습형 강좌(1259명)가 많다는 점입니다. 전국 대학 중 실습형 창업 강좌를 이수한 학생 수가 가장 많죠. 아무래도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론 수업 보다 실습이 낫겠죠? 아쉽게도 2015년 각 대학의 실습형 강좌를 수강한 대학생은 전체 창업 강좌 이수자 10명 중 한 명(11.3%)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에게 동아리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같은 꿈을 품은 동료들과의 협업ㆍ소통을 통해 용기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서죠.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에 총 3318개의 창업 동아리가 있고, 이들 동아리에 2만3363명이 참여했습니다.  
 
창업 동아리에 참여한 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은 조선대입니다. 2015년 총 64개 동아리에서 842명이 활동했습니다. 이어 동의대(732명), 경일대(654명), 동서대(593명), 영남대(544명) 순으로 많았습니다. 동아리 수로 따지면 동의대(163개), 원광대(122개), 영남대(75개), 한양대(70개), 조선대(64개)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벤처 창업가 배출 1~3위 서울ㆍ한양ㆍ인하대
그렇다면 대학 졸업 후 실제로 벤처 창업가로 활동 중인 동문이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아쉽지만 대학 정보공시로는 재학생의 창업 실적만 알 수 있을 뿐 졸업생의 창업 활동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없답니다. 대학에서 창업을 준비했던 학생도 실제 창업은 졸업 뒤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어요.
 
대신 참고할만한 다른 자료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 본지는 기술보증기금에 기술벤처 대표들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고 있어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 인증을 받고 있는 기술벤처의 대표 1만여명(대졸 이상)을 집계·분석하는 방식입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에 따르면 벤처기업 대표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서울대(503명, 2016년 조사)입니다. 서울대는 성공한 벤처 동문과 이들을 육성한 든든한 교수들이 많기로 유명한 학교죠.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키운 권욱현ㆍ김원찬 사단이 대표적인데요. 권 명예교수는 변대규 휴맥스 대표,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 김용훈 파인디지털 대표를 길렀습니다. 김 명예교수의 제자로는 민동진 멜파스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 등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많은 대학은 한양대(490명)입니다. 한양대는 예전부터 교수가 학생에게 창업을 장려하는 풍토가 있었다고 하네요. '창업가 동문'의 결속력도 유명합니다.  500명 넘는 졸업생이 참여하는 ‘한양벤처동문회’의 한양엔젤클럽은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열어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비즈니스 허브데이도 두달에 한번 열린다고 하네요. 
 
창업자 수가 셋째로 많은 인하대(417명)은 창업보육을 위한 창업지원센터가 교내에 5곳이나 있죠. 벤처기업에 사무실로 제공하는 공간만 축구장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 3월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창업 서바이벌인‘비더로켓(Be the Rocket)’에서 박원녕씨가 드론을 이용해 건축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대가 주최하는 비더로켓은 출신 학교, 나이와 상관없이 신생 스타트업이면 참가 가능하다. 각 심사에서 매겨진 순위에 따라 팀별로 지원금을 받고, 사무실과 식비와 사무보조인력도 제공 된다. 특허ㆍ법률ㆍ회계 자문도 이뤄졌다. 첫 해인 1기의 본선팀 7개 중 4개가 24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창업 서바이벌인‘비더로켓(Be the Rocket)’에서 박원녕씨가 드론을 이용해 건축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대가 주최하는 비더로켓은 출신 학교, 나이와 상관없이 신생 스타트업이면 참가 가능하다. 각 심사에서 매겨진 순위에 따라 팀별로 지원금을 받고, 사무실과 식비와 사무보조인력도 제공 된다. 특허ㆍ법률ㆍ회계 자문도 이뤄졌다. 첫 해인 1기의 본선팀 7개 중 4개가 24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중앙포토]

  
비수도권 1위 영남대, 졸업생 규모 감안하면 경일대
창업은 수도권 대학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서울·한양·인하대에 이어 벤처 창업가가 많은 대학은 영남대(395명)이에요.
 
영남대는 2013년부터 수업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사업에 나서는 창업 동아리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이 결과 2013년 27개였던 창업 동아리가 지난해 96개로 늘었습니다. 이중 58개 동아리는 실제 창업했고요. 2015년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한 우상범 씨는 스마트폰으로 집안 조명을 제어하는 신기술로 창업했는데, 그 역시 창업 동아리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진 말씀드린 랭킹은 학교 규모(학생 수)를 무시한 단순 집계입니다. 졸업생 수가 적은 대학에겐 ‘불공평’한 방식이죠. 그래서 한 해 졸업생 규모를 감안한 지수 형태(벤처기업 대표 ÷ 의학계열을 제외한 한해 졸업생)로 랭킹을 재작성했습니다. <두번째 표 참조>
 
졸업생 규모를 감안한 랭킹에서도 1위는 서울대였습니다. 그런데 2위부터 변화가 있습니다. 2위 대학은 경북 경산의 경일대로 나타납니다. 경일대는 한해 졸업생 약 1000명의 ‘작은 대학’이지만 지난해 기술벤처 대표로 활동 중인 졸업생이 199명에 이릅니다.  
 
경북 경산의 경일대 캠퍼스 내에 있는 시제품 제작소 ‘아이 메이크’에서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3D프린터로 스노클링 부품 모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장비 전문가가 학생을 돕는다. [중앙포토]

경북 경산의 경일대 캠퍼스 내에 있는 시제품 제작소 ‘아이 메이크’에서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3D프린터로 스노클링 부품 모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장비 전문가가 학생을 돕는다. [중앙포토]

경일대를 처음 듣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5년 본지 대학평가 당시 함께 일했던 박유미 기자가 직접 경일대를 찾아갔습니다. 학교를 살피고 돌아온 박 기자는 “한 마디로 ‘창업 공장’”이라고 설명하더군요.
 
경일대는 근로자를 위한 개방대학ㆍ산업대학을 거쳐 1996년 일반대학으로 전환했습니다. ‘창업·산학협력의 DNA’를 갖춘 셈이죠. 2011년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는데, 총장 직속의 2개 사업단을 비롯해 4개의 창업센터·지원팀이 가동 중입니다.  
 
경일대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마련된 3D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등을 활용해 자유롭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학내 공장에서 제품 생산도 가능합니다. 학교에서 사무실을 무료 임대하고요. 지난 6년 간 총 218개 아이템의 사업화를 추진했고, 215개 팀이 실제로 창업했답니다.
경북 경산시 경일대 캠퍼스의 교내 시제품 제작소 '아이메이크'에서 창업동아리 '마이크로 아카데미' 학생들이 시제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북 경산시 경일대 캠퍼스의 교내 시제품 제작소 '아이메이크'에서 창업동아리 '마이크로 아카데미' 학생들이 시제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일대의 특징은 졸업생이나 외부인에게도 학교의 창업 지원이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로봇응용학과 졸업생 김광태(46) 대표는 방화문 자동개폐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를 창업했습니다. 그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은사인 교수, 기술보증기금 출신의 창업자문위원을 만나러 모교를 찾습니다. 김 대표는 “엔지니어들이 창업하면 회사 관리가 쉽지 않은데 두 멘토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학교를 떠나서는 창업 성공은 꿈도 꿀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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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절벽’의 대안으로 창업이 자주 거론되지만, 실제로 청년들이 창업에 성공하기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때문에 학생에게 기업가 정신과 창업에 필요한 지식·노하우를 가르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보다 많은 대학이 창업의 꿈을 품은 학생을 적극 지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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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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