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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그때 그랬더라면 … 어땠을까

중앙일보 2017.06.12 02:39 종합 30면 지면보기
장혜수스포츠부 차장

장혜수스포츠부 차장

가수 싸이의 메가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앨범에 ‘어땠을까’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박정현과 듀엣으로 부른 곡이다. 후렴구에 남녀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부르는 대목이 있다. 여자가 ‘어땠을까’를 반복하는 동안 남자는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라고 자문한다. 놓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사랑만 그런 게 아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일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도 문과를 선택했다면, 의대에 갔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싶을 때가 있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지나간 선택은 번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영어 경구처럼 ‘Let bygones be bygones(지나간 일은 잊어라)’ 하면서만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스포츠 감독들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축구를 예로 든다면, 어떤 선수를 뽑을지, 뽑은 선수 중 누구를 경기에 내보낼지, 그 경기에서 어떤 전술을 사용할지, 어느 시점에 어떤 선수를 교체할지, 승부차기에선 누구를 몇 번째 차게 할지 등이 있다. 이런 선택들이 모여 승부가 갈린다. 그 결과에 따라 감독은 명장이 될 수도, 역적이 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역적이 된다면 그는 지난 선택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생각할 것이다. ‘그때 그랬더라면…어땠을까.’ 하지만 심판의 종료 휘슬은 이미 시간 속으로 산산이 흩어진 뒤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했던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연파하고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3차전인 잉글랜드전에선 벤치멤버들에게 기회를 줬다. 꼭 그래서였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한국은 잉글랜드에 0-1로 졌다. 조 2위가 되는 바람에 16강전에서 포르투갈을 만났고 1-3으로 져 탈락했다. 만약 잉글랜드에 이기거나 비겨 조 1위를 했다면 어땠을까. 16강전에서 코스타리카를 잡고 8강에, 또 8강전에서 멕시코를 잡고 4강에 갔을지 모른다. 신 감독도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국 축구에 14일은 운명의 날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전이 열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FIFA랭킹 120위(한국은 43위)로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인 이라크를 맞아 수비 강화 전술을 선택했다. 결과는 0-0 무승부, 한마디로 폭삭 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비난의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그때 공격형 전술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안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부디 카타르전이 끝난 뒤엔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그나저나 대한축구협회가 3년 전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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