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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에 의한 오판, 정치적 외압 아니다"...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 '외인사' 인정

중앙일보 2017.06.15 18:03
1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김민관 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김민관 기자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수정했다. 그동안 병원 측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사망한 백씨에 대해 ‘합병증에 따른 병사’라는 판단을 유지해 왔다.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병사를 의미하는 ‘급성경막하출혈로 인한 심폐정지’에서 외인사를 뜻하는 ‘외상성경막하 출혈로 인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됐다.
 

“입원기간 한 달 넘기면 병사로 규정하는 관행 탓.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
서울대병원, 지난 1월 유족 측 사망진단서 수정 요청 후 재검토 시작
백선하 교수, "외인사 의견 동의 못해"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면밀한 내부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사망원인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판단의 배경에 대한 질문에는 “기존 관행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임은 인정하지만, 정치적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중요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진단서 담당자였던 백씨의 주치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여전히 ‘병사’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병사' 판단을 내린 백선하 교수가 사인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병사' 판단을 내린 백선하 교수가 사인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백씨의 유가족이 법률적 절차를 진행하면서부터 사망진단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유가족이 사망진단서 수정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병원 측이 담당 진료과인 신경외과에 소명을 요구했고 이후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했다.

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병원 측은 정치적인 해석을 차단했다. 사망 진단서의 작성 및 수정 과정에 정치적 외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측이 오판의 원인으로 밝힌 ‘기존의 관행’과 관련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숭덕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평균적으로 입원 기간이 한 달이 넘어가면 사망원인이 불명확해지고 이로 인해 통상적으로 사인을 ‘병사’로 적는다.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역시 기존 관행에 의한 판단일 뿐 백선하 교수가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등의 추측은 억측이다”고 말했다.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사인을 규정짓기 위해 무리하게 연명 치료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문의의 의견에 따른 치료였다. 실제로 백남기 농민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했기 때문에 치료를 계속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하루 전 실시된 감사원의 기관운영 감사를 고려해 사인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병원 측은 “서울대병원은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교수 500명이 모인 집단이다. 정치적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구성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검토완료 시점과 감사 시작 시점이 우연하게 맞물린 것 뿐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부터 서울대병원을 대상으로 약 한달간 진행되는 이번 기관운영 감사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작성 논란, 지난 정부의 청와대 주치의로 활동한 뒤 지난해 2월 병원장에 선임된 서창석(56) 원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의혹 등이 주요 조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 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서울대병원의 입장 변경에 따라 경찰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위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백씨의 사인이 외인사로 결정될 경우 외력을 가한 경찰 측에 적용될 수 있는 혐의도 ‘업무상 과실치상’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사인을 변경한 경위 등은 살펴볼 예정이지만 병원 측의 발표가 수사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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