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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도 물거품 만드는 소셜미디어 사고…어떻게 예방할까

중앙일보 2017.06.12 15:15
인종 혐오 발언을 주고 받았다가 하버드대 합격이 취소된 예비 입학생들의 채팅방 캡처. 자살한 멕시코 어린이를 피냐타(축제용 멕시코 전통 인형)에 비유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인종 혐오 발언을 주고 받았다가 하버드대 합격이 취소된 예비 입학생들의 채팅방 캡처. 자살한 멕시코 어린이를 피냐타(축제용 멕시코 전통 인형)에 비유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소셜미디어에 잘못 올린 사진 한장 때문에 꿈에 그리던 대학 입학이 취소된다면 어떨까?  
 

하버드대, 페이스북으로 혐오 발언한 입학생 10명 합격 취소
소셜미디어 잘못 이용했다가 불이익 받는 사례 매년 속출해

전문가들 "인터넷은 사생활 없는 공적 공간, 글쓰기 신중해야"
"디지털 평판 유지 중요…미성숙 드러냈다가 인생 망칠 수도"

5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대학 당국은 오는 가을학기 입학 예정이었던 신입생 10명의 합격을 취소했다. 페이스북에서 혐오성 이미지와 메시지를 공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개설한 그룹채팅방을 통해 목을 매 자살한 멕시코 어린이를 피냐타(축제 때 만드는 멕시코 전통 인형)에 비유하는 등 인종·여성·장애인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 발언을 사진과 함께 주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명문 대학에서의 무더기 합격 취소라는 이유로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사실 소셜미디어에서의 잘못 때문에 입시에 불이익을 받는 사례는 미국에서 종종 있었다.
 
뉴욕 페어포트 고등학교의 농구 코치 스캇 피치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아끼던 고등학생 선수가 소셜미디어 때문에 입시에 실패한 뒤 충격에 빠졌다. 경기 모습을 보고 이 학생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던 대학 측 인사가 어느날 "학생의 트위터를 살펴본 결과 우리 대학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입학 취소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피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운동인 '쓰기 전에 멈추기'(Pause Before You Post)를 6년째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미 전역의 학교에서 500회 이상 강연했을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피치 같은 전문가들은 온라인 세상은 공적인 공간이며 그곳에서의 행동이 우리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소셜미디어 이용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파기가 가능한 종이 문서와 달리 온라인에 한번 올라간 게시물은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피치는 "내가 온라인에서 쓴 글이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글을 올리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커리어 컨설팅 업체 밀레니얼 브랜딩의 댄 쇼벨은 "우리가 인터넷에 올리는 모든 것은 평생 남는 기록이 된다. 일단 올리고 나면 지운다고 해도 서버에 남고, 누군가가 캡처했을 수 있다"며 한 번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설령 단 둘이 나눈 비밀 대화라 해도 해킹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디지털 평판(digital reputation)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 루비 아자이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학생들에게 디지털 평판도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며 "학생들은 화면 너머로 글을 써서 보내고 사진을 올리는 일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자이는 "평판 교육으로 이번에 하버드대 예비 입학생들이 했던 것과 같은 혐오 발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건 그 학생들의 가족과 공동체가 짊어져야 할 일"이라며 "그러나 미성숙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가 삶을 망가뜨리는 일은 온라인 행동 교육을 통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의 온라인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아만다 렌하트 시카고대 연구원은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아주 재미있는 글이나 사진을 발견했을 때 그걸 소셜미디어에 공유해서 '좋아요'를 받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는 잘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시물은 우리와 비슷한 친구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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