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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율 인하 압박에 재점화한 카드사-밴사 갈등…“누워서 떡먹기식 영업”vs“갑의 횡포”

중앙일보 2017.06.11 14:53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손실 부담을 둘러싼 카드사와 밴(VAN)사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수료 체계 변경시 카드사 4000억 수익 감소
손실 보전 둘러싼 카드사-밴사 갈등
“밴 수수료 인하 선행돼야”vs"밴사 줄도산 위기“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에는 영세자영업자 지원 방안의 하나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늦어도 8월 안에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셈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현행 카드 수수료율 체계를 “카드회사들의 담합구조로 만들어진 잘못된 시장”이라고 표현하며 “그것(카드 수수료)을 올바르게 바꿔주어야 하고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전체 250만 가맹점 중 220만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
 
현재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2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결제액의 0.8%를, 2억원 초과 3억 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은 1.3%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한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는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해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약 250만 개의 전체 카드 가맹점 중 220만 개의 가맹점이 영세·중소가맹점에 포함돼 우대수수료를 적용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신금융협회는 우대수수료 확대 적용으로 카드사의 수익이 연간 약 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연 4000억원 수익 감소…손실 보전은 누가?  
 
남은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4000억원의 손실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지다. 카드 업계에선 수수료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밴사 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밴사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 주는 부가통신산업자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 등이 대표적인 밴 업체다. 
 
 
이들은 주로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정보 중계, 매출전표 수거 등의 업무를 대행해 수수료를 챙긴다. 카드사는 과거 카드 결제 한 건당 120원 안팎의 밴 수수료를 지급했지만, 소액 결제 비중이 높아지자 카드사는 2015년부터 밴 수수료를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로 전환해 왔다. 소액 결제의 경우 카드 수수료보다 밴 수수료가 높아지는 역마진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영세 가맹점에서 1만원짜리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경우 카드사는 80원(영세가맹점 수수료율 0.8%)의 수수료를 받는데, 정작 밴사에는 12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손해가 난다.  
  
현재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밴 수수료’ 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밴사는 각 카드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결제 금액별 밴 수수료 비율은 영업비밀에 해당해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카드사는 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꿨다고 해서 카드사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정률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총액은 정액제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과거와 달리 밴사가 수행하는 역할 대부분이 필요 없어진 만큼 밴 수수료를 대폭 줄인다면 카드 수수료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페이 등 핀테크의 발달은 카드결제 과정에서 밴사가 하던 역할 상당수를 대체하고 있다. 지문 인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삼성페이는 본인의 지문을 통해 결제가 진행되는 시스템이라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한 고객이 실제 카드의 주인인지 확인할 필요진 것이다. 지문 확인을 통해 기존에 밴사가 전표 수거를 통해 수행하던 ‘본인 확인 기능’이 필요 없어진 만큼 그에 해당하는 밴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또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밴사의 대형가맹점 리베이트가 법적으로 금지된 만큼 밴사가 리베이트에 사용하던 비용을 아껴 밴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지의 취지는 연 4000억원에 달하던 리베이트 비용을 밴 시스템 선진화 등에 활용하라는 건데 정작 밴사들은 이 돈을 쌓아놓고 매년 성과급 파티를 하거나 ‘백(back) 리베이트’를 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기 위해선 반드시 밴 수수료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7개 대형 밴사가 13개 대형 가맹점에 168억원의 ‘백 리베이트’를 지급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현금을 직접 건네는 대신 가맹점 유지보수비를 대주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밴사는 카드업계가 주장하는 밴 수수료 인하를 ‘갑의 횡포’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드사의 요청대로 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전환한 데 이어, 밴 수수료 자체가 내려간다면 밴사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이다. 밴사 관계자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며 이미 밴사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결제 중개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아웃소싱’하며 태어난 게 밴사인데, 이제 와서 그 기능이 필요없다는 이유로 밴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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