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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방해죄 적용에 ‘부정한 의도’ 있었는지가 관건

중앙선데이 2017.06.11 00:20 535호 6면 지면보기
집권 5개월 만에 탄핵 위기 몰린 트럼프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가운데)이 지난 8일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에서 증언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가운데)이 지난 8일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에서 증언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몰렸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 중단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코미 전 국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담은 메모 복사본을 제출하라고 요청하는 한편 백악관에는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한 모든 기록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정보위는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메모와 녹음테이프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을 가릴 핵심 증거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미 청문회서 “수사 중단 지시”
트럼프 “완벽하게 해명” 반박

“사법방해죄 범했다는 주장에 오류
부정한 의도 없었고 재량권 행사”

특검 수사 결과 따라 운명 갈릴 듯
민주당 중간선거 역풍 우려 신중

이에 앞서 코미 전 국장은 8일 청문회에서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성 ‘지시’로 받아들였다며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9일 트위터에 “너무나 많은 가짜 주장과 거짓말에도 (내가) 완전하고 완벽하게 해명했다. 코미는 정보유출자다”고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의혹이 어떻게 해명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AP통신은 “향후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이 이끄는 특검이 내놓을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러시아 스캔들이 트럼프의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으며 지루한 진실게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코미 증언이 트럼프 탄핵 도화선 될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미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BI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와의 연관성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FBI는 러시아 출신 해커가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의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사건과 트럼프 캠프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러시아 인사와 접촉한 것에 대한 수사를 지속했다. 그러자 수사 중단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됐고 FBI 수장인 코미 전 국장을 직접 압박했다는 의혹이 현재까지 드러난 전모다.
 
현재로선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린다. 따라서 특검 등을 통한 진실 규명과 함께 명확한 법리적 해석이 나온 뒤에야 탄핵 절차 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다. ▶트럼프의 수사 중단 지시 여부 ▶트럼프의 충성심 언급 여부 ▶대통령과의 기밀 대화 유출 여부 등이다. 코미는 “사실상 수사 중단 요청이었다” “트럼프가 4차례 충성심을 언급했다” “(대화를) 메모한 것은 트럼프가 딴소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는 “수사 중단 지시가 아니다. ‘hope(희망)’라는 단어를 쓴 만큼 지시가 아니었다” “충성심 언급은 없었다” “코미가 대통령과의 기밀 대화를 유출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를 했는냐 여부다. 사법방해는 공식적인 수사 절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탄핵으로 가기 위한 핵심 요건이다. 이와 관련, 코미의 답변은 명쾌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사법방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공화당) 의원이 “대통령인 트럼프의 지위와 대화장소 등을 고려할 때 플린 전 보좌관의 수사에서 손을 떼 달라는 요청을 명령으로 인식했는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수사 중단 압력, 즉 트럼프의 사법방해가 분명히 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코미는 자신의 해임과 관련해서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러시아 수사를 하는 방식이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압박을 가하고 그를 화나게 했기 때문에 (나에 대한)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가 자신과의 독대 등 여러 차례 접촉하는 과정에서 수사 중단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지난달 9일 전격 해임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인 마크 카소위츠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코미에게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한 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방해죄를 피하기 위한 반박이다. 코미 증언과 관련, 데드 도이치(민주당) 하원의원은 “FBI에 수사 중단을 요청한 것은 사법방해다. 탄핵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법방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앤드루 매카시 전 연방검사는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범했다는 주장엔 ‘부정한 의도’와 ‘재량권’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단순한 수사 개입이나 방해가 아닌 부정한 의도를 갖고 있었어야 사법방해죄가 성립되는데 트럼프의 행위에는 ‘부정’이 빠져 있다”며 “또 FBI는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하부조직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행위를 정당한 재량권 행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법방해죄 여부는 특검과 FBI 수사, 의회 내 4개 상임위원회 조사 결과 등이 나온 뒤 판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 24명, 하원 19명 공화당 이탈해야 탄핵
미 헌법은 대통령 등 모든 고위 공직자가 반역, 뇌물, 기타 중범죄 및 비행과 관련해 탄핵 선고를 받으면 해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방해죄는 중범죄에 해당하기에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하지만 탄핵을 결정하는 미 의회는 현재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탄핵을 위해 하원에선 과반 찬성이, 상원에선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하원 전체 435석 중 공화당 의석수는 241석으로 민주당(194석)을 크게 웃돈다. 상원 역시 100석 중 52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하원 24명, 상원에선 19명의 공화당 이탈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의회 안팎에선 실제 탄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 CNN 등은 “민주당이 섣불리 탄핵소추안을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다. 자칫 중간선거 등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대통령 탄핵이 추진될 경우 소추안은 하원 법사위에서 시작한다. 탄핵 사유에 대해 투표를 하고 사유 중 하나라도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소추안은 가결된다. 이는 쉽게 말해 대통령이 기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상원에선 본격적인 탄핵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려 파면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연방 대법원장은 재판장을 맡고, 상원의원들은 배심원단 역할을 한다. 하원의원들은 팀을 이뤄 검사역을 하고, 대통령은 변호인을 내세운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탄핵이 결정된다.  대통령은 즉시 물러나고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역대 대통령 탄핵안은 모두 부결됐다. 앤드루 존슨(1868)·빌 클린턴(1998)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모두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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