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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4대국 중심 벗어나는 '다자 외교 실험' 스타트

중앙일보 2017.06.11 13:26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이후 6개월 간의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화 외교’와 ‘특사 외교’에 속도를 냈다. 한 달 간 외국 정상과 통화한 횟수는 19회, 각지에 보낸 특사단은 8개다. 
그런데 통화 순서와 특사단 파견 패턴이 과거와는 달랐다. 미·중·일 정상과의 통화 뒤 인도 및 호주 총리와 잇따라 전화를 했고, 유럽연합(EU)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도 최초로 대통령 특사를 보냈다. 

EU 및 ASEAN에 대통령 최초 취임특사 파견
인도 정상과 네번째로 통화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합의 이뤄진 상태냐"
"사드, 위안부 합의 등 할말 제대로 했다"

주변 4강(미·중·일·러)에서 한 발 나아가 외교 파트너십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러시아와 유럽연합(EU) 및 독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EN·아세안) 등에 특사로 파견됐던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 도중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특사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EU 및 독일 특사였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 아세안특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2차 특사단과 면담을 갖고 특사 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러시아와 유럽연합(EU) 및 독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EN·아세안) 등에 특사로 파견됐던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는 도중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특사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EU 및 독일 특사였던 조윤제 서강대 교수, 아세안특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2차 특사단과 면담을 갖고 특사 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중앙포토]

 
①“4대국 중심 벗어나야”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아세안, 인도와의 외교를 주변 4강과 유사한 수준의 경제적, 정치적,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세안에 특사로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박 특사의 아세안 방문은 그동안 대체로 4대국 특사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향후 동북아를 넘어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도 아세안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역할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2015년 아세안공동체 출범으로 인구 6억 3000만명, 국내총생산(GDP) 2조 5000억 달러 규모의 단일 경제권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제2의 교역 상대국(교역 규모 1188억 달러)이다. 특히 대부분 아세안 국가들이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대북 공조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파트너다. 아세안 지역의 고위급 외교관은 “아세안 역시 경제 발전을 위한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특사를 파견하자 매우 놀라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미국·중국·일본 정상에 이서 네번째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통화하며 “한ㆍ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개선으로 양국 간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며 양국의 문화적 인적 교류가 강화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달동안 인사 정체현상을 보이는 와중에도 조현 주인도 대사를 외교부 제2차관에 임명했다. 서남아의 맹주인 인도는 인구 규모, 경제 성장 속도 등에 있어 중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문 대통령은 관련 부처에 대아세안협력 TF 구성과 인도 특사 파견 검토도 지시한 상태다.
 
 
외교가 소식통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경제적으로 중국에만 의존해온 대가를 치렀다. 이렇게 아프게 얻은 교훈이 다변화 필요성이었고, 아세안과 인도는 경제적·외교적으로 중국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아베 일본 수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아베 일본 수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②“메르켈과 별도 회담 약속했나” 직접 물은 대통령=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EU와 독일에 특사로 다녀온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에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했을 때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 한·독 정상회담을 하면 좋겠다는 일종의 요청도 있었다”며 “원론적인 합의는 이뤄진 상태냐”고 물었다. 이에 조 교수는 “그렇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G20 정상회의(7월 7~8일, 함부르크) 참석 전에 베를린을 먼저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특사에게 직접 후속 조치 상황을 챙겨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한·독 정상회담을 할 경우 중국도, 일본도 아닌 독일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 정상회담 상대국이 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메르켈 총리가 굳이 문 대통령의 베를린 별도 방문을 요청한 것도 파격적이다. 그의 비서들조차 이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EU의 리더 격인 독일 역시 최근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짐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G7 정상회담 직후 “동맹국들에게 완전히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고 있다”며 유럽의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미.중.일 특사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석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와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미국 특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심재권·김태년 의원(중국 특사), 문희상·원혜영·윤호중 의원(일본 특사)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미.중.일 특사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홍석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와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미국 특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심재권·김태년 의원(중국 특사), 문희상·원혜영·윤호중 의원(일본 특사)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③“미·중에 할말을 제대로 했다”=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중국, 일본 특사단과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고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그렇고 우리가 할 말을 좀 제대로 했다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부터 표방해온 ‘당당한 외교’에 대한 자신감 피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과 관련해 국방부의 보고 누락 의혹이 제기되자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등 강경한 태도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대미 중심 외교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대선 경쟁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너무나 친미적이어서 미국의 요구를 절대 거부할 줄 모른다”고 평가하면서 “나도 친미이지만 이제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하고 ‘노’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편식외교’ 탈피 시도를 평가하면서도, 외교 파트너 다변화는 보완적인 조치일 뿐 한미동맹이나 한중관계를 완전히 대체하는 제로섬 관계처럼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EU, 아세안, 인도와의 외교 관계를 확장해서 대미 외교의 레버리지로 삼는다면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우리 외교관계의 중심은 한미동맹이고, 북한과 대화국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사드의 경우에도 정책적 접근을 해야지 이념적 접근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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