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염사고 피해자에서 환경부 수장으로

중앙일보 2017.06.11 17:00
김은경 환경장관 후보자

김은경 환경장관 후보자

김은경(61) 환경 장관 후보자가 환경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환경 오염사고 피해자가 환경부 수장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원인 조사나 피해 보상 등에 있어 환경부가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경 환경장관 내정자 91년 대구 거주 때
페놀사고 피해 당하면서 환경문제에 눈 떠
서울로 이사 와 90년대 초 소각장 반대 운동
구.시의원 거쳐 노무현 때 청와대 비서관
"겉으론 부드럽지만 환경의식은 강한 편"

환경차관엔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80년대부터 환경운동..독일에서 박사 학위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가 장관에 취임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때 이재용 장관(2005년 6월~2006년 3월)이 지금까지 유일하다. 이재용 전 장관은 대구환경운동연합집행위원장으로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때 적극적으로 활약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던 그는 결혼 후 시댁이 있는 대구로 가서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그러던 중 1991년 초 경북 구미 두산전자에서 페놀이 유출되면서 대구를 비롯한 영남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는 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정수장에서 무턱대고 염소 소독만 강화하는 바람에 클로로페놀이 생성되면서 악취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젖먹이 아들을 키우고 있던 김 후보자도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됐다. 국내 최대 환경오염 사고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전화' 소속 노인회원 1천여명이 1991년 4월 1일 낮 12시 서울 신공덕동 사랑의전화 건물앞에서 낙동강페놀오염사건에 항의, OB맥주, 코카콜라 모형화형식을 갖고 두산그룹의 부도덕성을 규탄했다.[중앙포토]

사회복지법인 '사랑의전화' 소속 노인회원 1천여명이 1991년 4월 1일 낮 12시 서울 신공덕동 사랑의전화 건물앞에서 낙동강페놀오염사건에 항의, OB맥주, 코카콜라 모형화형식을 갖고 두산그룹의 부도덕성을 규탄했다.[중앙포토]

당시 대구 등 영남지역 주민들은 환경처에 환경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등 불매운동과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한 활동을 벌였는데, 김 후보자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재용 전 장관은 11일 전화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당시 주부로서 페놀 오염 사고 관련 주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로 이사한 김 후보자는 노원구 상계동을 중심으로 벌어진 소각장 반대 주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93년에는 쓰레기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고문을 일간 신문에 싣기도 했다. "소각장은 자원 재활용에 반대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활동 덕분에 95년 노원구 의원에 당선됐고, 98년에는 서울시 의원에 당선됐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서울시 의원 당시 환경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고, 당시 고건 시장도 김 후보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노원 소각장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 5백여명이 1993년 6월 10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 5백여명이 1993년 6월 10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2003년 초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환경전문위원을 지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는 지역구인 서울 노원을 공천을 두고 열린우리당 경선에 참여했는데, 우원식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패했다.
2006년부터는 청와대 지속가능발전 비서관을 지냈고, 이 무렵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과도 얼굴을 익혔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명(오른쪽 두번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이 국정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교육부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맨 왼쪽이 김은경 위원. 김낙중기자

김연명(오른쪽 두번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이 국정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교육부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맨 왼쪽이 김은경 위원. 김낙중기자

정권 교체 이후 지난 10년 가까이 김 후보자는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화두를 안고 연구와 활동을 계속해왔는데, '지우 지속가능성센터'를 설립해 대표직을 맡아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사회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환경운동에 있어서는 주장이 강하고 환경보전 의식도 철저한 편"이라고 평했다.
김 후보자는 "당장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고, 앞으로 자세한 말씀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안병옥 환경부 신임차관 [중앙포토]

안병옥 환경부 신임차관 [중앙포토]

한편 이날 청와대는 신임 환경부 차관에 안병옥(54)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겸 시민환경연구소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안 신임차관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했다. 80년대부터 환경운동에 참여했으며,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에서 응용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 신임차관은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에서 부소장을 지냈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역임했다. 중앙일보 리셋 코리아의 환경분과 위원이기도 하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그동안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는 점에서 신임 안 차관과도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의회 의원이나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경험은 있으나 커다란 조직을 직접 지휘한 경험은 없고, 환경부 장차관 모두 외부 출신이어서 일부에서는 조직을 장악하고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