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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대리아·뽀글이의 추억 … 요즘 짬밥엔 돈가스·스파게티도

중앙일보 2017.06.12 11:37 종합 18면 지면보기
 
“음식 맛이 다 좋지만 오리불고기가 최고예요”(이중근 이병)“군대 식당이 군대 같지 않아요”(최건호 상병)장병들의 밥상이 확 바뀌고 있다. 퉁퉁 불어 먹기가 식상했던 라면은 옛말. 식탁에 마련된 휴대용 가스렌지로 직접 끓여 먹는다. 1식3찬이라는 병영의 ‘짬밥’은 밥과 국 외에 반찬만 4가지 이상이다. 부대 식당도 일반 레스토랑처럼 산뜻하게 꾸며졌다. 외양에서부터 식당의 내부 인테리어와 식탁, 의자까지도 친근했다. 부대 급식인 맛없는 ‘짬밥’이나 매점(PX)에서 냉동만두와 컵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기억은 고참들만의 추억이 됐다.

육군 태백산부대 병영식당 가보니
간판·테이블 일반식당처럼 바꾸고
출입구엔 파리·모기 막는 에어커튼
병사 의견 반영, 비빔면 새로 추가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라면도 끓여

 
개선 사업 후 미담 식당은 기존 병영식당과 달리 밝은 모습니다. 태백산부대 부대장 송명섭 대령과 취사병, 조리원들의 모습이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개선 사업 후 미담 식당은 기존 병영식당과 달리 밝은 모습니다. 태백산부대 부대장 송명섭 대령과 취사병, 조리원들의 모습이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기존 병영식당은 출입문에서부터 낡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 36사단 제공]

기존 병영식당은 출입문에서부터 낡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 36사단 제공]

 
입소문을 듣고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육군 제36사단 태백산 부대.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가보니 기존의 병영식당을 완전히 개선해 신장개업했다. 식당 명칭은 ‘미담’이었다. 맛있는 이야기다.군대 밥 한끼 맛보기 위해 떠난 길은 멀었지만 뜻밖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점식 식단은 순두부찌개와 오징어 숙회,콩나물 무침, 배추김치, 멸치볶음 등이었다. 실제 맛을 보니 오징어숙회는 살짝 삶은 오징어에 초고추장이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것처럼 매콤 달콤 새콤했다. 순두부찌개는 순두부에 돼지고기와 김치 등이 들어가 매콤하지만 맛은 좋았다. 식성에 따라 다소 짜게 느낄 수도 있었다. 장병들은 원하는 만큼 국그릇에 담았다. 콩나물 무침은 평소 맛보던 것처럼 부담이 없었다. 배추김치는 장병들의 식성을 감안해 크게 썰었지만 일반식당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식탁에 앉았던 병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다른 날에 비해 별로”라고 말했다. 왜 그럴까? 대체적으로 장병들이 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에는 김을 넣은 계란국에 돼지고기 고추장 볶음, 맛김, 배추김치가 나왔다고 한다. 다른 날은 돈까스, 불고기, 탕수육, 치킨너겟, 꼬리곰탕, 사골곰탕, 소갈비, 스파게티, 햄슬라이스, 삼계탕,낙지, 쫄면 등도 나온다. 간혹 광어와 전복도 제공된다.이중근 이병은 “전체적으로 음식맛에 만족하고 특히 오리불고기가 맛있다”고 말했다. 면 요리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방부도 올해 급식기준으로 변경하면서 건빵 지급은 연 36봉에서 30봉으로 줄이고 새롭게 ‘쌀국수 비빔면’을 연 12개 지급할 계획이다. 병사들이 선호하는 소갈비와 돈가스 등 품목을 늘렸다. 올해부터 돈가스를 연 30회 공급한다. 지난해보다 6회 분이 늘었다. 병사들의 바뀐 식습관과 취향을 고려해서다. 국방부는 입맛 뿐 아니라 건강도 고려했다. 2017년 급식 개선을 준비하면서 지난 5년동안 장병 생활여건 및 체위 변화를 분석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를 반영했다. 탄수화물 섭취비율을 63.4%에서 60.8%로 줄이고, 단백질은 15.1%에서 17%로 높였다. 총 열량은 기존 3100㎉에서 3000㎉으로 줄였다.  
 
개선된 병영 식당은 내부가 밝고 친근한 인테리어로 대학교 학생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진 36사단 제공]

개선된 병영 식당은 내부가 밝고 친근한 인테리어로 대학교 학생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진 36사단 제공]

기존 병영식당 내부는 어둡고 군에서 보급한 철제 식탁과 플라스틱 소재 의자를 사용해 작업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 36사단 제공]

기존 병영식당 내부는 어둡고 군에서 보급한 철제 식탁과 플라스틱 소재 의자를 사용해 작업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진 36사단 제공]

 
제36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병영식당 개선에 나섰다. 병영식당 환경개선 시범부대로 선정돼서다. 사업을 주관한 군 당국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과연 병사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직접 만나 확인해 봤다. 장병들은 우선 병영식당의 이름부터 좋아했다. 딱딱했던 ‘한마음 식당’이란 간판을 내리고 ‘미담’으로 바꿨다. 부대장 송명섭(학사 19기) 대령은 “포상 휴가를 걸고 새로운 식당 이름을 공모했다”며 “부대원들의 참여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식당 안의 벽면은 벽돌 문양으로 꾸며 보다 부드러웠다. 조명을 추가해 어둡던 실내도 밝아졌다. 군 식당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급품 철제 식탁과 회색 플라스틱 의자는 일반 식당처럼 교체했다.
 
인테리어만 개선된 게 아니다. 식탁별로 휴대용 가스렌지를 설치해 즉석조리도 가능했다. 물론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조리시간이 길어져 개인시간이 줄어든다는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공통된 의견은 일과시간 이후 자유롭게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어 봉지라면(뽀그리)에서 해방됐다고 한다. 봉지라면은 라면이 든 봉지 속에 뜨거운 물을 부어 라면이 불면 스프를 넣어 먹는 군에선 일상화된 간단 조리법이다. 군대 식당의 상징이었던 스테인레스 식판은 퇴출됐다. 푸드코드에서 사용하는 촉감이 좋고 반짝이는 멜라민 소재 식판으로 바뀌었다. 병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멜라민 식기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유럽연합 식약청(EMEA)과 한국식약처 시험에서 무해한 것으로 통과돼 안정성이 검증된 바 있다. 최건호 상병은 “기존 식판은 식사할 때 소음이 심했다”며 “바뀐 식판으로 식사하니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식판을 각자 세척할 필요도 없어졌다. 바뀐 병영식당에서는 식사 후 식판 보관 카트에 넣고 바로 나간다. 대신 순번제로 돌아가는 전담 병사 4명이 1차 세척하고, 2차로 자동세척기에 넣어 한번 더 세척과 건조한다. 이동영 병장은 “더 위생적인데다 식사 후에는 바로 나갈 수 있어 개인 시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병영식당 개선 이후 전담 세척 인력과 자동 세척기로 보다 위생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병영식당 개선 이후 전담 세척 인력과 자동 세척기로 보다 위생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조리여건도 개선됐다. 오븐기를 설치해 더 맛있는 식사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맛이 없던 ‘군대리아’(군대 햄버거)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김영준 상병은 “과거 햄버거의 빵은 스팀으로 쪄서 식감이 별로였다”며 “그러나 최근엔 오븐기로 구워 바삭하고 맛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조리 공간을 넓혀 보다 위생적인 공간에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냉장고는 창고형 냉장고로 바꿔 식자재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식자재를 미리 토막낼 필요없이 그대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생환경을 고려해 시설도 개선했다. 식당 출입구 앞에는 등산로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에어건’을 설치했다. 에어건 손잡이를 누르면 매우 강력한 바람이 나온다. 부대 관계자는 “전투화에 뭍은 흙과 전투복의 먼지를 털어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했다. 파리와 모기 등 해충들도 차단했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산속에 위치한 태백산 부대는 실내외를 가릴 것 없이 파리가 온몸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식당 출입구에는 에어커튼이 설치돼 곤충과 해충이 식당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부대장의 집무공간을 장악했던 파리도 병사들이 이용하는 병영식당에는 침투하지 못했다.
 
개선된 병영식당에는 카페 분위기의 이벤트룸이 있어 소규모 단체활동이 가능하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개선된 병영식당에는 카페 분위기의 이벤트룸이 있어 소규모 단체활동이 가능하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식당 한쪽에는 20명 정도 들어가는 이벤트 공간도 눈에 띄었다. 이 이벤트실에선 전역행사를 비롯한 부대 장병들의 자체 회식이 가능하다. 군대가 아닌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대 관계자는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과감하게 바꾸고자 노력했다”며 “병사들은 분대 단위로 식당으로 이동한 뒤 자유롭게 자리 잡아 식사한다”고 귀뜀했다. 4명씩 모여 앉은 병사들은 벽에 걸린 TV를 보며 식사하고 있었다.
 
김종덕 국방부 물자관리과장은 “앞으로 예산확보를 통해 전 부대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장병의 급식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을 주관했던 송명섭 대령은 “획일적이 아니라 부대별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경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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