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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여성 돌풍, 100년 만에 여성 당선자 208명 역대 최고 기록

중앙일보 2017.06.11 18:33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이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순간 영국 정치에서 새 기록이 탄생했다.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된 여성숫자의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11일 1차 투표 치러진 프랑스 총선서도 후보자 42%가 여성
마크롱 대통령이 앙마르슈 공천 절반 여성으로 채워
앙마르슈 압승 예상돼 여성 의원 수도 역대 최고 가능성

 이번 영국 총선은 러드 내무장관이 192번째로 당선됨에 따라 2015년 총선의 여성 하원의원 191명 배출기록을 깼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캐롤라인 루카스 녹색당 공동대표, 다이앤 애벗 노동당 의원 등 208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돼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전체 의석의 32%다. 1918년 영국 최초의 여성의원이 선출된 이후 한 세기만의 일이다.
8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들. 메트로 캡처

8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들. 메트로 캡처

11일 1차 투표가 실시된 프랑스 총선에서도 여성의 약진이 예고되고 있다. 총선 후보 7882명 중 여성은 42%에 달한다. 현재 프랑스 의회에서 전체 577명 중 여성이 155명으로 26.9%에 그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여성 의원 비중 확대는 확실시된다. 유럽의 정치 풍향계인 영국과 프랑스 선거에서 동시에 여성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영국 총선에서 여성 하원의원이 역대 최고치에 이른 표면적 이유는 노동당의 선전이다. 제러미 코빈 대표의 노동당은 여성 의원 비율이 45%나 됐다. 반면 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은 21%에 그쳤다.  
출발점은 공천이었다. 노동당은 후보자의 40.4%를 여성으로 채운 반면 보수당은 28.7%에 불과했다. 노동당은 특히 여성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집중 배치했다.
본질적인 이유는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생활 이슈가 선거전의 초점이 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자 생활정치에 강한 여성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더 먹혀들게 됐다.  
지난달 말 노동당이 보수당과의 격차를 급격히 좁히기 시작한 것은 국가보건서비스(NHS) 강화등 노동당의 생활 공약이 위력을 발휘하면서였다. 이 때를 기점으로 노동당을 향한 여성 표심 이동이 두드러졌다. 성 평등 시민단체인 포셋 소사이어티의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여성들이 NHS를 중요 의제로 생각하는 비율은 63%로, 남성(50%)에 비해 훨씬 높았다.
 
영국의 역대 하원의원 중 여성의 비율 추이. 자료:하원도서관,BBC

영국의 역대 하원의원 중 여성의 비율 추이. 자료:하원도서관,BBC

프랑스 총선에서도 여성의원들의 대거 탄생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총선 압승이 예고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총선 후보의 절반을 여성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앙마르슈는 공천 신청자 1만9000여 명 중 남성이 71%였고 여성은 29%에 불과했지만 이에 구애받지 않고 공천의 절반을 여성에 할당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양성 평등 의지가 확고한데다 좌우 이념 대립을 뛰어넘는 중도 실용 정치라는 앙마르슈의 노선이 여성 의원 확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과반(289석)을 훨씬 넘는 40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프랑스 총선에서 여성 돌풍을 나타났지만, 성 평등 관점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호응을 얻고 있다. 포셋 소사이어티의 샘 스메서스 대표는 “영국 의회의 여성 수가 처음으로 200명의 장벽을 넘었지만 여전히 32%에 불과하다“며 “달팽이 같은 속도이므로 적어도 45%의 여성의원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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