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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악녀 프로레슬러' 요시코 히라노 "한국에 내 적수는 없다"

중앙일보 2017.06.11 12:30
천선유 선수와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악녀 프로레슬러' 요시노 히라코가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임현동 기자

천선유 선수와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악녀 프로레슬러' 요시노 히라코가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5년 2월 일본 프로레슬링계에서 '사건'이 터졌다. 5년차 여성 레슬러였던 요시코(世志琥· 본명 히라노 요시코·24·시드 라이닝 소속)가 자신의 타이틀 방어전에서 상대방 선수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 이른바 '시멘트 매치'(사전에 합의된 레슬링 경기가 아닌 실제 싸움)였다. 안면 함몰 등의 중상을 입은 상대방의 은퇴로 이어진 이 사건에 일본 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2015년 상대방 선수 안면 함몰시킨 '시멘트 매치'로 일본 프로레슬링계 추방
지난 10일 천선유 선수와 2차전에서도 완승
"한국에 내 적수 없다" 공언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자 챔피언 벨트를 내놓은 뒤 일본 레슬링계를 떠났던 요시코는 '악녀'(惡女)라는 별칭과 함께 지난 2월 한국 종합격투기인 로드FC(여자 무제한급)에 데뷔했다. 한국의 천선유 선수와 가진 첫 경기(2월) KO승에 이어, 지난 10일 4개월 만의 재대결에서 또 다시 승리를 거둔 요시코는 경기 전날인 9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에게 "첫 경기처럼 내일(10일) 천선유를 또 다시 꺾겠다"던 그의 단언은 그대로 현실화 됐다.
 
'악녀 프로레슬러' 요시노 히라코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악녀 프로레슬러' 요시노 히라코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요시코는 '별종'이었다. 포즈를 요청하는 카메라 기자에게 욕설을 뜻하는 손가락 제스츄어를 했고, "남성 선수와도 겨뤄볼 의향이 있냐"고 물은 기자에게는 "이 자리에서 한판 붙어보자"고 즉석으로 제안해 인터뷰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요시코는 평범한 회사원 부모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다. 동경에서 주로 살았다.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알게 된 여성 프로레슬러와 가까이 지내며 프로레슬링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160㎝, 80㎏의 '다부진 체격'도 학창 시절 만들어졌다. 그는 "남학생들과 자주 싸움을 벌이며 컸다. 싸운 횟수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나온 뒤 고교 진학 대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당시를 히라노는 "(레슬러 데뷔를 위한) 사실상의 사전 훈련"이라고 회고했다.
10일 2차전에서 천선유를 짓누르고 있는 요시코 히라노. [로드FC]

10일 2차전에서 천선유를 짓누르고 있는 요시코 히라노. [로드FC]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벌이는 프로레슬링에서 '나쁜 캐릭터'가 좋았어요. 악역이었던 덤프 마츠모토, 불 나카노의 팬이었지요. 프로레슬러들이 흉기를 들고 싸우다 피를 흘리면 저도 덩달아 흥분되곤 했습니다. 제게 레슬러의 피가 흘렀던 거지요."
 
논란이 됐던 시멘트 매치 사건(2015년) 이후 "반성할 부분이 있어 반성했고, 상대방에게도 사과했다"고 일본 현지 언론에 밝혔던 요시코는 1년 간 레슬링계를 떠났다. 프로레슬링 대신 어릴 적 일했던 공사장을 찾았다고 한다. 시멘트 매치와 관련된 경위를 묻자 그는 "오래 전 일(시멘트 매치)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즉답을 피했다.
 
'악녀 프로레슬러' 요시노 히라코가 주먹을 쥐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악녀 프로레슬러' 요시노 히라코가 주먹을 쥐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 음식 중 삼겹살을 즐겨 먹는다는 요시코는 "한국 프로레슬링에 내 적수는 없다. 난 내 눈 앞의 적을 때려 눕히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매순간 경기에 최선을 다 할 뿐 선수 생활의 최종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격투기는 '죽느냐, 죽이느냐'의 문제예요. 이중 하나를 택하라면 전 후자를 택해 상대방을 때려 눕혀야겠죠. 천선유와 경기에서 많은 한국 관객이 저에게 야유를 했지만 이마저도 저는 반깁니다. 제가 곧 '악역'인걸요. 한국 팬들, 사랑합니다.(웃음)"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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