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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폐지론 실질 통신비 인하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선데이 2017.06.18 01:08 536호 18면 지면보기
논란 이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
지난 13일 알뜰통신사업자협회 임원 10여 명이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건물 앞에 모였다. 국정기획위 앞에서 이들은 “인위적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알뜰폰 가입자 707만명이 통신3사로 이탈하고, 결국 알뜰폰 사업자들은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통신요금 할인 정책이 암초를 만났다. 가입자 당 기본료를 1만1000원 일괄 인하하면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전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하지만 통신요금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한 편인 데다가 실제로 가계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일괄 요금인하는 단말기 구입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실제 절감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알뜰폰 고사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요금인하 압박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실질적인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말기 값, 음원, 게임 아이템까지 통신료?
통계 수치만 보면 한국은 통신요금은 낮은데 전체 통신비용은 높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디지털이코노미 아웃룩’에 따르면 한국에서 ‘음성 188분, 문자 140건, 데이터 2GB’를 사용하는 데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25.3달러가 든다. 조사 대상 34개국(평균 37.76달러) 가운데 여덟 번째로 저렴하다. 반면 가계 통신비 부담 총액은 월 평균 148.39달러로 3위였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큰 곳은 일본(160.52달러)과 미국(153.13달러)뿐이다.
 
요금이 싼 편인데도 통신비가 많이 드는 것은 그만큼 데이터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미래부 조사 결과, 2014년 말 2.1GB이던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올 4월 4.7GB로 늘었다. 같은 기간 통계청 조사에서 가계 통신비는 월 15만350원에서 14만4000원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단말기 값과 콘텐트 비용까지 통신요금에 포함해 생각한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는 “한국 소비자가 받는 통신요금 고지서에는 단말기 대금, 음악 서비스 이용료, 부가서비스 요금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순수한 의미의 통신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녹색소비자연대가 발표한 이동통신업체 요금 비중 통계에 따르면 전체 통신비 가운데 순수 통신비는 54.6%에 그쳤다. 나머지는 단말기 할부금(21.2%)과 부가사용 금액(24.2%)이었다.
 
결국 정부의 압박대로 기본요금을 인하해도 실제 통신비 절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7000억원 수준이다. 기본료를 일괄 인하하면 매출이 7조2000억원 정도 줄어든다. 적자를 면하기 위해 통신업체들은 지난해 7조6000억원에 달했던 마케팅비를 줄일 것이다. 마케팅비의 상당 부분은 단말기 보조금이다. 통신요금이 낮아져도 단말기 구입비가 높아지면 전체 통신관련 지출은 눈에 띄게 줄기 어렵다.
 
단통법 도입 이후 통신업체 이익 두 배로
국정기획위원회는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미래창조기획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일 미래부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 또는 30%로 확대하는 통신료 인하방안을 국정기획위에 제출했다. 6만원 요금제 사용자라면 월 6000원의 요금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지만 ‘전 국민 대상의 보편적 인하 방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민간 기업인 통신업체에 요금 인하를 강요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통신료 인하에 나서자 당시 야당 소속인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에 근거하지 않으면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며 “대통령은 시장에 의한 자유경쟁을 강조하는데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는 어떤 법에 근거한 것이냐”고 따졌다. 8년이 지난 지금 여야만 바뀐 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셈이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늘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14년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대표적이다. 단말기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해 음성적인 보조금 과당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통신업체가 지원금을 30만원으로 묶는 결과만 가져왔다. 마케팅 비용이 급격하게 줄어든 덕분에 2014년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KT는 이듬해 단숨에 1조원 이상의 흑자로 돌아섰다. 통신3사 전체로도 영업이익이 2014년 1조6108억원에서 지난해 3조5976억원으로 급증했다.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요금인하를 밀어붙이는 새 정부도 문제지만, 과점 체제에 안주해 온 정책 당국과 통신사에도 책임이 있다”며 “선진국 통신업체들이 게임·미디어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동안 국내 통신 3사는 규제에만 의존해 수익을 누려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체는 규제에 안주해 혁신 외면
새 정부의 기본료 일괄 할인은 알뜰폰 업체의 목을 죄는 엉뚱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매달 5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헬로모바일의 ‘알뜰 25’ 요금제는 월 2만7500원이다. 같은 용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3G T끼리 35’ 요금제는 3만8500원으로 차이가 1만1000원이다. 두 요금이 같아지면 굳이 알뜰폰을 쓸 이유가 없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7월 도입된 알뜰폰(MVNO)은 올 4월 가입자 수 700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이통시장에서 점유율이 11.4%까지 올랐다. 통신 3사로부터 망 설비를 도매 가격으로 빌린 다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 까닭이다. 그만큼 수익 구조도 취약하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업계의 매출은 8380억원, 영업손실은 317억원이다. 이마저도 전파 사용료 307억원을 감면받아 적자폭이 줄어든 것이다.
 
알뜰폰협회는 1만1000원 할인이 현실화될 경우 알뜰폰 업계의 매출은 최소 46%(3840억원) 감소하고 영업적자는 14배 가까이 늘어난 415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윤석구 알뜰폰협회장(큰사람 대표)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망가뜨릴 것”이라며 “기본료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알뜰폰 활성화가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를 줄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개입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확 풀어 통신업체 간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일본 등이 도입한 제로레이팅(zero-rating) 정책이 있다. 일명 ‘스폰서요금제’로 불리는 제로레이팅은 네트워크 사업자와 동영상·게임 등 콘텐트사업자(CP)가 제휴해 소비자가 요금 부담 없이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미국 4대 통신업체 가운데 최하위였던 T모바일은 3년 전부터 음원 스트리밍을 데이터 차감 없이 제공하는 ‘뮤직 프리덤’ 등 각종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지난해 스프린트를 제쳤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의 독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 같은 서비스 도입을 막고 있다. 네트워크 망이 자본력을 갖춘 특정 CP에 편향돼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1년 SK텔레콤은 이동통신 회선을 묶을 경우 유선 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는 ‘TB끼리 온가족 무료’ 결합상품을 내놓았다. SKT는 당초 이동전화 5회선 가입시 IPTV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쟁업체들이 반발하자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독점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결국 가입자들이 가구당 월 1만~3만원의 유료방송 시청료를 아낄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다. 아직도 IPTV 결합상품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현재 시장 구조에서도 얼마든지 경쟁을 촉진시켜 요금을 내릴 방안이 충분하다”며 “디지털에 무지한 50~60대의 관점에서 이동통신 시장을 바라보니 스마트한 소비자를 시장에서 내쫓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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