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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읽는 북한(2)] 지금은 비밀접촉이 필요한 때

중앙일보 2017.06.11 14:00
북한이 연일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유일한 타개책은 남북관계개선에 있다’의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은 이 기사에서 “한반도에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체제인정’, ‘대화와 평화’로 입장변화를 보였다”며 “한반도 정세가 이미 대화쪽으로 기울었다고 보는 여러 나라들이 우리(북한)와의 대규모 경제협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연일 남북관계 개선 목소리 높여
하지만 민간 대북단체의 방북 신청은 거부
대화파는 복귀시켜 협상 준비 중

부담스런 공식접촉보다 비밀접촉 필요
김정은은 명분보다 실리있는 남북관계 선호
서두르지 말고 서로의 속내를 파악할 때

노동신문은 이어 지난 6일 ‘남북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 는 제목의 정세논평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 수용보다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지난 9일에는 ‘남북관계개선을 지향하는 민심’의 제목의 기사에는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남북관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사진 왼쪽)이 1972년 11월 3일 평양의 내각청사 집무실에서 김일성을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사진 왼쪽)이 1972년 11월 3일 평양의 내각청사 집무실에서 김일성을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은 이런 보도를 통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는 문재인 정부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 반면에 인도적 지원 단체의 방북은 거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북한은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 보다 당국간의 대화와 경제협력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을 드나드는 중국교포들은 “북한이 지난 대선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조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에 대비해 노동당 대남 기구인 통일전선부를 새롭게 정비하고 혁명화 교육중이던 맹경일 부부장을 조기에 복귀시켰다고 한다. 맹경일은 통전부내 대화파로 알려졌다. 통일전선부의 ‘왕고참’인 원동연 부부장은 녹내장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활동을 못하고 있어 맹경일이 그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은 1989년 남북고위급회담을 위한 예비접촉 북한대표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남북회담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이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이 와중에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주범인 김영철을 그대로 통일전선부장에 유임시킬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김영철은 한국이 대화상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2015년 12월 ‘8.25합의’에 따라 개성공업지구에서 개최한 제1차 남북당국회담 이후로 당국간의 대화를 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남북한이 가장 필요한 것은 당국간의 비밀접촉이다. 공식 접촉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고 성과가 없으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그나마 비밀접촉이 유용하다.
 
김일성 주석이 1985년 10월 17일 평양 주석궁에서 장세동(사진 왼쪽)) 국가안전기획부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손을 잡고 있다. [중앙포토]

김일성 주석이 1985년 10월 17일 평양 주석궁에서 장세동(사진 왼쪽)) 국가안전기획부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손을잡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수장들은 9년 가까이 현직을 떠난 사람들이다. 업무보고를 통해 그 동안 김정은의 등장과 북한의 변화를 파악하겠지만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6월 노동당 외곽기구에서 국가기구로 승격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에 19년만에 부활한 외교위원회(위원장 이수용)의 역할에 대해서도 추측만 할 뿐이다. 외교위원회에는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에 위원으로 들어갔다.   
 
북한도 김양건 전 통일전선부장이 2015년 12월 사망한 이후 김영철 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마찬가지 일 것이다. 따라서 당국자들이 제3국에서 만나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평양을 방문하는 해외교포들에게 ‘관광’과 ‘투자’에 주력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 13곳을 발표한 뒤 현재까지 21곳을 선정했다. 경제개발구는 관광과 산업단지를 포함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를 활성화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외국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명분보다 ‘실리’를 강조하는 김정은이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에 관심이 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유엔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경제협력을 지속하는 해외기업들의 경험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사진 오른쪽))과 송호경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2000년 4월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사진 오른쪽))과 송호경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2000년 4월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따라서 남북한은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서두를 필요도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을 듯 싶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비밀접촉을 통해 서로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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