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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자격시험?' 셜록 홈즈, 한국에선 어떤 모습일까

중앙일보 2017.06.11 17:46
‘사실 조사를 지원하는 공인탐정제도 도입 추진.’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공약집 262쪽에 실린 내용이다. 경찰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에 이행 방안을 대해 보고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발의돼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공인탐정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8월에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경찰은 1차 시험은 민간조사기초법, 개인정보보호론 등의 개론 위주로 2차는 증거조사론 등 실무과목으로 편성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발의된 '공인탐정법'
대통령 공약되며 시행 기대감
OECD에서 한국만 공인탐정 없어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우려도

퇴직 경찰관 등의 일자리로 활용될 수 있는 탐정제도는 경찰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지난해 법안을 발의한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도 경찰 간부 출신이다. 발의된 법안에는 경찰 등 유사업무 종사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에 한하여 1차 시험을 면제시켜 준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자격시험의 실시 주체와 탐정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도 경찰청장이 갖는다.
 
세계 각국의 탐정 수와 한국에 도입됐을 때 예상 되는 탐정 인원. [자료=경찰청]

세계 각국의 탐정 수와 한국에 도입됐을 때 예상 되는 탐정 인원. [자료=경찰청]

제도 도입 가능성이 커지며 경찰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찰청이 국민 1000명을 상대로 공인탐정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72.3%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20대(80.6%)와 30대(73.8%)가 가장 많이 찬성했다. 일자리 창출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간 단체들도 제도 실현 가능성에 발 맞춰 움직이고 있다. 대한민간조사협회와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은 지난달 25일 탐정 실무 ․ 창업과정을 개설했다. 탐정 인력 공급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17년째 노력 중인데 이번에는 꼭 법제화가 돼야 한다. 23일에 경찰청 후원 학술세미나도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관련 단체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 최종보고서에 담기는 주요 국정과제에 공인탐정 제도가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련 법안은 17대 국회부터 9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회기 만료 등의 이유로 폐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정기획위에서 따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식 반대 입장을 낸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가장 적극적이다. 탐정에 의한 불법적인 정보수집 가능성, 퇴직 경찰들의 전관 예우 가능성 등이 반대 이유다. 임지영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탐정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다. 민사 소송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자료를 풍부하게 수집해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비판했다.
 
◇공인탐정의 역할은
발의된 공인탐정법이 규정하는 탐정의 조사 영역은 ①사람에 대한 소재확인 ②물건의 소재 파악 ③개인의 권리보호·피해사실과 관련된 사실조사 등이다. 특히 민사소송, 실종자 찾기 등에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은 실종자 찾기 등 보다 살인·강도 등 치안사건에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돈을 주고 누군가를 고용하는 게 불법이라 결국 생계를 내팽개치고 본인이 직접 뛰어야 하는데 이런 일을 없애려면 탐정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심부름센터와의 차이는
영화 ` 해결사 ` 의 한 장면 . 경찰 출신으로 흥신소를 운영하는 태식 ( 설경구 ) 은 하루 아침에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 [ 중앙포토 ]

영화 ` 해결사 ` 의 한 장면 . 경찰 출신으로 흥신소를 운영하는 태식 ( 설경구 ) 은 하루 아침에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 [ 중앙포토 ]

자격시험을 거치는 탐정과 달리 심부름센터는 허가·등록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경찰은 난립하는 업체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도 부실하다. 관련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에는 ‘지적장애 2급의 실종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뒤 실종자를 찾고도 이를 숨기며 통장에 있던 돈 수백만원을 가로챈 심부름센터 일당이 검거됐다. 
 
공인 탐정이 제도화되면 불법 업체는 시장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유우종 회장은 “투명하게 관리를 하다보면 ‘누구를 납치해오라’는 황당한 의뢰가 사라질 것이다. 불법 업체는 법에 의해서도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합법 업체들의 신고 등으로 불법 업체가 위축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탐정이 불법을 자행할 가능성은
탐정의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다. [자료=경찰청]

탐정의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다. [자료=경찰청]

탐정은 조사를 위해 따로 주어지는 권한이 없다. 탐정이 묻는다고 답할 의무도 없다.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가 난립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탐정이 불법 정보수집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지영 대변인은 “탐정들이 합법적인 자료 수집만 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공무원에 준하는 자격요건을 제시하고 법 위반시 강하게 규제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법 업체가 줄어들게 된다. 사생활 침해나 불법적인 자료 수집에는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만들어 차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100년 이상 역사
탐정이 활약하는 추리소설 '셜록홈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중앙포토]

탐정이 활약하는 추리소설 '셜록홈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중앙포토]

탐정업이 없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약 6만여 명, 독일과 영국에서는 약 2만여 명 안팎의 탐정이 활동 중이다. 활동 범위는 대부분 한국의 탐정법처럼 특정인의 소재파악 등의 분야로 한정돼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와 스페인에서 예외적으로 정부 위임에 따라 형사 범죄에 대한 수사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셜록 홈즈로 유명한 영국은 면허와 자격 없이도 탐정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였지만 2001년부터 ‘민간보안산업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도 신고만 하면 탐정업을 할 수 있었지만 2003년 허가제·자격제로 변경됐다. 1920~30년대 흥신소가 처음 생겨긴 일본에서도 사생활 침해 등이 사회적 문제가 돼 2006년부터 국가가 관리에 나섰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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