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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손본다

중앙일보 2017.06.17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청문회에서 “편법적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시장에 어떤 폐해를 줬는지 파악한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조 “시장조사 후 적절한 조치”
매출 급증한 물류 계열사도 타깃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 삼는 것은 경영권 상속과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해당 계열사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의 삼성SDS, LG그룹의 판토스 등 대기업 물류 계열사에 대해 이런 의혹이 자주 제기돼 왔다.
 
안호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 거래 비중은 66.9%, 삼성SDS와 판토스는 각각 87.8%와 69.8%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7% 가지고 있다. 삼성SDS도 오너 일가가 17%를, 판토스는 19.9%를 소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 물류 계열사가 업계 전반의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라니까 내부 물량을 푸는 것이 아니라 외부 물량을 끌어와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회사가 생겼다.
 
문제는 이들이 모회사 일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때문에 단순히 규모를 불리기 위해 무리한 덤핑까지 하며 물량을 수주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 물류업체가 피해를 보고 시장 질서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런 중소업체들의 반발 때문에 대기업 물류 계열사가 2자 물류(그룹 물량을 물류 자회사가 대부분 수행하는 형태)만 수행하게 하고, 외부 물량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정부나 전문가들이 주장해 온 ‘3자 물류(물류 전문 기업 등 3자에게 물류를 위탁하는 형태)’ 육성과 배치돼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하헌구 인하대 국제물류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덤핑 등 무리한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와 관련한 연구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물류업계의 발전은 물론 일감 몰아주기도 해소할 수 있는 심도 있는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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