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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10곳 중 7곳 토지 확보 못 해 표류 중

중앙일보 2017.06.24 00:02
투명성 높이려 주택법 개정했지만 위험 요소 그대로... 조합 가입 전 토지 확보율 반드시 확인해야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최근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감도.

최근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감도.

2년 전 경기도 하남시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합원이 된 A씨. 1000가구가 넘고 무엇보다 시세보다 20% 싸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해 서둘러 가입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아파트 부지(토지) 확보를 못 해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주택조합 측은 최근 A씨에게 사업비 상승을 이유로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A씨는 2년 전 이미 분양가가 확정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업 지연으로 금융비용이 늘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주변 시세나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10~20% 저렴한 아파트. 좋은 층·향·동을 직접 고를 수 있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아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바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다. 실제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분양가가 저렴하고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거짓·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법(주택법)을 고쳐 거짓·과장 광고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거짓·과장 광고는 다소 줄겠지만 그렇다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안고 있는 위험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점 많지만 위험성도 높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같은 지역 거주민 중 무주택자 또는 전용 85㎡ 이하 1주택자가 모여 조합을 만든 뒤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사업이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조합원이 되려면 동일 광역생활권(도 단위)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경기·인천을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인정한다.
 
주민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조합이 아파트 개발 사업을 맡는다는 점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재개발·재건축과 비슷하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 구조가 단순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추진위원회 ▷안전진단 ▷관리처분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를 밟는 데만 평균 5년 정도가 소요된다. 주민이 의기투합하면 이보다 더 짧아질 수 있지만 자칫 주민 간 이견이라도 생기면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구역 지정 후 조합을 만들고 사업·분양승인만 받으면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사업 속도가 평균 5년 이상 빠른 셈이다.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위한 문턱도 그리 높지 않다.
 
사업 절차가 단순하고 주민이 직접 아파트 개발 사업을 맡기 때문에 분양가가 주변의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저렴한 것이다. 분양대행회사인 엠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부동산 개발 회사(시행사) 마진이 없고 사업 속도가 빨라 그만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합원 자격만 된다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조합원이 돼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보통 수십대 1에 이르는 치열한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장점 덕에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최근 2~3년 새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104곳(6만9150가구)에 이른다. 2011년(10곳·5566가구)의 10배가 넘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그러나 까다로운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관리·감독 규정이 약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허위·과장 내용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승인도 받지 않은 사업장인데 아파트 규모나 가구 수가 확정된 것처럼 소개해 조합원 가입을 유도한 것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사업승인을 받아야만 아파트 규모나 가구 수가 확정된다. 하지만 일부 조합은 확정되지 않은 예상 조감도를 사용해 마치 건축물의 규모가 확정된 것처럼 홍보해 조합원을 모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A사업장은 사업승인은 물론 조합도 설립하지 못했는데 안내 책자와 현수막에 ‘1500가구’, ‘59㎡’, ‘84㎡’ 등 아파트 규모나 개별 주택의 면적이 확정된 것처럼 광고하다 적발됐다.
 
지역주택조합 관련법 손질해야
 
토지 확보를 충분히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토지를 모두 확보한 것처럼 소개하다 적발된 곳도 있다. B사업장은 ‘부지 90%’ 확보 등으로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주택 건설 대지의 40%에 해당하는 토지만 확보한 상태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승인 과정에서 아파트 규모가 축소되면 신청한 동·호수 아파트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분양 물량 감소로 분양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기자 정부가 주택법을 고쳐 6월 3일부터 조합원을 모집할 때 먼저 관할 시·군·구에 모집 주체와 공고안, 사업계획서 등 증빙서류를 내고 신고필증을 받도록 했다. 또 시공사 선정이나 조합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한 계약 체결 등 중요 사항을 의결하려면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총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 덕에 불법 플래카드 등은 줄었지만 과대·과장 광고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여전히 관리·감독 규정이 약해,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소비자 스스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살펴봐야 할 게 토지 확보 여부다. 사업에 필요한 만큼 땅을 확보하지 않아도 조합원 모집이 가능한데, 땅 일부만 사들인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곳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땅을 확보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 땅을 모두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5~15년 조합이 설립된 전국 155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중 실제로 아파트를 지어 입주까지 마친 곳은 22%(3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21개(78%) 사업장은 대부분이 땅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사업을 승인 받으려면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토지 확보가 원활하지 않으면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그 피해를 조합원이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매입비가 예상보다 많이 들거나 금융비용이 상승하면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스스로 관할 지자체나 민원24·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molit.go.kr) 등에서 조합원 인가·사업 승인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주택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 확보 실패 등으로 사업이 표류하는 등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법을 추가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교수는 “땅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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