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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기업은 한미관계 풀 민간외교관

중앙일보 2017.06.12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임호균광고주협회 부회장

임호균광고주협회 부회장

미국의 트럼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며 양국은 지금 새로운 협력관계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핵 문제라는 핫이슈를 두고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과 한국의 새로운 ‘달빛(Moon-shine)정책’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사드 배치, 전작권 회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난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우방국이자 최대 교역국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통화한 외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이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결국에는 서로가 협력하고 좀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도 정부 차원의 대화와 노력뿐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의 협력이 때론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좋은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2008년 11월 체결된 한미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미국에 비즈니스 또는 여행 목적으로 단기 체류 하는 것이 매우 자유롭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비자 취득을 위해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 수백m를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이 매우 익숙했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몇 시간 동안 장사진을 쳐야 하는 처지에 국민의 자존심까지 상처받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90년대 후반부터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미국 정부에 지속해서 한국을 비자 면제 대상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기업이 애를 썼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 후 미국 입국절차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신규로 가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당시 한미재계회의 의장이던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찾아가 면담하면서 비자 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과 다양한 사업들을 하면서 수입도 많이 하는데 비자 발급 때문에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요한 건의사항이었다. 아울러 미국에 공장을 가진 기업들을 독려해 공장 소재지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활동들이 장장 10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비자 면제 대상국이 될 수 있었다. 현홍주 전 주미대사도 한미 FTA, 비자 면제프로그램, 지적재산권 문제 등에서 한국 기업들의 민간 외교가 큰 성과를 낳았다고 인정했다. 당장 비즈니스에 이득이 되거나 누가 그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는데도 기업들이 국익에 봉사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은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장사꾼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명분과 의욕을 주어야 한다. 문재인-트럼프 행정부 시대에도 기업들에게 민간 외교관 역할을 맡겨준다면 어느 때보다 더 큰 외교 성과를 낼 것이다.
 
임호균 광고주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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