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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걸렸다, 축구 종가 체면 세운 루니의 아우들

중앙일보 2017.06.12 01:00 종합 26면 지면보기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베네수엘라를 1-0으로 꺾고 51년 만에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앞줄 왼쪽 셋째)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결승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베네수엘라를 1-0으로 꺾고 51년 만에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앞줄 왼쪽 셋째)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3만 관중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은 상대적 약자이자 ‘이변의 주인공’인 베네수엘라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후반 막판 골대를 비우고 공격에 가담한 베네수엘라 골키퍼 위케르 파리네스(19·카라카스)가 슈팅까지 날리자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실력의 차이는 분명했다.
 

잉글랜드 U-20 월드컵 첫 우승
베네수엘라 꺾고 유럽팀 9번째 정상
선수 전원 프로팀 소속인 잉글랜드
한국에 체계적 선수 육성 숙제 던져
총 관중 41만, 한국 경기 12만 쏠려
우루과이 인종차별 논란, 폭행 오점

젊은 사자들이 ‘축구 종가(宗家)’의 자존심을 세웠다. 잉글랜드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잉글랜드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결승전에서 전반 35분 스트라이커 도미닉 칼버트-르윈(20·에버턴)이 결승골을 터뜨려 1-0으로 승리했다. ‘반 세기의 한’을 씻어낸 승리였다. 잉글랜드가 FIFA 주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건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 이후 51년 만이다. 현대 축구의 규칙을 완성해 ‘축구 종가’로 불리는 잉글랜드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U-20 월드컵에서도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 역대 최고 성적은 3위(1993)였다.
 
잉글랜드가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과 남미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이번 맞대결을 포함해 총 21차례 열린 결승전에서 유럽이 9번째 정상에 올라 남미(11회)와의 격차를 좁혔다. 기타 대륙 출신으로 우승한 나라는 지난 2009년 이집트 대회를 제패한 아프리카의 가나 뿐이다.
 
잉글랜드는 16강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에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잉글랜드 선수 21명 전원은 프로팀 유스 소속이다. 두 살 단위로 세분화 된 유소년팀에서 차근차근 경쟁하며 톱 레벨까지 올라왔다. 그 중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10경기 이상 뛴 선수도 9명이나 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공격수 도미니크 솔랑케(20·첼시)다. 2년전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잉글랜드의 우승을 이끌었던 솔랑케는 이번 대회 기간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도 4골을 터뜨려 득점 2위에 올랐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밟은 솔랑케를 데려오기 위해 리버풀은 이적료로 750만 파운드(103억원)를 선뜻 내놓았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끈 한국은 21인 엔트리 중 절반이 넘는 11명이 대학생이었다. 대부분 1·2학년이라 경기 출전 경험이 부족했다. 프로팀 소속 선수들도 대부분 벤치 멤버들이다. 유일하게 K리그에서 주전으로 뛴 미드필더 한찬희(20·전남)는 대회 개막 직전에 당한 허벅지 부상의 여파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김호(73)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은 “한국축구는 초·중·고·대학을 통틀어 저학년 선수들은 어지간해선 경기에 출전하기 힘든 구조”라면서 “대한축구협회가 ‘골짜기’ 연령대에 속한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식 클럽 시스템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19세 이하 대표팀이 최근 두 대회 연속 아시아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위험신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52경기에 총 41만79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7899명이다. 지난 2015년 뉴질랜드 대회(7452명)를 근소하게 앞섰고, 2013년 터키 대회(5558명)보다는 2300명 가량 많았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쏠림 현상이 아쉬웠다. 한국이 치른 4경기(조별리그 세 경기+16강전)를 제외하고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경기는 결승전 포함 6경기에 그쳤다. 한국이 치른 4경기에 총 12만1198명(경기당 3만300명)이 몰렸다. 총 관중 수 가운데 30%가 우리나라의 경기에 몰렸다는 뜻이다.
 
인종차별 논란과 폭행 사건을 일으킨 우루과이 선수단은 비난받아 마땅했다. 우루과이는 지난 4일 포르투갈전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골 세리머니로 눈총을 받은 데 이어 10일에는 수원 시내 숙소 호텔에서 베네수엘라 선수들과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11일 3·4위전에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 끝에 져 4위를 차지한 우루과이 파비안 코이토 감독은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FIFA U-20 월드컵 최종 순위
● 우승: 잉글랜드 ● 준우승: 베네수엘라
● 3위: 이탈리아 ● 4위: 우루과이
주요 개인상 수상자
● 골든볼(MVP): 도미닉 솔랑케(잉글랜드)
● 실버볼: 페데리코 발베르데(우루과이)
● 브론즈볼: 양헬 에레라(베네수엘라)
● 골든 글러브(최우수 GK): 프레디 우드먼(잉글랜드)
● 골든부츠(득점상): 리카르도 오르솔리니(이탈리아·5골)
● 실버부츠: 조슈아 사전트(미국·4골)
● 브론즈부츠: 장-케빈 오귀스탱(프랑스·4골)
 
수원=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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