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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의도한 사회 분열상 현실화하는 유럽

중앙일보 2017.06.20 17:49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핀스버리공원 모스크(이슬람 사원) 인근 무슬림복지센터 앞에서 발생한 반(反)이슬람 차량 테러범은  네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 대런 오즈번(47)으로 밝혀졌다. 
런던 북부 이슬람사원 인근에서 차량 돌진 테러를 일으킨 대런 오즈번. [페이스북]

런던 북부 이슬람사원 인근에서 차량 돌진 테러를 일으킨 대런 오즈번. [페이스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남서부 카디프 인근에서 5~16살 네 자녀와 함께 거주했던 오즈번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특이한 점이 없는 보통 시민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일 발생한 런던 브리지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즈번은 이번 무슬림 공격 전날 전날엔 거주지 인근 펍에서 이민 허용 정책을 성토하며 무슬림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민자 출신인 한 이웃은 “12살 난 우리 아이에게 오즈번이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 걸 봤다"고 말했다.

런던 모스크테러범 네 자녀 둔 47세 가장 "런던 브리지 테러후 무슬림 성토"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IS가 노리는 건 서방 사회의 균열
보복공격 늘며 극단주의가 다른 극단주의 낳는 악순환
"한 종교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 깊어가는 유럽의 고민

 
목격자들에 따르면 오즈번은 테러 직후 “무슬림들을 다 죽이고 싶다"며 “내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건 런던 브리지의 대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이날 공격으로 숨진 1명과 부상당한 11명은 모두 무슬림이다.
 
서방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민간인을 노린 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한 보복으로 무슬림을 공격하는 양상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테러를 통해 노리는 서방사회의 분열과 증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이슬람 공격을 집계하는 시민단체 MAMA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모스크 대상 공격만 100차례가량 발생했다.  
 특히 런던 브리지 테러 이후엔 반무슬림 증오범죄가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집계됐다. 
 독일에서도 지난해 100여개 모스크가 공격을 받았다. 미국에선 지난 1월 텍사스 오스틴의 이슬람센터와 모스크가 방화의 타깃이 됐고, 캐나다 퀘벡에선 백인 민족주의자가 이슬람 문화센터를 공격했다.
 극단주의가 또다른 극단주의를 낳는 악순환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IS 추종자들은 이번 핀스버리공원 테러가 발생하자 즉시 소셜미디어들에서 서방 사회가 무슬림들에게 얼마나 적대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선전전을 시작했다. 새로운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를 모집하는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다.  반면 영국 소셜미디어엔 “오즈번은 진정한 영웅이자 애국자다. 영국 안의 악에 대한 보복이 벌어져야 한다. 왜 더 큰 차량을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고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시민들이 느끼는 테러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일상화하고 있다. 핀스버리공원 테러 현장을 지나던 니콜라 시니어(43)는 “이 길을 지나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무슬림에 의한) 앙갚음이 있지 않을지 두렵다"며 “공원에 아이들과 같이 갈 수 있을지, 교회에 나가도 되는 건지 걱정된다. 이런 일이 늘 일어날 것 같다"고 BBC에 말했다.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이번 공격은 특정 공동체를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관용과 자유, 존중 등 우리의 공동 가치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종교지도자들은 “모스크나 교회, 유대 교회 등 한 종교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고 단결을 호소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 차량을 향해 돌진한 승용차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테러범은 급진 이슬람주의자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 차량을 향해 돌진한 승용차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테러범은 급진 이슬람주의자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한편 19일 오후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 차량에 승용차를 돌진시키며 폭발하게 만든 뒤 숨진 테러범은 이슬람주의자로 당국의 감시를 받던 아담 로트피 자지리(31)로 지목됐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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