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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텔링] 40억 로또, 비극으로 돌아온 행운 … 당첨자 협박한 두 여동생·매제 유죄

중앙일보 2017.06.12 01:54 종합 12면 지면보기
“오빠 딸이 고등학교 때 애를 낳았다는 사실을 남편 될 사람한테 알릴 거야. 당장 돈 내놔.”
 

어머니 모실 집 가장 먼저 샀는데
여동생들, 노모 속여 “패륜아” 시위
매제는 집 문 부수고 무단침입도

지난해 7월 로또 1등(40억원·실수령액 27억7000만원)에 당첨된 A씨(58)는 그해 8월 자신을 찾아온 두 명의 친여동생 B씨(57)와 C씨(49)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두 여동생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로또 당첨금 실수령액의 일부를 자신들에게도 달라며 욕설과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A씨가 20여 년간 거의 교류 없이 떨어져 산 여동생들에게 돈을 줄 리 없었다. 혈육이라는 인식도 희미했다.
 
“피켓 들면 큰돈 생겨” 문맹 어머니에 거짓말

“피켓 들면 큰돈 생겨” 문맹 어머니에 거짓말

두 여동생은 어머니 D씨(79)를 내세웠다. 이들은 ‘로또 당첨 후 엄마를 버리고 간 패륜아들’이라고 적힌 피켓을 만들어 어머니로 하여금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했다. 어머니는 글도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어머니는 피켓을 들고 있으면 곧 큰돈을 받을 수 있다는 두 딸의 말을 믿고 1인 시위를 했다. 이 모습은 사진으로 찍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속히 퍼지면서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건이 됐다.
 
A씨는 이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로또 당첨 후 A씨는 가장 먼저 경남 양산에 34평형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 A씨가 이혼 후 20여 년간 딸과 아들을 키워 준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이었다. 하지만 A씨는 졸지에 ‘돈에 눈이 멀어 엄마를 버린 패륜 아들’이 돼 있었다. 또 당첨금을 받은 후 어머니와 함께 살 집으로 모셔가려 하자 두 여동생은 욕설을 하며 이를 막았다. 더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A씨는 어머니와 두 여동생과 연락을 끊었다.
 
전화 안 받는다고 당첨자 집 찾아가 횡포도

전화 안 받는다고 당첨자 집 찾아가 횡포도

그러나 두 여동생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로 욕설을 남겼고 경남 양산 집을 수소문해 찾아오기도 했다. 문을 열어 주지 않자 두 여동생과 한 여동생의 남편 E씨(54)는 열쇠 수리공을 불러 잠금장치를 공구로 파손하고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이들을 고소했다. 8개월가량 이어진 법정 공방에서 두 여동생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의 추궁 끝에 협박을 한 사실만 일부 자백했을 뿐이다.
 
울산지법은 11일 협박과 주거침입 등을 유죄로 인정해 두 여동생 모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여동생의 남편인 E씨의 죄질을 나쁘게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E씨가 두 여동생을 대표해 경찰에 신고하고 열쇠수리공을 부르는 등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하고 주도했으면서 A씨 집 현관문을 부술 때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고 태도가 매우 나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남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 가족애가 약해진 상태에서 거액의 돈이 생긴 것이 행운이 아니라 형제를 원수처럼 만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양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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