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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가득 채운 빅뱅 지드래곤, 아니 권지용의 힘

중앙일보 2017.06.11 11:48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세번째 솔로콘서트를 연 지드래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세번째 솔로콘서트를 연 지드래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지드래곤(29) 혼자서도 가능했다. 그룹으로도 입성하기 힘든 상암벌 4만석을 솔로 가수로서 가득 채운 것이다. 10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액트 Ⅲ, 모태(ACT Ⅲ, M.O.T.T.E’)는 공연 중 스스로 던진 “전 누굴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같은 공연이었다. 이는 지난해 8월 데뷔 10주년 콘서트를 연지 10개월 만에 홀로 같은 무대에 오른 빅뱅의 지드래곤과 인간 권지용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나온 솔로 앨범 ‘권지용’과도 궤를 같이 일이기도 했다. 공연 타이틀 ‘모태’는 엄마의 태 안이자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the End)’을 뜻한다.
 

10일 열린 세번째 솔로 콘서트 4만명 운집
새 앨범 '권지용'처럼 인간 권지용에 집중
영상 미술 패션 아우러진 진정한 종합예술
39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 이어 월드투어 나서

“대중 앞에 지드래곤이라는 모습으로 계속 서다 보니 과연 제 본모습인 권지용이라는 친구는 어떤 아이였을까. 나를 찾아서 들어보는 시간”이라고 밝힌 그는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은 말 그대로 모태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핏덩이 쇼“라며 “하마터면 공연 이름처럼 못할 뻔 했는데 잘하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같은 그룹 멤버인 탑이 군 복무 중 대마초 혐의로 논란을 빚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많았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미리 준비한 영상과 화려한 무대 연출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미리 준비한 영상과 화려한 무대 연출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번 콘서트로 그는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 더 올라섰음을 증명해 보였다. 2009년 첫 솔로 콘서트 ‘샤인 어 라이트’가 패기로 무장하고, 2013년 첫 솔로 월드투어 ‘원 오브 어 카인드’가 힙합에 중점을 뒀다면 ‘모태’는 지난 4년간 패션쇼장과 미술관을 넘나들며 경계를 넓혀온 기반을 마음껏 뽐냈다. 통상 콘서트에서 대형스크린의 존재 이유가 내 스타를 보다 가까이 위함이라면 이날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윌로 페론과 함께 만든 VCR이나 실시간으로 그를 촬영한 화면이 애니메이션이나 흑백 등 다양한 효과로 구현되면서 전혀 다른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순간에서 살다보니 뭐가 꿈이고 가끔 뭐가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는 그의 고백은 그대로 무대에 구현됐다. 특히 실제로 와이어에 매달린 여성들이 둥둥 떠있는 모습 위로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이 겹쳐지는 ‘블랙’ 무대는 한 편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 했다. 마블의 히어로인 고스트 라이더처럼 머리에 불이 붙은 듯한 과감한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여성 댄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지드래곤. 씨엘, 아이유와 듀엣을 선보이기도 했다[사진 YG엔터테인먼트]

여성 댄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지드래곤. 씨엘, 아이유와 듀엣을 선보이기도 했다[사진 YG엔터테인먼트]

셋리스트(선곡표)는 앨범 발매일 순서대로 최대한 단촐하게 구성하되 화려하고 과장된 지드래곤의 이미지를 하나씩 내려놓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첫곡 ‘하트브레이커’에서 레드 퍼를 입고 등장해 마지막곡 ‘무제’로 가는 여정에서 레드 슈트ㆍ재킷ㆍ시스루까지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다. 140분간 24곡을 부르는 동안 등장한 여섯 벌의 무대의상은 목에 맨 스카프가 머리에 두른 반다나로 변신하는 등 볼거리를 톡톡히 제공했다. 반삭의 모히칸에 붙임머리까지 선보였으니 웬만한 여자가수보다 더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셈이다.  
 
다섯번째 곡 ‘옵세션’을 부르던 도중 여성 팬이 무대로 난입해 지드래곤을 끌어안는 등 해프닝도 있었지만 무대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씨엘이 깜짝 등장해 함께 부른 ‘더 리더스’나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 ‘팔레트’처럼 미리 계획된 연출이라 여겨진 것이다. 이날 듀엣곡 무대를 처음 선보인 아이유는 “군 입대 전까지 마시라고 냉장고 안에 지용씨 얼굴을 띠로 두른 소주를 잔뜩 채워서 보내드렸다”며 피처링에 대한 답례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이날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고 싶었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지드래곤은 이날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고 싶었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지드래곤은 ‘권지용’으로 39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아제르바이잔ㆍ코스타리카ㆍ에스토니아 등 기존 한류 열풍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나라들도 대거 등장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ㆍ북미ㆍ오세아니아ㆍ일본 19개 도시 월드투어 길에 오르는 그가 이번엔 또 무엇을 채워올까. “가진 게 너무나 많아 잃을게 그보다 더 많아”(‘수퍼스타’)라고 자조하고 “저 내년에 군대 가잖아요. 진짜로 모르겠어요”라고 불안해하는 서른이지만 이만큼 꽉찬 서른이 또 어디있을 성 싶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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