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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밥술 뜨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모내기에 동원해라"

중앙일보 2017.06.12 15:19
올해 봄 가뭄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농민은 물론이고 주민전체를 모내기에 동원하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물 부족으로 마른논 써레치기(써레로 논바닥을 고르거나 흙덩이를 잘게 부스는 일)를 하거나 우물·굴포(웅덩이) 등을 파다보니 모내기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길가는 사람까지 막바지 모내기에 동원시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부족으로 우물·웅덩이 파기 등에 동원
막바지 모내기에 주민 총동원 지시
원유를 바치면 모내기동원에서 빠지기도

 
조선중앙TV는 오석산 화광석 광산 노동자를 비롯한 지원자들이 모내기를 위해 평안남도 용강군 협동농장에 모여 있다.[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오석산 화광석 광산 노동자를 비롯한 지원자들이 모내기를 위해 평안남도 용강군 협동농장에 모여 있다.[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에서 6월은 학생·직장인·주부·군인 등 누구나 모내기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달이다. 북한은 3월 중순부터 모판에 볍씨를 파종해 모를 키우고 5월 초부터 모내기를 한다. 6월 중순경에 마무리하는 이 영농공정을 ‘모내기 전투(戰鬪)’라고 부른다. 모내기의 적기에 맞춰 식량증진을 도모하는 일종의 ‘목숨 걸고 하는 싸움’같은 개념이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2일 “대풍작(대풍년)이 원수들의 머리 위에 철추를 내리는 또 하나의 핵폭탄과 같다”며 “모내기를 제때에 끝내는 것은 ‘당 중앙의 권위를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은 지난 1일 “밥술을 뜨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떨쳐나 모내기를 다그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모내기에 동원된 농촌 지원자들앞에서 선동사업을 하고 있는 기동예술선전대원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모내기에 동원된 농촌 지원자들앞에서 선동사업을 하고 있는 기동예술선전대원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소식통은 “주민동원을 위해 동·인민반(우리의 통·반과 비슷한 조직)·가족단위로 농촌지원전투를 벌리는 이례적인 현상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내기 지원을 기관·기업소들에서 조직하던 종전과는 달리 가족별로 포전에 모내기 분량을 분담함으로써 직장에 이름만 걸고 조직에서 이탈된 지방 주민들도 모두 동원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휘발유를 바치고 동원에서 빠지는 시민들도 있다”며 그것은 기름부족으로 농기계 사용이 어려운 농장들에서는 오히려 동원 대신 휘발유나 디젤유가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내기에 동원된 오석산 화강석 광산 여맹원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모 한포기라도 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모내기에 동원된 오석산 화강석 광산 여맹원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모 한포기라도 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6일 오석산 화광석 광산 노동자를 비롯한 지원자들이 평안남도 용강군 협동농장들에서 모내기 하는 모습을 전하며 “알곡고지 점령에서 너나가 따로 없다”고 밝혔다. 노동신문도 9일 “모의 초기 생육이 나쁜 논에서도 20일까지는 모내기를 끝내라”며 “물이 제때에 공급되지 않아 모내기가 늦어질 것이 예견되는 경우 모판에서 잎자르기 하라”고 강조했다.
 
현인애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북한이 식량문제 해결의 방도를 주민동원을 통한 자급자족에서 찾고 있지만 국제적 고립 속에서 노력동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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