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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동영상 보려 참고 본 광고, 공짜가 아니네

중앙일보 2017.06.12 01:00 경제 7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일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등잔 밑이 어두운 곳’이 하나 있다. 통신사 IPTV(SK브로드밴드 옥수수, KT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 비디오포털), 유튜브·네이버·카카오 등이 이용자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동영상 앞에 붙여 수익을 올리는 ‘프리롤(Pre-roll) 광고’다. 스마트폰·태블릿 등에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동영상을 시청하기 전에 5~15초가량 강제로 봐야 하는 광고다. 5~15초 후 이것을 건너뛸 수 있는 ‘스킵(skip) 버튼’이 나오지만 그 사이 시간과 데이터가 소모된다.
 
자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프리롤 광고 시장의 몸집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지난해 OTT 시장 매출 규모를 4884억원으로 추산했다. 2015년의 3178억원보다 53.7% 늘었다. 이 중 광고 매출은 2657억원으로 전체의 54.4%를 차지했다. 월정액 매출은 776억원으로 15.9%, 주문형비디오(VOD) 등 유료 콘텐트 구매 매출은 499억원으로 10.2%였다. 보고서를 만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곽동균 박사는 “OTT 시장의 광고 매출 중 대부분은 프리롤 광고로 올린 것으로 본다”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어 프리롤 광고 매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프리롤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동영상·주문형비디오(VOD·다시보기) 광고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포털이나 모바일 IPTV의 동영상에 붙는 광고와 관련된 법이나 제도는 따로 없다. OTT가 방송 서비스가 아닌 부가통신 서비스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동영상 콘텐트 재생 전에 1분짜리 광고를 10개 붙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자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물론 현실에서는 대개 5~15초짜리 광고 1개만 붙인다. 예외도 있다. KT의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비디오포털’, ‘푹’ 등은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달리 월정액 가입자에게는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남는다. 통신사 IPTV나 유튜브·네이버·카카오 등은 프리롤 광고를 두고 “이용자가 공짜로 동영상을 보는 대가”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지만 어폐도 있다. 광고 시청만으로 동영상을 보는 대가는 치른 셈인데 시간·데이터 비용이 따로 들기 때문이다.
 
자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녹색소비자연대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 때문에 드는 1인당 데이터 비용이 연간 16만1002원이라고 주장했다. DMC미디어의 ‘2016 인터넷 동영상 시청행태 분석’ 내용을 기반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누리꾼은 하루에 15초짜리 고화질 광고(7.3MB) 4편을 시청했다. 여기에 5만원대 데이터 요금 기준 1MB당 비용 6.25원을 곱해 연간 데이터 비용(6만6613원)을 산출했다. 이 금액에 광고 시청에 따른 기회비용 9만4389원을 더했다. 2015년 근로자 평균 임금(1초당 4.31원)에 연간 모바일 광고 시청 시간(15초x4편x365일)을 곱한 값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정보통신기술(ICT)소비자정책연구원 이혜리 부장은 “사업자들은 프리롤 광고로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에 무임승차해서 수익을 올린다”며 “광고를 볼 때 데이터가 얼마나 들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소비자가 알아야 하며 경제적 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누가 얼마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를 두고 동상이몽이다. 이동통신 사업자, 콘텐트와 광고를 포털에 제공하는 스마트미디어렙, 네이버와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면 프리롤 광고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원들에게 적극 개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프리롤 광고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후속 조치가 없어 흐지부지 됐다. 지난해 공동으로 정책연구를 진행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계속 협의할 계획이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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