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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임산부 오니 지하철 배려석 '번쩍'…지자체들 저출산 정책 '기발'

중앙일보 2017.06.19 16:33
야외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에서 나란히 선 부부. 부산에선 올해부터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사연을 받아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부산처럼 결혼식을 지원해주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사진 부산광역시]

야외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에서 나란히 선 부부. 부산에선 올해부터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사연을 받아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부산처럼 결혼식을 지원해주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사진 부산광역시]

지하철에서 임산부가 다가가면 불이 들어오는 전용석, 인생의 예비 '반쪽'들과 함께 봉사활동 하는 모임, 지역신문에 아이 출산 소식을 실어주는 이벤트…. 
 

저출산 기본계획 올해 지자체 시행계획
부산, 임산부가 지하철 전용석 오면 분홍 불빛
경기도, 미혼 모아 예비 '반쪽'과 봉사활동 주선
광주, 워킹맘 자녀에 여성 청년 학습 멘토 지원
충남 태안, 아이 태어나면 지역지에 축하 뉴스
지자체 관련 예산 올해 5조, 작년보다 7.6%늘어

19일 본지가 입수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 2017년도 지자체 시행계획’에 담긴 대책들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도래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자 광역·기초 가릴 것 없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제22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확정된 각 지자체의 올해 저출산·고령화 관련 예산은 총 5조원 규모다. 지난해 역대 최저 출생아 수(40만6300명)를 기록하자 '저출산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보다 관련 예산을 7.6% 늘렸다. 중앙정부의 올해 이 분야 예산(38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적지만 지자체 입장에서 적지 않은 규모다. 그만큼 지자체들도 위기감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결혼부터 보육까지 생애주기별 지원
일부 지자체의 타깃은 우선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이다. 경기도는 미혼 직장남녀 100명을 뽑아서 8월에 모임을 만든. 모임 이름은 ‘NEXT 경기 러브하트 봉사단’으로 토크콘서트나 강의를 듣고 봉사활동도 한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만남 주선 행사와 달리 이 모임은 1년에 네 번씩 자리를 갖게 된다. 김수연 경기도 인구정책 TF팀장은 “동아리 활동처럼 만남의 기회를 계속 갖고 자연스레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는 올여름 방학 기간에 워킹맘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을 시행한다. 워킹맘 자녀에게 청년 여성 학습 멘토를 지원하는 '청년 여성 멘토링 사업'이다. 워킹맘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면서도 청년에겐 일자리는 지원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 1월부터 모든 출산 가정에 'I-Mom 출산축아용품'을 선물하고 이싿. 3가지 선물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사진 인천시]

인천시는 지난 1월부터 모든 출산 가정에 'I-Mom 출산축아용품'을 선물하고 이싿. 3가지 선물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사진 인천시]

임신과 출산을 공개적으로 축하하고 격려하는 정책도 있다. 부산광역시는 임산부가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에 다가가면 자리에 분홍식 불빛이 들어오는 게 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임산부에게 나눠준 자동 인식 장치를 센서가 감지하게 하는 방식이다. 부산시의 이 '핑크라이트 캠페인'을 부산 지하철 3호선에서 올해 중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송진우 부산시 출산장려팀장은 "아직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신부를 자연스레 배려해주고 임신부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인천광역시에선 지난 1월부터 모든 출산 가정에 5만원 상당의 선물을 하고 있다.  'I-Mom 출산축하물품 지원'이란 이름으로 보행기 등 출산·육아용품이 들어 있다. 정숙이 인천시 출산정책팀장은 "출산물품 선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아무래도 출산 사실을 알고 축하해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그간 둘째 아이부터 주던 10만원 상당의 출산 선물을 다음달부터 첫째까지로 확대한다. 
제주도에서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수눌음 육아나눔터 내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이용하는 보육 시설이다. [사진 제주도]

제주도에서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수눌음 육아나눔터 내부.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이용하는 보육 시설이다. [사진 제주도]

'품앗이 보육' 차원의 정책도 늘어난다. 세종시는 엄마들이 재취업을 돕고 자녀 장난감·옷 등의 물물 교환을 도와주는 '행복맘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9월께 열 계획이다. 여기엔 놀이터와 도서관이 생기고 부모 모임방도 들어선다. 육아용품을 기증받아 세척·수리·배달까지 해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품앗이'란 의미의 '수눌음 육아나눔터'를 현재 10곳에서 올해 15곳으로 늘린다. 엄마들이 공동 육아 모임 등을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사회적 돌봄 공동체'도 현재 26곳에서 30개까지 확대한다. 


출산 장려 창작 뮤지컬 제작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을 바꿔 보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경남은 부부공동육아, 비혼동거가구 등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올해 제작해 방할 할 계획이다. 여성에게 떠넘겨지는 육아 책임을 확대하고 비혼 가구의 출산도 보듬겠다는 취지다. 
경기도는 지난 3월 국내 지자체 중에선 최초로 '인구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석달마다 도의원과 전문가·공무원 등이 참여해서 출산 정책을 논의하고 추진 사항을 확인한 뒤 곧바로 예산에 반영한다는 목표다.
부산에선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의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제작돼 무료로 공연되고 있다. 사진은 아빠 육아 참여를 다룬 뮤지컬. [사진 부산광역시청]

부산에선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의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제작돼 무료로 공연되고 있다. 사진은 아빠 육아 참여를 다룬 뮤지컬. [사진 부산광역시청]

부산은 2013년부터 해온 출산장려 창작 뮤지컬 제작·공연을 확대한다. '슈퍼 대디 최고봉'이라는 1시간 분량의 가족극이 영도구·기장군 등지의 지역문화회관에서 공연하고 있다. 가족의 소중함과 출산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내용인데 뮤지컬에 대한 호응이 높다.농 이밖에도 농어촌이 많은 전북에선 출산취약지에서 임산부 이송을 지원하고, 충남은 이동식 놀이교실을 운영한다. 
충남에선 지난해부터 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위해 이동식 놀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차량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장난감 등을 대여해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 충남도청]

충남에선 지난해부터 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위해 이동식 놀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차량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장난감 등을 대여해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 충남도청]

 
기초 지자체도 저출산 극복에 관심 늘어
충남 태안군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희망 가정에 한해 소망글과 아이 사진을 지역 신문에 게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태안군청]

충남 태안군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희망 가정에 한해 소망글과 아이 사진을 지역 신문에 게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태안군청]

광역뿐 아니라 기초 자치단체도 저출산 극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충남 태안군은 출산 가정이 희망할 경우 소망을 담은 글과 아이 사진을 지역 신문 2곳에 실어주는 '새 군민 탄생 축하 이벤트'를 최근 시작했다. 모든 주민들이 다함께 아이의 탄생을 축하해주면서 출산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전국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결혼장려팀을 만든 대구 달서구는 지난 4월부터 매주 1차례 예비 부부와 양가 부모를 상담하는 ‘맞춤형 결혼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결혼식'을 위해 공공장소 개방을 확대하고 9월에 웨딩축제도 예정이다. 지난해 말 구청이 마련한 행사에서 만난 커플이 지난달 결혼에 골인하는 경사도 있었다. 김순자 달서구청 결혼장려팀장은 "2호, 3호 부부가 나올 수 있도록 만남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충남 공주시는 예비부부 150명에게 풍진 검사 등을 지원하고, 전남 해남군은 미혼 남녀들의 1박2일 만남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 
대구 달서구청에서 올해 진행한 미혼 남녀 만남 주선 행사. 이러한 행사에서 만난 커플이 최근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사진 대구 달서구청]

대구 달서구청에서 올해 진행한 미혼 남녀 만남 주선 행사. 이러한 행사에서 만난 커플이 최근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사진 대구 달서구청]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출산 장려 정책에 나서야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진우 부산시 팀장은 "우리처럼 인구가 많이 줄고 있는 지역에선 저출산으로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 시 차원에서 저출산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싶어도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 중앙정부가 적극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중앙정부가 챙길 수 없는 저출산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소하려는 지자체가 많아졌다.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면서도 다른 지역의 좋은 정책은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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