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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학’을 세워야 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2017.06.11 00:33 535호 30면 지면보기
Outlook
전국의 지방 정부가 공통적으로 직면해 있는 문제는 쓰레기 관리다. 사실 쓰레기 문제는 행정기관이 단편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에서 접근할 성질이 아니다. 이 보다는 ‘학제적(學際的)으로’ 해결을 시도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쓰레기학(Science of Waste)’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쓰레기 문제의 원초적 질문은 행복한 삶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행복한 삶의 핵심적인 조건의 하나는 자연 친화적인 삶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쓰레기는 자연과 모순관계에 놓여 있다.
 

모든 쓰레기는 질적·양적 측면서
생태계 순환을 교란시키는 요소
사회·산업·과학 문제와 연결
종합적 차원의 맥락서 접근해야

쓰레기란 무엇인가? 사람은 왜 쓰레기를 생산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 쓰레기와 관련한 윤리적 문제, 쓰레기 관리에 대한 정치·행정적 접근, 쓰레기 처리에 대한 자연과학적 해결, 그리고 쓰레기와 연관된 의학적 해결 문제도 있다. 이것들을 종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쓰레기학’인 것이다.
 
쓰레기는 삶의 환경 자체까지도 교란시켜 건강한 삶의 환경에 대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산업쓰레기로부터 생활쓰레기까지의 모든 쓰레기는 질적인 측면에서나 양적인 측면 모두에서 생태계 순환을 교란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층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쓰레기 문제를 시청 청소과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보다 현대문화와 사회·산업·과학의 문제로 연결되어 있는 종합적 차원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트로피(entropy)법칙이란 게 있다. 한번 사용한 에너지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번 태어나면 소멸의 길로 가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고 살아갈수록 쓰레기의 양이 쌓여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파멸의 날을 지연시키기 위해선 최소한의 쓰레기만 배출하는 방법과 제도를 실천하는 길밖에는 없는 셈이 된다. 이것은 현대문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요구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비관적인 선택을 우리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균형을 유지하여 인류와 생명체들의 삶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순환과 재생의 과정에 대한 믿음도 가질 수 있다. 자기 복원력에 대한 믿음이다. 상징적인 오염지역인 일본의 미나마타만이 복원된 것만 보아도 재생과 복원의 힘이 분명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쓰레기 문제에 접근할 때 존재철학적이고 기초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질문의 출발점이 바로 이 문제다.  
 
과거의 쓰레기 더미를 발굴하여 당시의 생활상을 유추해내는 방법을 ‘쓰레기고고학(Gabology)’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차용한다면 현대의 쓰레기 문제를 탐구하는 ‘쓰레기 사회학’의 장르를 성립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유층 거주 지역과 빈민층 거주 지역의 쓰레기를 비교해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교외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를 새삼스럽게 재인식하게 된다. 관청에서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스스로 쓰레기를 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며, 이런 의식으로 인해 소비생활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진다고 한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절차와 수거한 쓰레기를 버리는 절차, 쓰레기를 묻을 것인가, 태울 것인가, 아니면 바다에 버릴 것인가 하는 등의 의사결정은 수많은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거시적인 국가 정책보다 시민들에게는 더 절실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나라, 행복한 시민의 조건 가운데는 쓰레기 관리를 행정적으로 잘하고 기술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냄새 나지 않게 쓰레기를 모으고 운반하는 것, 묻을 쓰레기와 태울 쓰레기, 그리고 재사용할 쓰레기를 분리하는 기준도 연구해야 한다.
 
쓰고 나서 재생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것, 끝내 버릴 수밖에 없는 물질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연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쓰레기 관리가 잘못되면 질병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예방의학적 차원에서도 쓰레기 연구는 필요하다. 태우는 방법과 묻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과학적 연구를 기초로 해야 한다.
 
이처럼 쓰레기의 문제는 융합적 맥락을 구성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쓰레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관점에서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결단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응용과학 모두가 협업하여 만들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쓰레기로 인하여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으려면 개인들의 소비생활도 바뀌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윤리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사회생태계가 자연생태계와 모순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미학적 결단도 필요하다.  
 
원광대가 쓰레기 종합연구소를 발족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이고도 융합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김도종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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