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진(사)한미협회 회장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중국 굴기에 두려움 느낀 미국
양국 충돌로 해법 찾을 가능성
양국 갈등, 북핵문제도 영향권
한·미동맹 신뢰 흔들리면 안 돼

미·중 관계의 충돌 또는 타협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단층 지대에 놓여 있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했던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월 초 미·중 양국 정상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앨리슨 교수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장거리미사일 테스트를 중단하면,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동결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것은 북한의 과거 핵개발을 문제 삼기보다는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미·중 간의 전략적 편의에 따른 ‘빅딜’을 하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등장하고 한·미 동맹은 약화될 것이다. 그 반대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압박을 받는 중국이 주저하는 사이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경우다.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이것은 북한의 즉각 보복공격으로 제2의 한국전을 불러일으키고 또다시 미·중 간 정면 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대의 피해자는 바로 남북한이 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편의에 의한 설익은 타협이나 운명론에 입각한 위험한 충돌을 피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앨리슨 교수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핵폭탄 10개를 만들 수 있는 약 50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있고, 미국의 과학국가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2016년 말 기준 13~30개의 핵폭탄 보유 수준에 와 있고, 연간 3~5개씩 추가로 제조하면 2020년에는 25~50개 정도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그 첫 단계 필요조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길고도 어려운 단계적 협상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와 대미 특사외교를 통해 동맹 간 소통의 첫 단추를 꿰었다. 양국의 국가안보 담당자들도 만났다.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동맹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양국의 공통 전략과 효과적인 역할 분담을 이끌어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정권교체보다는 일단 대북제재를 강화해 ‘최고의 압박’을 가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 ‘개입’의 단계로 이행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변화하는 미·중 관계의 현주소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외교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미·중 관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환경영향평가 문제로 한·미 신뢰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북핵 문제가 악화되고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박 진 (사)한미협회 회장·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