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축 8명 중 7명이 교수·정치인 출신
재정 건전성보다 명분 집착 가능성
새 정부 일자리 대책 공공에 치우쳐
정통 관료 김 부총리가 중심 잡아야
경제 전문가들은 눈코 틀 새 없이 바쁜 김 부총리에게 또 하나의 역할 이행을 주문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와 민간 업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경제팀 내 야당’이 돼 달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첫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주문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팀의 주축 인사 8명의 면면을 보면 김 부총리는 사실상 유일한 정통 경제 관료다. 나머지 7명은 3인의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4인의 정치인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팀의 한 축인 세 어공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다. 모두 공직 경험이 전무한 교수 출신이다. 다른 한쪽에는 김진표 국가기획자문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 네 명의 정치인이 포진해 있다. 김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지만 이미 정치권에 몸담은 지 10년 안팎이 됐다. 관료색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재정 건전성이나 공공·민간의 균형점 등을 따져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김 부총리라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정 및 일자리 확대 정책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초점이 공공 부문으로 많이 넘어가 있어 민간 기업들이 움츠러든 상태”라며 “기업 생태계에 공정하고 경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규제보다는 지원을 통해 기업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부총리의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은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데다가 너무 실험적이어서 후유증도 우려된다”며 “김 부총리를 중심으로 일자리 확대와 성장 전략에 대한 진단과 방향을 조금 더 절충해서, 일자리는 민간에서 주로 만들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들인 ‘세 어공, 네 정치인’에게 휘둘리거나 배척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김 후보자의 경제기획원(EPB) 선배였던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진표 위원장, 이용섭 부위원장, 장하성 실장 등 막강한 실세들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들이 김 부총리와 다른 의견을 밀어붙이려 하더라도 쉽게 의견을 굽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자신이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 부총리는 “후보자 지명 이후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의원 등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 이견이 있더라도 경제정책의 방향이나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부총리가 담당할 것이라는 뜻도 분명히 전했다”고 덧붙였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청와대 정책실 등과의 조율은 어차피 부총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청와대, 민간과 모두 잘 소통해 청와대가 원하는 소득주도 성장, 민간이 원하는 규제완화 등을 통한 혁신성장을 동시에 추진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