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화, 영웅인가 악당인가

중앙선데이 2017.06.11 01:36 535호 19면 지면보기
런던 아이(London Eye)
9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0.77% 올라 역대 최고치인 2381.69를 기록했다. 신인섭 기자

9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0.77% 올라 역대 최고치인 2381.69를 기록했다. 신인섭 기자

한국은 세계화로 인한 혜택을 누리는 대표적 국가다. 세계화가 한국에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근대 국가를 형성한 이래로 한국은 단호한 의지로 세계 무역에 참여했고,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아프리카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럽연합(EU)에 대등한 수준까지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일자리·이민 때문에 비난받지만
경제 성장과 불평등 완화에 기여

한국은 세계화 혜택받은 대표국
개방 정책 이어간다는 확신 줘야

 
실제로 한국의 무역 지표는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처음 쓴 짐 오닐과 같은 경제학자들로부터 세계 경제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세 가지 이유로 세계 경제의 여러 모델에서 중요한 변수로 인정받는다. 첫째, 한국의 무역지표는 너무나 시의적절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월 단위로 각종 수치를 발표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내놓는 지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둘째, 한국의 수출은 전 세계에 걸쳐 매우 다변화돼 있다. 셋째, 중국과의 교역량이 상당히 많아 중국의 수요를 가늠하는 대체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반 세계화는 주도권 잃은 서구권서 주도
이 지표는 아래 표에 나와 있듯 매우 잘 작동되고 있다. 이달 초 산자부는 올 4월 수출이 1년 전보다 24.2% 증가한 51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수입은 16.6% 증가한 377억 달러, 무역 흑자는 133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폭은 2011년 8월(25.5%)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올해 4월은 기록 상 두 번째로 수출 증가세가 높은 달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나타내는 지표지만, 언론은 이런 지표보다 훨씬 비관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세계화는 언론으로부터 나쁜 대접을 받는가.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촉진되는데도 말이다. 세계화가 비난받는 이유는 산업 공동화, 일자리 파괴, 세금 회피, 환경에 대한 피해, 국가 정체성과 문화의 훼손 등이다.
 
전 세계 대다수는 세계화가 자신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세계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이민은 각 지역에서 성장의 원동력보다는 일자리 파괴자로 명성을 쌓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사람들은 세계화 이전의 삶이 더 나았다고 답했다. 놀랍게도 가장 부정적인 설문 결과가 나온 곳은 G7 국가였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응답자 가운데 81%가 세계화 이전이 더 생활 수준이 나았다고 답했다. 그 다음 미국·영국(각각 65%), 독일(59%) 순이었다.
 
그렇지만 세계화가 이룩해 놓은 성과는 많고 다양하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보라. 세계화는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고, 거래 비용을 줄이고, 기술 혁신을 촉진했다. 우리는 현재 가장 오랫동안 불평등 현상이 완화되는 시절을 살고 있다. 최근 들어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요지를 담은 토마 피케티의 저서가 유감스럽게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의 관점에는 잘못된 부분이 많다.
 
세계 경제에 대해 잠깐 들여다보기만 해도 세계화의 이점을 알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 세계 GDP 성장률은 연평균 3.4%로 지난 30년과 거의 동일하다. 올 상반기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강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세계화가 언론으로부터 나쁜 대접을 받는 것은 서구에서 비롯된 비관론 때문이다. 9·11 테러의 악몽, 글로벌 금융위기의 길고 어두운 그림자, 끝나지 않은 중동에서의 전쟁은 여전히 서구인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시아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도 오만한 서구인들이 반 세계화 감정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 일조했다.
 
글로벌 투자자들, 새 정부의 행보에 주목
세계화는 현재 3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프랑스 마리 르펜의 대중적 인기, 영국 브렉시트 선거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대중주의적 반란을 의미한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탈퇴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는 일은 자유무역에 대한 직접적 타격이다.
 
둘째, EU와 같은 지역 블록의 등장과 이로 인해 피할 수 없이 일어나는 긴장은 세계화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세계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등장한 영국-EU 사이의 대립은 유럽 대륙에 맞서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영국과 요새와 같은 연합체제를 구축하려는 EU 사이의 갈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 준다.
 
셋째,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는 의심할 바 없이 분쟁·테러다. 테러리즘은 세계화의 중심부를 공격하고 있다. 파리나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최근의 공격은 국내적 의제가 점차적으로 지역 공동의 안보 문제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는 우연하게도 세계화와 관련해 가슴 아픈 면을 담고 있다. 맨체스터는 세계 면화 무역의 절정을 이룬 곳이다. 테러 추모 행사가 19세기 자유무역과 경제적 자유주의를 옹호한 맨체스터 출신 정치인 리처드 코브던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세인트 앤 광장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영웅이든 악당이든 간에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후퇴한다면,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무역 전쟁을 야기할 것이고, 이로 인해 신흥국 시장에선 경제 성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화의 최일선에 있는 국가다. 이른바 반세계화가 현실화된다면 다른 어떤 국가보다 손해를 볼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둘러싼 다양한 도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문 대통령의 컨트롤 아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 또는 중국과의 외교적 다툼은 한국 경제에 즉각적이고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주 가파른 외줄타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이 이러한 외줄타기에 비교적 익숙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식 시장과 원화 가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얼마나 한국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문 대통령의 집권 직후 지표는 성장률이 높아지고 교역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코스피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향후 경제지표는 문 대통령의 외교 이슈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이 외교 정책에 있어 분명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 무역 의존도, 세계화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시그널 말이다.
 
 
로리 나이트
스위스 중앙은행 부총재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인 템플턴칼리지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국의 대표적 투자자문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를 이끌고 있으며, 템플턴 재단 이사로 투자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