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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나 또? 기장 평가관, 자기 가족 위해 조종사용 벙크 점거 '갑질'

중앙일보 2017.06.12 15:11
아시아나항공에서 기장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자신의 일등석을 가족에게 내주고 자신은 기장 전용 휴식 공간을 무단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벙크'로 불리는 휴식공간은 침대 등이 있으며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보안구역이다. [중앙포토]

아시아나항공에서 기장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자신의 일등석을 가족에게 내주고 자신은 기장 전용 휴식 공간을 무단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벙크'로 불리는 휴식공간은 침대 등이 있으며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보안구역이다. [중앙포토]

아시아나항공에서 고참 승무원이 자기 딸을 승무원 전용 공간에서 쉬게 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번엔 항공기를 조종하는 기장 평가를 담당하는 직원이 가족에게 자기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기장 전용 휴식 공간을 무단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직원은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신해 일선 기장의 직무 기량을 평가하는 중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 항공기. A380은 다른 비행기와 함께 있으면 동체가 고래처럼 커 보인다는 의미에서 '고래 제트기(whale jet)'로 불린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A380 항공기. A380은 다른 비행기와 함께 있으면 동체가 고래처럼 커 보인다는 의미에서 '고래 제트기(whale jet)'로 불린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12일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을 이륙해 미국 LA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A380 기내에서 기장평가관 A씨가 부기장 몫의 기장 전용 휴식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지난달 기장 평가차 LA행 A380 탄 아시아나 평가관
이코노미석에 탄 딸에게 자기 일등석 내주고

자신은 부기장 전용 휴식 공간 쓰며 항공안전 위협
기장 이착륙 능력 심사해 퇴사도 시키는 우월적 위치

조종사들 "해도 너무 해"…국토부 "철저히 조사할 것"
고참 승무원이 승무원 전용 보안 공간에 딸 눕히기도

 
항공기에 탑승해 기장의 뒤에서 기장의 업무를 평가하는 평가관에겐 휴식을 위해 조종석에서 가까운 최고급 좌석이 배정되는 게 보통이다. 이 날도 평가관에게는 일등석이 배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는 평가관의 '벙크 탈취' 행위를 성토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는 평가관의 '벙크 탈취' 행위를 성토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그런데 이때 A평가관의 딸이 이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에 타고 있었다. A평가관은 자기 딸에게 자신의 일등석을 내주고 자신은 부기장 몫의 벙크(침대 등이 있는 휴식공간)를 사용했다. 기장용 벙크는 조종석 뒤에 따로 마련돼 있다. A평가관은 지난 2월에도 함께 탑승한 아들에게 자신의 일등석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A평가관의 이 같은 '일탈'은 내부 직원의 제보로 사내에 알려졌다. 기장의 이착륙 능력 등을 평가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장 전용 공간을 마음대로 쓴 '갑질'이 조종사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의 한 조종사는 “평가관은 일선 조종사의 능력 등을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면 해당 조종사를 퇴사시킬 수 있는 막강한 위치에 있다. 이점 때문에 평가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조종사가 자신의 벙크를 빼앗기다시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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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조종사는 “평가관은 ‘하늘 위의 지배자’로 불릴 정도로 기장에게 '갑'인 동시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조종사가 제대로 쉬지 못하면 항공안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평가관이 해도 너무 했다"고 비판했다. 
 
이 평가관은 최근 태국 방콕으로 업무차 출장을 갈 때도 자신에게 배정된 비즈니스석을 자신의 부인에게 주고 자신은 부인의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비행기는 일등석이 없고 비즈니스석이 최고 좌석이다.  
 
하지만 이 평가관은 회사 측에 자신은 벙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조종석과 조종사 벙크 구역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조종사들 진술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비행기를 조종했던 부기장도 최근 회사 측에 자신은 A평가관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았고, 자신은 벙크대신 자신에게 따로 배정된 비즈니스좌석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31일엔 로마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보잉 777기에서 고참 승무원이 기내에 탑승 중인 자기 딸을 승무원 전용 휴식공간에서 쉬게 해 물의를 빚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일 제주공항에서 여객기의 엔진 소음을 줄여주는 장치 부품이 떨어져 나간 사실을 모른 채 여수공항을 왕복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회사 기강이 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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