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與는 ‘지지율’, 野는 ‘의석’ 믿고 벌이는 ‘치킨게임’…“먼저 핸들 돌리면 진다”

중앙일보 2017.06.11 15:34
여야의 ‘강(强) 대 강(强)’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ㆍ강경화 외교부장관ㆍ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놓고 타협없는 일방통행을 고집하고 있다.  
 

강경화 등 처리 놓고 여야 '치킨 게임'
여, "지지율 높은데…" 야, "의석 수 많은데…"
"먼저 핸들 돌리는 쪽이 패배자" 인식
"양쪽 모두 핸들 돌리면 피해 없어"

당초 정치권에서는 여소야대(與小野大)의 5당 체제인만큼 일부 갈등이 있더라도 협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후 수 차례 협치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문 대통령 당선 후 한 달이 지난 현재 정국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이미 이낙연 국무총리 청문회 때부터 이같은 조짐은 있었다. 지난달 31일 이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원 불참한 상태로 표결이 진행돼 통과됐다. 지금까지 초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제1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의원 등만 참여했다. 인준에 반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전 퇴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표결에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의원 등만 참여했다. 인준에 반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전 퇴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공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것은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 등 야권 일부는 위장전입ㆍ거짓해명ㆍ세금탈루 등이 드러난 강 후보자를 낙마시키면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협조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강조했다. 
양측은 “이번에 양보하면 기선 싸움에서 밀려 계속 양보하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한 치의 양보없는 ‘치킨 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닫는 데는 각자 기댈 수 있는 버팀목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지지율을 근거로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을 잘 수행한다는 답변에는 82%가 찬성했고,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48%를 얻어 2위인 한국당(10%)을 큰 차이로 제쳤다. 이는 한국갤럽이 6월 7~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해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였고 응답률은 21%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국민 여론이 점점 커질텐데, 야당은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지 않겠냐”며 “마치 시장에서 물건 사고 팔듯이 뭐 하나 주면서 뭐 하나 끼어주거나 빼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야당이 물러설 수 밖에 없다는 뉘앙스다.  
문재인 대통령 및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문재인 대통령 및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반면 야당에서는 ‘의석 수’가 든든하다. 민주당의 의석이 120석에 불과해 야당의 협조없이는 법안 통과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권에 우호적인 정의당을 제외하더라도 야권의 의석수가 과반 이상이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야권에서 ‘부적격’이라고 판정한 인사들을 다 껴안고 간다는 게 협치냐”며 “120석인 민주당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특히 헌재소장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다 추가경정예산 처리도 남아있기 때문에 결국 여당이 물러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야권의 계산이다.  
국회 여야 의석 수 분포

국회 여야 의석 수 분포

 
‘치킨 게임’은 경제학에서 극단적 대결구도를 벌이는 벌이는 양측을 분석할 때 쓰는 게임이론의 용어다.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다가 먼저 운전대를 꺾는 쪽이 패배하는 것이 규칙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패배자를 ‘겁쟁이’를 의미하는 ‘치킨’이라고 비하한 데서 유래됐다. 제임스 딘이 출연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 등장하며 널리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20세기 후반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등 극단적인 군비 경쟁을 분석할 때 이를 즐겨 사용했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뇌를 그린 영화 '이유없는 반항'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뇌를 그린 영화 '이유없는 반항'

게임이론 전문가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치킨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절대로 핸들을 꺾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팔을 움직일 수 없게 고정시키는 등의 방법이다.  
여권에서는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ㆍ청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처리에) 최선을 다하자“며 사실상 정면 돌파 의지를 확인시켰다. 반면 야권에서는 11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강 후보자를 임명하면 헌재소장 투표에 영향을 끼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팔을 고정시키기 시작한 셈이다. 
양쪽 모두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없을까. 김 교수는‘치킨 게임’ 이론에서 둘 다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도 설명했다. “양측 모두 핸들을 돌릴 때”라고 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