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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친환경 농산물 공급...서울시 '먹거리 기본권' 실험

중앙일보 2017.06.20 16:00
서울 강동구 행복이든 어린이집(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위탁운영) 원생들이 전북 완주에서 올라온 친환경 농산품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 강동구 행복이든 어린이집(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위탁운영) 원생들이 전북 완주에서 올라온 친환경 농산품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 강동구 ‘행복이든 어린이집’의 밥상은 싱싱하다. 매일 전북 완주시에서 수확한 지 24시간이 안 된 채소와 곡물이 아이들의 밥상에 오른다. 지난 1일 강동구에 설치된 공공급식센터가 생기면서다. 서울시가 만든 공공급식센터가 농촌과의 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서 아낀 비용으로 친환경 식자재의 비율도 30%이상 올렸다. 농산물은 어느 농가의 누가 생산했는지, 육류는 언제 도축돼 얼마나 냉장 보관돼 있었는지도 확인이 가능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강선미 원장은 "앞으로 친환경 식자재 비율을 더 높여 아이들에게 더 건강한 식단을 꾸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공공급식센터 만들어 생산자-어린이집 이어
친환경농산품 사용률 70%로 끌어올릴 예정
탄산음료 자판기는 과일 자판기로
취약계층 노인에게는 영양꾸러미

강동구 외에도 서울시 24개 자치구에 농촌과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 식재료를 들여올 수 있는 공공급식센터가 설치된다.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서울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20일 밝혔다. 공공급식센터를 지어 자치구와 직거래할 농촌을 선정하는 데에 2019년까지 총 81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역아동센터 등 복지시설 친환경 식재료 70%로 높이겠다"
먹거리 마스터플랜은 아이들과 노약자들에게 좀 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서울시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시내 복지관·어린이집(전체 7338개소·5824개소 응답)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절반 이상 구매하는 어린이집은 22%(4943곳 중 1103곳), 지역아동센터는 13%(342곳 중 45곳)였다.
 
서울시는 공공급식센터에 들여온 농산물은 친환경 급식 사각지대에 있던 국ㆍ공립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복지시설에 납품한다. 시는 이들 기관의 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을 2020년까지 70%까지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귀남 서울시 식품안전과장은 “서울은 농촌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공급받고, 동시에 농촌에는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하여 농촌경제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탄산음료 자판기는 과일 자판기로
공공시설에 있는 탄산음료 자판기도 과일 자판기로 대체된다. 2020년까지 구청, 지하철 역사 50여 곳에 과일ㆍ채소를 구할 수 있는 판매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시내 모든 집단 급식소에서 적용하는 ‘식중독 예방 진단시스템’도 연내에 새롭게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시민이 서울시청 8층에 20일 하루동안만 임시 설치된 사과 자판기에서 사과를 뽑고 있다. [사진 서울시]

한 시민이 서울시청 8층에 20일 하루동안만 임시 설치된 사과 자판기에서 사과를 뽑고 있다. [사진 서울시]

경제적 취약계층의 먹거리 대책도 마스터플랜에 포함됐다. 65세 이상의 어르신 중 영양상태가 불균형하거나, 영양부족인 어르신 6000명에게 ‘영양꾸러미(식품패키지)’를 지원한다. 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 중 먹거리 지원이 필요한 시내 2만 가구에는 월 3만원 가량의 ‘식품바우처’를 새로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시로 들어오는 농ㆍ축ㆍ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검사도 강화한다. 현재 연간 1만 8000건에 이르는 도매시장 안전성 검사를 2020년까지 2만8000건으로 늘리고, 잔류 농약 검사항목도 285종에서 340종으로 늘린다.
 
 
서울시 먹거리 마스터 플랜
 
 
-서울 25개 자치구-농촌 1:1 직거래시스템 구축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 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 70%까지 인상
-공공시설 탄산음료 자판기→과일 자판기로 교체
-경제적 취약계층에 식품바우처·영양꾸러미 지원
-박원순 시장, '서울시민 먹거리 기본권' 선포
-식중독 예방진단 시스템 개발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서울시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했다. 박 시장은 “개인이 먹고 사는 문제는 더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짊어져야할 부담이자 책임이다”고 말했다. 이어 “먹거리 문제를 건강과 안전의 영역에 한정 짓지 않고 복지·상생·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이 20일 시청 다목적홀에서 시민 300여명과 함께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20일 시청 다목적홀에서 시민 300여명과 함께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했다. [사진 서울시]


◇높은 비용과 불안정안 수급 해결해야
 
문제는 실효성이다. 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가 의무적으로 공공급식센터로부터 친환경 식재료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설지가 미지수다. 현재 시행중인 강동구에서도 참여율이 20~30%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용 부담에 망설이는 단체도 많지만 인식이 개선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식재료의 엄격한 기준을 농가들이 통과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인증을 받기도 어렵지만 농약이 발견될 경우 인증이 취소되기도 한다. 이숙자 서울시의회 의원(바른정당·서초2)은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결품의 발생 등 현실적인 제약에 주의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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