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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경환 사퇴는 당연한 수순 … 조국 수석도 사과해야

중앙일보 2017.06.17 02:21 종합 26면 지면보기
어제 저녁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위원 후보자 낙마다. 그는 법무부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며 “나를 밟고 검찰 개혁의 길에 나가 달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법 혼인신고’와 아들의 퇴학처분 번복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또 “그런 일들이 국정수행에 결정적 장애가 될 정도의 흠이 아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총체적으로 평가해 기회를 준다면 (법무장관)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고집했다.
 

몰래 혼인신고와 아들 퇴학 번복 등
국민적 분노에 따른 불가피한 사퇴
민정수석도 잇단 부실검증 책임져야

그러나 안씨의 해명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42년 전 몰래 혼인신고에 대해 “당시 저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당시 형사처벌을 당했다면 모르지만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혼·형사처벌 여부가 아니었다. 공정증서 원본 부실기재, 사문서 위·변조 등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 자체가 법 집행 주무장관을 맡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안씨의 아들이 고교생 때 학칙 위반으로 퇴학처분을 받았다가 탄원서를 낸 후 재심의를 거쳐 퇴학을 면한 사건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 아들이 지난해 서울대 수시에서 학생부로만 입학한 것을 두고 “퇴학처분을 당했다면 입시 결과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고3 학부모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기회는 균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주장이 무색해졌다.
 
이러니 야당에서 “역대 최악의 법무장관 후보자”라는 비아냥이 나왔고, 친문 네티즌들마저 “검찰 개혁보다 우선 본인부터 개혁하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결국 안씨는 우리 사회의 거센 분노에 직면해 청문회 문턱에 가보지 못한 채 스스로 사퇴한 셈이다.
 
이번 파문에서 드러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 부실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임이 증명됐다. 안씨는 “몰래 혼인신고 부분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전에 내부적으로 해명했고 일주일 전쯤 청와대에서 질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혼인 관련 내용을 15일 언론 보도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가 “1970년대에는 이혼 시 여성의 혼인 전력을 숨겨주는 방편으로 혼인무효 소송이 많이 활용됐다”며 두둔하는 사이 안씨가 잘못을 시인하는 엇박자도 났다. 이러니 조국 민정수석이 안씨와 서울대 법대의 개인적 인연이 작용해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안씨뿐 아니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방산업체 자문료,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등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엄히 질책하고, 조국 수석은 검증 부실에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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