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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 "북핵 위협앞 사드 늦추는 韓 정부 논리 이해 못해"

중앙일보 2017.06.20 18:43
 미 보수파의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인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20일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일(핵·미사일 개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늦추려고 하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美 CFR 회장, 고등교육재단 특별강연
트럼프가 "존경하는 스승" 칭한 보수학계 거물
웜비어 사망엔 "美 국민 생명 위협 체제, 묵과 못해"

방한 중인 하스 회장은 이날 오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 특별강연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로 인해 양국 간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드 배치를 늦추는 것이)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misinterpreted by North Korea) 걱정스럽다”며 이처럼 답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한국이 결단해야 할 문제(determine)이며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할 문제”라고도 말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는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결정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몸 담고 있지는 않지만, 외교 안보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일하게 외교안보계 인사 중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스 회장은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선 중동정책 선임보좌관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하스 회장은 “북한이 지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 또 잠재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볼 때 사드 배치는 완전히 정당화가 된다”고 배치 정당성도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 제어를 위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을 노렸다면 벌써 몇 년 전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가 불만이라면 중국은 북한에 더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돼 있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21)가 19일(현지시간) 사망한 데 대해 하스 회장은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매우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추상적이거나 지정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이 미국 내 정치적 의견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젊은 청년이 북한에 갔다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것은 미국인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 체제를 계속 내벼려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94년 당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했던 하스 회장은 “외교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완전히 잘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당시 무력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무력 사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차악이지만, 환경을 조성해 협상을 진행하고 북핵 능력에 어느 정도의 상한선을 긋는 방법이 있다. 물론 외교적 수단을 최선을 다해 썼는데도 안 됐다면 다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화는 선의처럼 베푸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며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어야 협상을 통해 제재를 멈출 수 있다. 기한을 정해야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군사 행동을 취했듯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분명히 행동이 취해져야 한다”면서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그는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워싱턴 현지시간 29~30일)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을 갖고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엇인가 성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관계를 맺고, 다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양 측 모두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국내 정치 현실을 감안해 대화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 중국 문제, 한일관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될텐데 서로 간에 교집합이 있는지, 이견이 있다면 자국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대북 접근법에 차이가 있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북한에 대해 우려하는 바에 있어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이를 내세우기보다 최대한 공통분모를 찾고 정책을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미 본토에 가하는 위협이 커졌다는 상황은 누가 대통령이 됐든 명확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더라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관련된 내용(의견 차)은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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