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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역사관 논란 빚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 회의자료 살펴보니

중앙일보 2017.06.12 17:51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고대사 인식을 놓고 역사학계의 반발이 거세다. 도 후보자가 “역사관에 문제없다”는 해명 글을 발표했는데도 역사학계에서 불거진 비난 여론은 잦아들지 않는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지시하면서 도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은 권력의 또 다른 역사개입 의혹마저 사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도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한 2015∼2016년 국회 교문위ㆍ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동북아특위) 회의록을 분석하고, 도 후보자가 개입해 중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의 조사자료를 입수해 검토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취재 결과 도 후보자는 몇몇 발언에서 학계 의견과 다른 고대사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역사학계의 영역을 부당하게 침범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국회활동중 고대사 문제 관련 발언 8차례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파행 개입 여부 논란
주류 고대사 학계 "사이비역사 추종자" 우려 목소리

도 후보자 "동북아특위의 정당한 의정활동"
재단 연구위원 "지도가 아니었다…폐기 마땅"
징계 받은 역사학자들 반박 소송 3건 제기

 도종환은 문제 발언을 했는가?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도 후보자는 2015∼2016년 의정활동 중 모두 다섯 차례 회의에서 여덟 차례 관련 발언을 했다. 학계 통설과 다른 주장을 여섯 차례 했고, 역사지도 사업을 비판하고 중단할 것을 두 차례 요구했다.
 도 후보자는 국회에서 여러 차례 중국 한나라의 행정구역인 한사군(漢四郡)의 위치가 중국 요서지방이라고 발언했다. 국회의원 도종환의 공식 입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학계의 일치된 의견은 한사군 평양설이다. 학계는 한사군 요서지방설을 유사사학계 또는 사이비사학계의 억지 주장이라고 단정한다. 역사학계 입장에서 도 후보자의 국회 발언은 “사이비 역사에 빠진(하일식 한국고대사학회장)”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문체부 장관이 되면 학문의 고유영역을 침범할지 모른다는 역사학계의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바로잡을 것도 있다. 도 후보자의 고대사 관련 발언이 알려지면서 하버드대 한국고대사 프로젝트에 도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하버드대 프로젝트는 한사군의 위치가 논란이 됐고 끝내 중단됐다. 그러나 국회 회의록에서 도 후보자가 하버드대 프로젝트와 관련해 발언한 기록은 없었다. 도 후보자도 8일 발표한 해명문에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계가 사이비역사 주창자라고 지목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과의 친분설도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이덕일 소장은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모두 네 차례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 후보자와 이 소장 모두 국회 활동과 관련한 자리 말고는 개인적인 교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도종환은 왜 문제 발언을 했는가?
 2015년 4월 17일 국회 제5회의장. 여야 국회의원 11명, 교육부ㆍ역사재단 등 정부 관계자 8명,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와 이덕일 소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역사지도 사업에 관한 동북아특위가 열렸다. 임 교수는 역사지도 편찬위원 자격이었고 이덕일 소장은 동북아특위가 초청했다.
 이날 회의는 역사학계가 '모욕'을 당한 날로 기억한다. 임기환 편찬위원을 상대로 여야 의원과 이덕일 소장이 퍼부은 질의가 사실상 비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한 의원은 모두 7명이었다. 발언 일부를 인용한다.  
 “2008년부터 47억2160만원 재정이 투입된 역사지도에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니 참담하다(김세연ㆍ바른정당).” “중국 동북공정이나 일본 식민사관의 내용을 입증하는 결과물이 되고 있어 우려된다(이명수ㆍ자유한국당).” “사업 당장 중지하고 팀을 전부 새로 짜야 한다(최봉홍ㆍ전 새누리당).”
 도 후보자도 한사군 위치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5년 작업으로 끝날 것을 3년 더 연장해 여기까지 와서 지금도 계속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니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이 SNS에서 의혹을 제기한 바와 달리 이날 역사지도 사업을 공격한 의원은 도 후보자 한 명이 아니었다. 동북아특위 위원이었던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의 회고다.
 “이날 회의가 열리기 전 재단이 역사지도 폐기를 결정한 상태였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 왜 이렇게 됐는지 따지는 건 당연한 의정활동이었다. 내용도 문제삼을 수밖에 없었다. 동북아특위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려는 국회 차원의 대응이었다. 재단의 설립 근거도 같았다. 재단이 만든 역사지도가 동북공정을 입증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 역사지도 사업에 다른 의견도 포함하라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역사학계의 인식은 다르다. 하일식 한국고대사학회장(연세대 교수)가 4일 한국고대사학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를 인용한다. “동북아특위가 사이비역사 주창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 목소리를 높일 기회를 주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해를 거듭해 이어졌다. 그리고 여야 의원이 함께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에 찌든 카르텔’로 낙인찍었다. 그 중심에 도종환 의원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지도 재심사 결과 문건. 100점 만점에 44점을 받았다. 심사위원 5명은 "역사지도가 지도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손민호 기자

동북아역사지도 재심사 결과 문건. 100점 만점에 44점을 받았다. 심사위원 5명은 "역사지도가 지도로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손민호 기자

 도종환은 역사지도 심의에 개입했는가?
 역사지도 사업은 2008년 시작됐다. 재단이 연세대ㆍ서강대 산학협력단에 편찬작업 제작을 의뢰했다. 공모 신청자가 한 곳뿐이었는데 재공모 없이 사업자를 선정한 사실이 2016년 교육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관련 법령과 재단 규정 위반이었다.
 재단은 2015년 4월 2일 역사지도 출판 불가를 결정했고, 재심의 뒤에도 2016년 6월 출판 불가 판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편찬위원으로 참여한 역사학자 4명에게 5년간 국책사업 신청제한 징계를 내렸다. 이어 인건비 초과집행, 각종 수당과 연구비 부당집행 등 5건의 사업비 부당 사용 내용을 적발해 10억8600여만원 회수를 명령했다. 전체 사업비의 약 23%에 달하는 액수다. 재단도 관리 책임을 물었다. 징계 대상자 23명 중 퇴직자를 제외한 16명이 징계를 받았다.  
 역사학자들은 재심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산학협력단은 재단을 상대로 심사처분취소 청구소송 등 소송 3건(행정소송 1건,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 역사지도 사업에 참여한 학자 60여 명 중 한 명인 정요근 덕성여대 교수는 8일 SNS에서 “심사 탈락의 과정과 결과는 전혀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며“도종환 의원은 심사과정에서의 부당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환 편찬위원의 생각도 같다.
 “7년간 15번 심사를 받았는데 매번 우수한 점수로 통과했다. 지리학자들이 평가한 재심의에서만 탈락했다.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업비에 관한 지적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해마다 절차에 따라 비용을 지출했다.”
 반면에 재단은 역사지도 폐기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재심의에서 역사지도는 18개 항목 평균점수 44점(100점 만점)으로 D등급을 받았다. 제일 점수가 높은 ‘현재 대한민국 경계 정확성’ 항목도 63점으로 C등급이었다. “절대 출판 불가” “역사지도로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부실” “수정ㆍ보완도 불가능한 상태” “국제적 기준을 전혀 갖추지 못함” 등 심사위원 5명의 총평도 일관됐다. 역사지도 심의에 참여한 재단 연구위원의 증언이다.
 “지도가 아니라 역사책을 갖고 왔다. 내용은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도가 아닌데 무슨 내용을 심사하나. 재심의 전에는 역사학자들이 주도해 심사했다. 재단이 제대로 관리를 못 했다. 현재 재단 존립의 위기를 느낀다.”
 재심의 개입 의혹에 대한 도 후보자 측의 반응은 간단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야당 의원이 무슨 힘이 있었겠나?”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도종환 후보자 역사관 논란
-5월 30일 : 문재인 대통령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체부 장관 임명
-5월 31일 : 심재훈 단국대 사학과 교수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종환 후보자의 역사관 비판 글 게재
-6월 1일 : 문재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 지시
-6월 4일 : 하일식 한국고대사학회장 학회 홈페이지에 문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지시와 도종환 후보자의 역사관 비판 글 게재. 이후 사학자들 중심으로 도종환 후보자 역사관 비판 여론 확산  
-6월 8일 : 도종환 후보자 역사관 관련 논란에 대한 해명 글 발표
-6월 14일 : 도종환 후보 국회 청문회 예정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일지
-2008년 : 동북아역사재단, 연세대ㆍ서강대 산학협력단과 역사지도 편찬사업 개시
-2012년 : 1차 5년 기한 끝남. 3년 기한으로 사업 연장
-2015년 4월 2일 : 재단, 역사지도 출판 불가 결정. 이후 산학협력단 재심의 신청
-2015년 4월 17일 : 국회 동북아역사특위, 역사지도 토론회 개최
-2016년 1월 : 교육부 조사
-2016년 6월 : 재심의 결과 발표. 출판 불가 및 D등급 판정  
-2016년 9월 : 산학협력단, 재단 상대로 심사처분취소청구 행정소송 등 소송 3건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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