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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증언 별 거 아니네... 트럼프의 반격

중앙일보 2017.06.11 16:2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의 증언 이후 대대적인 반격을 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의 증언 이후 대대적인 반격을 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개입했다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에 맞서 총반격에 나섰다. 코미는 지난 8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스캔들 수사를 중단을 요청했다고 공개 증언했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할까봐" 메모를 남겼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WP) 민주당과 양당의 여러 법률 전문가들이 코미의 증언이 트럼프를 철저히 짓밟았다고 보는 반면,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코미의 증언을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특검에서 100% 선서 증언하겠다"
옛 대선 캠프 핵심 멤버 '트럼프 구하기' 나서
공화당, "트럼프는 정치 초보, 범죄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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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코미의 증언 다음 날인 9일 오전 트윗에서 "아주 많은 잘못된 진술과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전적이고 완전한 변호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고“공모도 없고, 방해도 없다. 그는 누설자다. (No collusion. No obstruction. He’s a leaker)”라면서 "우리는 정말 정말 행복하다. 솔직히, 제임스 코미는 내가 말한 많은 걸 확인해줬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녹음 테이프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언론에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청하고 충성을 요구했다는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냐는 ABC뉴스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는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세 번이나 반복해 답했다. 이어 "나는 그를 거의 알지 못한다. 나는 '충성 서약을 요구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내가 지금 한 말을 그(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그대로 말할 수 있다. 100% 선서한 상태에서 증언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 수사를 자청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증언을 두고 민주당은 탄핵의 '스모킹 건'이라고 받아들였지만 다수 공화당과 트럼프의 생각은 달랐다.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증언을 두고 민주당은 탄핵의 '스모킹 건'이라고 받아들였지만 다수 공화당과 트럼프의 생각은 달랐다. [AP=연합뉴스]

 
대선 캠페인의 일등공신이었던 정치평론가 코리 루언다우스키가 트럼프 구하기에 앞장섰다. 그는 10일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에 출연해 "코미는 책을 팔려고 나선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코미가 1000만 달러(112억 5000만원) 상당의 출판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봤다"면서 "이 사람이 정부 관료서 억만장자가 되는 걸 보면 놀랍다. 국민들은 왜 워싱턴 정치가 망가지는지 궁금해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코미는 소위 '딥 스테이트(the deep state,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권력자)'의 일원이라고도 주장하며 트럼프를 피해자로 부각시켰다.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가 경험이 부족하지만 범죄자는 아니라며 옹호했다. 존 코르닌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워싱턴의 방식이나 수사 작동법에 경험이 없다는 건 누구에게도 비밀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공직의 초보자"라고 말했다.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잘못이 있다면 부적절하고 무례하며 상스럽다는 것이지, 범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에 호의적이었던 폭스뉴스는 '코미 북딜(Comey book deal)'이라는 보도 외에도 '코미의 증언은 헛소리'라는 논평으로 비판에 가세했다. 하지만 루언다우스키가 언급한 출판 계약설은 코미에게 선인세를 1000만 달러 이상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익명의 출판 관계자들을 인용한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뉴스의 보도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분석했다.
 
트럼프의 대선 캠프 정치 자문역이었던 배리 베넷도 "그(트럼프)는 짐을 덜었고, (원래 짐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면서 "(코미가 증언한) 목요일은 좋은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보시 전 트럼프 캠프 부본부장도 "진보 언론과 민주당이 코미의 청문회에서 비현실적인 수준의 증언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높였다"고 비난했다. 마크 가소위츠를 필두로 한 트럼프의 개인 변호팀은 코미가 대통령과의 대화를 기록한 메모를 친구를 통해 뉴욕타임스(NYT)에 유출한 혐의와 의회 위증 혐의로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테이프가 없다면 코미 메모만이 증거로 남는다. 하지만 한쪽의 말일 뿐이라 객관적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며,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코미의 증언만으로 탄핵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WP는 보수 진영의 이같은 해석은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이 직면한 법적·정치적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 당시 특검으로 활약한 필립 앨런 라코바라 전 법무부 부장관은 "코미의 증언은 대통령이 사법방해에 관여했다고 충분히 간주할 만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13일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다. 그가 어떤 증언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13일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다. 그가 어떤 증언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A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 스캔들의 당사자이기도 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코미 증언과 관련, 13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해 주목된다. 그는 10일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 앞으로 서한을 보내 코미의 증언과 관련, "내가 이 문제들을 적절한 자리에서 진술할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션스 장관은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러시아와의 접촉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를랴크 러시아 대사와 만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위증 논란에 빠졌다. 그걸 계기로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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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는 의회 증언에서 트럼프의 수사 중단 요청을 받은 뒤 세션스 장관에게 찾아가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법무부는 "세션스 장관은 침묵하지 않았다"며 반박 성명을 낸 바 있다. 트럼프는 세션스 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코미 해임을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로젠스타인은 로버트 뮬러 특검을 전격 도입해 트럼프의 뒤통수를 쳤다. 세션스 장관 역시 특검 도입 때문에 트럼프와 갈등을 빚어 사임하거나 해임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 터다. 세션스의 증언이 공개적으로 이뤄질지 비공개가 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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