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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실 없고 1인용 소파만 한가득”…'우아한형제들' 신사옥에 숨은 경영철학은

중앙일보 2017.06.11 16:00
‘우아한형제들 퇴근 시간’, ‘우아한형제들 복지’, ‘윈-윈하는 꿈의 직장’….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 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들이다. 파격적인 복지 제도와 조직 문화가 취업 준비생과 경력 취업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1조원 규모의 배달 앱 시장을 평정한 이 회사는 2011년 6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600여명, 지난해 매출 850억원을 넘긴 중견 기업으로 도약했다.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 새로 문 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모습. [사진 우아한형제들]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 새로 문 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모습. [사진 우아한형제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둘러봤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월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올림픽공원 앞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매년 150명 가까이 늘어나는 직원들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사무실 인테리어와 곳곳에 배치된 캐치프레이즈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경영 철학과 직원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19층 건물 중 2층~18층을 사용하는 이 회사는 혁신을 이룬 스포츠 선수들의 성공 스토리를 건물 곳곳에 담았다. 육상 단거리에서 최초로 ‘크라우칭 스타트’(두 손을 땅에 짚은 채 엉덩이를 치켜드는 출발 방식)를 도입한 토마스 버크, 야구에서 최초로 커브볼을 던진 투수 캔디 커밍스 등을 층별로 소개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졌어도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고, 창의와 혁신을 위한 영감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서다.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 새로 문 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모습. 하선영 기자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 새로 문 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모습. 하선영 기자

김 대표는 지난 하반기 ‘신사옥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직원들에게 ‘우리 사무실에 바라는 점’에 대해 조사했다. ‘벌레가 없고 공기가 신선한 회사’, ‘사무실 곳곳에 책이 널브러진 회사’, ‘한 달에 한 번 치킨 시켜먹는 회사’ 등등의 희망 사항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 회사는 ‘잡담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각 층마다 절반 씩은 자리 구분이 없는 협업 공간으로 꾸몄다. 신발을 벗고 철퍼덕 앉을 수 있는 쇼파와 마루 바닥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 창밖 올림픽 공원을 바라보며 앉는 빈백(모양이 자유롭게 변하는 1인용 소파)은 최고 명당 자리다.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 새로 문 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모습. [사진 우아한형제들]

2월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 새로 문 연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모습. [사진 우아한형제들]

기자가 방문한 매층마다 누군가는 서로 떠들석하게 대화를 하거나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딱딱한 분위기를 지양한다. 개인 사무 공간에도 파티션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표 사무실도 따로 없다. 김 대표는 매일 다른 공간에 짐을 풀고 업무를 본다. 직원들은 김 대표랑 마주쳐도 놀라거나 긴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면접을 보러 오면 공원을 내려다보는 가장 경치 좋은 방 ‘선수대기실’로 안내받는다. 설사 불합격하더라도 면접자들에게 제일 좋은 전경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청소부 직원들은 ‘고마운 분’, 임산부 직원들은 ‘여신님’이라고 적힌 사원증을 준다. 이 회사가 가장 강조하는 배려 정신이 곳곳에 묻어난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지만 그만큼 책임과 규칙도 뒤따른다. 사무실 곳곳에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이색적인 제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휴가나 퇴근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와 같은 직원들이 직접 만든 근무 규칙이 소개돼 있다.  
 
우아한형제들에는 인사팀 외에 직원들의 복지와 사기 진작을 담당하는 ‘피플팀’이 있다. 주 4.5일 근무제(매주 월요일 오후에 출근)와 본인과 배우자ㆍ부모님 생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하는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퇴근을 눈치보는 직원이 있다면 피플팀 직원들은 해당 직원을 찾아가 등을 떠밀어 퇴근을 독려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 본사 모습. 사무실 곳곳에는 전세계 에어비앤비 숙소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숙박 공유 기업 에어비앤비 본사 모습. 사무실 곳곳에는 전세계 에어비앤비 숙소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사옥 곳곳에 그 회사의 경영철학과 사풍(社風)을 반영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세계 1위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의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본사는 전세계 국가별 에어비앤비 숙소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사무실 곳곳이 잘 수 있고 식사를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원들이 숙박 공간을 매일 경험하면서 문제점과 개선책을 도출하는 것이다. 
 
게임 업체 넥슨은 2013년 경기도 판교 사옥을 지으며 창의력 증진을 위해 음악ㆍ미술 활동을 즐기는 ‘크리에이티브 랩’을 만들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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