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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와 닮은꼴 코빈, 사실상의 영국 총선 승리자

중앙선데이 2017.06.11 00:39 535호 7면 지면보기
32석 늘린 노동당 대표
제레미 코빈(68·사진) 영국 노동당 대표는 ‘영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불린다. 강성 좌파 성향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샌더스(버몬트주 상원의원)는 지난해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끝까지 추격했으나 아쉽게 패배했다. 코빈 대표는 8일 영국 조기 총선에서 샌더스와 마찬가지로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로 이른바 ‘청년지진(youthquake)’을 일으켜 노동당의 의석수를 32석이나 올려놓으면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사실상의 총선 승리자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층 압도적 지지로 ‘청년지진’
여당보다 20%P 낮은 지지율 극복
공공서비스 부문 확대 전략 주효

샌더스는 영국 총선 직후 “노동당이 선전했다”며 “코빈이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했다”고 칭송했다. 샌더스는 영국 노동당과 코빈 지지를 공개 표명하면서 지난해 자신의 미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코빈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도록 했다.
 
선거 전만 해도 코빈 대표의 입지는 불안했다. 지난 4월 18일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했을 때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보다 20%포인트나 낮았다. 메이 총리는 이런 상황을 활용해 보수당을 압도적 과반 집권당으로 만들기 위해 의회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어찌 보면 제1야당 대표인 코빈의 방어전 성격이었다. 메이의 계획대로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더라면 코빈의 정치적 생명도 끝날 처지였다. 노동당의 득표율은 2015년 총선 때의 30%를 넘어 40%까지 올랐다. 보수당과의 격차는 불과 2.4%. 코빈의 완승이라고 할 수 있다.
 
코빈은 2015년 총선에서 에드 밀리밴드 대표가 이끌었던 노동당이 대패하자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했다. 당시에도 그는 강성 좌파 성향으로 당 대표 선거에서 가망이 거의 없어 보였지만 극적으로 역전했다. 그의 공약인 긴축예산 반대, 철도와 에너지산업 등의 재국영화와 대학 등록금 폐지 등은 ‘제3의 길’을 브랜드화한 당내 중도파 주류 블레어주의자들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코빈은 지난해에도 온건 좌파의 도전을 받았으나 불신임 투표를 뚫고 노동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선거전에서는 코빈의 가장 강력한 당내 비판자들도 그가 선거 이슈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브렉시트 문제에서 벗어나 노동당의 강세 분야인 학교·병원 등의 공공서비스 확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물론 노인 요양서비스 지원을 축소하기로 했다가 나흘 만에 번복해 표를 깎아먹은 메이 총리의 패착도 한몫했다. 코빈은 보수당의 복지 축소 공약을 비판하며 메이를 냉혹하고 무정한 사람으로 비판했다. 또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 시절 경찰인력 2만 명을 감축해 결국 맨체스터·런던 테러를 저지하는 데 실패하게 됐다며 그를 신중하지 못한 인물로 공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노동당이 참패를 각오했던 만큼 코빈의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궁지에 몰렸던 코빈과 그의 좌파적 견해의 확실한 승리로 각인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선은 강성이지만 코빈은 평소 의회에서 부드럽게 말하는 평범한 ‘백벤처(back bencher·의사당 뒷줄에 앉는 평의원)’였다.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이라크 참전 결정을 포함해 의회에서 500번 이상이나 당의 노선에 반대하는 투표를 할 정도로 정치적 신념이 강했고 실제 행동으로도 이를 실천해 왔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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