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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대회 우승한 ‘계명대 BISA’] 서울대·카이스트 제친 지방 사립대의 반란

중앙일보 2017.06.17 00:02
현대차 주최 무인 자율주행차 대회 1위 파란 … 서울대·카이스트 제친 지방 사립대의 반란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계명대학교 학생들.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계명대학교 학생들.

강원도 인제의 스피디움은 자동차 레이서들이 애용하는 장소다. 속도 제한 없이 마음껏 경주를 즐길 수 있다. 5월 26일엔 색다른 경주가 벌어졌다.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 경주였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11대의 무인자동차가 서킷을 질주했다.
 
행사는 현대자동차가 주최했다. 공식 명칭은 ‘자율주행차 경진대회’. 대학생이 팀을 짜면 현대차가 아반떼를 제공했다. 이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해 참가하는 방식이다. 참가팀이 주어진 미션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통과하는 지를 평가한다. 서킷장에서의 돌발 미션 회피 및 주행속도 등도 검사 대상이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11개 팀이 이날 승부를 가렸다. 결승은 2.6㎞ 길이의 랩을 두 바퀴 돈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코스 곳곳에는 자율 주행 능력을 테스트하는 장애물도 있었다. 불과 3개 팀이 완주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국민대(KIME), 국민대(KUL), 성균관대(SAVE), 연세대(CILAB), 충북대(Clothoid)는 차량 자체 문제와 접촉 사고로 완주에 실패했다. 서울대(SNU301)는 전날 연습 중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다. 결승 시간까지 수리를 마무리 못해 실격당했다. 대회 마지막 주자로 경기에 출전한 카이스트(EURECAR)는 다크호스로 꼽혔다. 빠른 속도와 정교한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장애물 코스에 발목이 잡혔다. 차량이 서킷을 이탈하며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
 
구글 자율주행차 보고 자극
 
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자동차들.

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자동차들.

우승은 대구에서 온 계명대(BISA)가 차지했다. 계명대 팀은 결승에서 2분13초163(1랩)과 2분14초320(2랩)에 총 4분27초483의 랩 타임을 기록했다. 평균 속도는 69.068㎞/h였다. 코스에 적용된 장애물을 산뜻하게 통과하며 2위와 20초 넘는 차이를 보이며 우승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자율주행차보다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선보였다”며 이들을 높이 평가했다. 계명대 BISA팀 책임지도교수인 이호승 교수는 “서킷장 특성상 GPS로 차량의 위치를 인지해야 하는데, 차량에 장착한 라이다(차량 외부의 사물을 인식하는 센서)를 위아래로 움직여서 도로 고저차가 발생해도 인식할 수 있게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계명대 자동차팀 ‘BISA’의 역사는 짧다. 2008년 처음 등장했다. 구글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에 자극을 받은 학생들이 만들었다. 마침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대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렸다. 2010년 대회 참가를 목표로 자동차에 빠진 학생들이 모였다. 팀 이름은 계명대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인 ‘비사’에서 따왔다. BISA에 들어오는 데에 특별한 조건은 없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좋아하면 그만이다. 이인규(27) BISA 팀장은 “군 복무 후 2013년 학교에 복학했는데, 마침 친한 선배가 비사를 소개해 줘서 4년 전부터 활동해왔다”며 “우리 팀은 지방 사립대라 작지만 인간 관계가 끈끈하고, 헌신적인 교수님 덕에 기술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BISA를 소개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지만 열정이 필수다. 팀원 대부분 주말을 반납하고 새벽에 일어나 연구소에서 자동차를 개발했다. 전문 지식도 중요하다. 팀원들은 대부분 자동차기계공학과와 전자공학과 학생들이다. 이번 우승팀엔 전자공학과와 기계자동차과 학부와 석사과정 대학원생 9명이 있다. 학생들은 지능형자동차공학과 이호승 교수, 기계자동차공학부 이재천 교수, 전자공학과 곽성우 교수가 따로 시간을 내어가며 지도했다.
 
이들은 금요일 오후에 팀 미팅을 진행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외치며 술 마시러 나가는 시간이다. 이들은 연구소에 모여 자율주행 기능을 어떻게 살릴지 논의했다. 지난해 5월 현대차는 비사에 아반떼 한 대를 지원했다. 팀원들은 차를 뜯고 열고 고치며 자율주행차로 개조했다. 1차 목표는 10월에 열리는 예선 통과다. 팀원 중 막내는 기계자동차공학과의 이수빈(23)씨다. 기구물 설계 및 차량개조,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을 맡고 있다. 그는 “노는 것도 좋지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기에 연구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여름이 되자 미팅이 많아졌다. 매일 새벽 공대 주차장에 모였다. 차량을 도로에서 실험해야 하는데 사고 위험에 엄두를 못냈다. 이들이 찾은 대안이 새벽 주차장이다. 어느 정도 성능에 자신이 생기자, 새벽에 계명대 현풍 캠퍼스로 이동했다. 사람과 차가 더 적은 곳이다. 기계공학 박사과정의 조해준(30)씨는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율주행 대회를 참가해왔다. 그는 “이런 실험은 학과 수업으로는 체험할 수 없다”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험난했던 대회 준비 과정
 
자율주행차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고장이다. 수시로 차가 멈춘다. 모터 고장이나 통신포트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이 팀장은 “고치는 게 일”이라며 “매달려서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기에 고치고 또 고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예선 전은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진행한다. 차량의 다양한 기동 능력을 검사한다. 문제는 사전 준비가 어려운 점이다. 면허시험장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다. 대안을 찾던 이들은 주차장을 면허시험장처럼 꾸몄다. 박스를 사용해 T코스·S코스 등을 만들었다. 노력 덕에 예선은 무난히 통과했지만, 우승권은 아니었다. 결선 한 달 전 성적이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팀장은 “성적이 잘 안 나오자 더욱 분발해서 매달린 덕에 우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선까지 가는 마지막 관문은 강원도로 시험 보러 가는 길이다. 4시간 거리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장비 검사다. 작동 안 하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다. 실제로 서울대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결선 전날 장비 고장으로 분루를 삼켰다. 결선에서 인상적인 팀은 카이스트와 인천대팀이었다. 카이스트는 예선부터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1일차 주행 때 첫 번째 랩 주행에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나머지 한 팀은 인천대였다.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이었음에도 리허설 종합성적 1위에 올랐다. 이 팀장은 “경쟁이었지만 경기 내내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며 “나중에 사회에서 만나서 자동차를 함께 개발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학기에 졸업한다. 기업에서 일할 계획이다. 꿈도 여전하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율 주행차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현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며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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